유로파 패션 빅 리그! 마티유 블라지에게 전하는 샤넬의 메시지
마티유 블라지를 맞을 준비가 한창인 샤넬 디자인 팀은 쾌활하면서도 어여쁜 2025 봄/여름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라 버튼, 하이더 아커만, 알레산드로 미켈레, 다니엘 리,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 줄리앙 클라우스너, 로렌조 세라피니··· 지금 유로파 패션 빅 리그에 출전한 디자이너들을 〈보그〉가 만났다.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드는 쇼였다. 모든 브랜드가 시류를 반영해 블랙과 그레이, 베이지에만 주목할 때, 샤넬은 지난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그랑 팔레에 명랑한 파스텔 톤을 온통 흩뿌렸다. 모델 롤리 바히아가 무지갯빛 스프레이를 칠한 듯한 재킷과 짧은 A라인 스커트를 입은 채 캣워크로 걸어 나오며 쇼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등장한 룩 역시 희망으로 가득했다. 민트 그린, 연분홍, 연보라, 산호색, 노랑··· 지금처럼 암울할 때 단지 밝은 컬러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가브리엘 샤넬이 1920년대에 고안해 지금도 모든 멋쟁이 여성의 위시 리스트에 올라 있는 샤넬 트위드 수트는 디자이너들에겐 풀리지 않는 난제다. 뻔하거나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어 마음대로 주무르고 변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샤넬 디자인 팀은 짧거나 긴 재킷과 미니스커트를 활용해 이 문제를 솜씨 좋게 해결했다. 가브리엘 샤넬이 입었을 법한 카디건에는 초록색 새틴 라이닝을 더해 신선한 바람을 주입했다. 클래식 중의 클래식인 샤넬 수트를 보며 ‘이 룩이라면 젊은 여성에게도 어울리겠다’고 여긴 건 오랜만이었다.
이브닝 웨어 역시 어느 때보다 젊게 느껴졌다. 꾸뛰르 컬렉션인 만큼 정교한 수작업과 자수, 깃털을 활용한 장식이 눈에 들어왔지만 이런 디테일이 그랑 팔레를 가득 채운 청춘의 기운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진 않았다. 버터 빛깔을 닮은 노란 새틴 셔츠 드레스 룩, 은색 라메 드레스 위에 슬림한 실루엣의 롱 코트를 매치한 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기다리며 재정비 시간을 갖는 브랜드에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샤넬 디자인 팀은 교묘하고 은근한 변주를 통해 현실적이면서도 눈이 즐거워지는 쇼를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샤넬이 자랑하는 Le19M 공방과 캉봉가의 장인들이 하우스 코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새 단장을 마친 그랑 팔레로 돌아온 샤넬은 칼 라거펠트의 의지를 이어가려는 듯, 중앙 홀에 거대한 세트를 설치했다. 하우스의 ‘더블 C’ 로고를 본떠 배치한 순백색의 두 통로는 위에서 보면 뫼비우스의 띠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샤넬 아카이브는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라는 메시지를 마티유 블라지에게 전하려는 듯 말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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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안건호
- 글
- Sarah Mower
- 사진
- Acielle(Style Du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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