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CARPE DIEM!

2025.03.21

CARPE DIEM!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 이전에 강수진에게는 평범한 보통의 하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진실성으로 무대의 태동을 일깨우는 강수진은 여전히 아름다운 무용수다.

절개가 돋보이는 리넨 톱과 커팅 스커트는 모두 아크리스(Akris), 크리스털 쿼츠 링은 비올리나(Viollina).

Q.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

A. 아침에 일어나서 ‘짧은 스트레칭’을 하고, 9시에 출근한다. 이후는 늘 비슷하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에 단 한 명의 무용수에게도 부상이 없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제일 감사하다. 나는 그걸 ‘심심한 하루’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심심한 날이 거의 없다. 그래도 좋은 일로 심심하지 않으면 좋겠다.

베이지 레더 재킷은 아크리스(Akris), 레이어드 큐빅 링은 모두 러브미몬스터(Love Me, Monster).

Q. 아크리스의 2025 S/S 컬렉션은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와 연관이 깊다. 아크리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트 크리믈러는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작품 <에필로그> 의상을 제작할 때 르네상스 예술가의 색채를 더했다고 한다. 2025 S/S 컬렉션도 패션과 무용의 경계를 허무는 데 초점을 맞추고 디자인했다. 공교롭게도 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를 준비 중으로 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나?

A. 존이 내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 <카멜리아 레이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이 작품은 받기가 정말 힘든데, 꼭 국립발레단이 했으면 했다. 다양한 역이 등장하는데, 무용수들이 각자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지 기대가 된다. 같은 책을 읽어도 해석은 다 다르지 않나. 동작을 알려주는 건 내 몫이고, 감정을 끌어내는 건 단원들의 몫이다. 존의 작품은 겉으로는 심플해 보이지만 무척 복잡하다. 디테일이 퀄리티라고 할 수 있겠다. 퀄리티를 살려 진실됨을 보여주려고 단원들과 교류중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진실됨이 없으면 표현이 안 된다.

유연한 실루엣의 플리츠 드레스는 아크리스(Akris), 메시 슈즈는 카렌 화이트(Karen White).

Q. 단장님의 롤모델도 있을까?

A. 본받고 싶은 인물보다는 좋아하는 인물이 있는데, 오드리 헵번이다. 그녀 역시 발레리나였다. 정말 아름다웠다. 배우로서는 정말 우아했고. 이후의 행보도 존경스럽다. 발레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삶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를 강인하게 만들었고, 성숙하게 했고, 여러 훌륭하신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해줬다.

Q. 국립발레단 단장을 4번째 연임하고 있다. 4번째 연임을 맡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A. 달라진 건 없다. 굉장한 책임감을 느낄 뿐이다. 항상 같이 발전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립발레단을 전 세계가 안다. 나와 무용수들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하나가 되어 결과물이 나온다. 무용수들이 관객들에게 힐링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퀄리티가 좋은 공연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의 문화 수준은 정말 놀랍다. 기적이다. 어린아이부터 장년이 함께 공연을 즐기는 건 해외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같이 발전할 수 있어 뿌듯하고, 책임감이 크다. 항상 첫 느낌과 같다. 달라질 수 없다.

Q. 국립발레단의 독특하고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어느 단체에서도 볼 수 없는 강점이 있다. 하나로 뭉치자고 했을 때, 하나로 뭉친다. 게다가 국립발레단은 스타가 다양하다. 매번 본인들은 자신들이 스타성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무궁무진하다. 각자의 개성이 다르고, 세대가 다르다. 예전의 클래식은 두 명의 주역 위주로 흘러가지만, 현재는 다양한 역할이 있다. 잘 이끄는 게 선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Q.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어떤 것들이 예술감독이라는 직업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A. 발레단의 무용수들이다. 같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서로 많이 배운다.


Q. 리더로서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A. 발레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예술이다. 그리고 진실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 예술이다. 한 만큼 나온다. 무대는 다른 차원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관객을 존중하라고 말해준다. 그렇지 않으면 취미로 해야 한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Q. 본인이 들었던 조언 중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조언이라기보다 독일에 있을 때 단장님은 단원들이 혼란스러워할 때마다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 질
문이 나를 계속 생각하게 했다. 어떤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핵심은 선택한 이유에 맞게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발레는 몸으로 하기 때문에 부상도 잦다. 아픈 걸 즐길 수는 없다. 하지만 노력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겨냄을 배운다. 자기 자신을 배우는 것이다.

Q.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을까?

A. 세대가 달라져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노력 없이 만들어지는 건 없다. 한 번 반
짝하는 것도 없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천 년이 지나도 똑같이 말할 것 같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후회 없이 했다’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노력해야 한다. 배우면서 더 노력해야 한다. 자기가 한 만큼 만족을 얻는 조그마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Q. 아크리스는 ‘WWP(Women With Purpose) 캠페인’을 통해 변화에 대한 대담한 비전을 가진 전 세계 여성 리더들을 기념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의 주인공인 당신의 앞으로의 목적은 무엇인가?

A. 심심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하루를 보내면서 하나의 숙제를 해냈다는 희열 같은 게 있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때도 있다. 무엇이 됐든 다시 일어나서 또 시도해보는 후회 없는 인생을 보내고 싶다.

이너로 착용한 핑크 슬리브리스와 시스루 톱, 롱 튤 스커트 모두 아크리스(Akris), 레드 포인트 플랫 슈즈는 꼼시아(Comme sea).
    콘텐츠 에디터
    최보경
    포토그래퍼
    박배
    헤어
    홍현승
    메이크업
    임정인
    어시스턴트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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