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루이 비통의 꿈을 품은 시간의 집

2025.03.24

루이 비통의 꿈을 품은 시간의 집

파인 워치메이킹의 꿈이 이뤄지는 곳,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은 하이엔드를 향한 하우스의 열망을 상징하는 성지다.

스핀 타임 에어 워치의 상징적인 무브먼트 베이스.

“솔직히 말해서, 루이 비통은 시계를 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루이 비통의 워치 디렉터 장 아르노(Jean Arnault)는 2023년 <르 피가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워치메이킹은 하이엔드 산업이죠. 우리가 패션과 대중문화로만 접근한다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겁니다.”

그의 대답에는 워치메이킹에 대한 하우스의 관점과 방향성이 함축돼 있다. 그리고 그 물리적인 구현이 시계 공방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이다. 고급 시계 제조 기술의 본거지 제네바주 메랭(Meyrin)에 자리한 4,500㎡ 규모의 흰색 건물은 우아하고 정갈하며, 하우스의 아름다운 오브제로 쾌적하고 여유롭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채우는 공기는 순도 높은 시계 제조 기술과 진지함의 밀도로 숨이 막힐 듯하다. 투명한 유리 벽 너머로 다이얼 메이커, 엔지니어, 워치메이커, 미니어처 페인터, 에나멜링과 원석 세공, 인그레이빙 전문가들이 작업에 열중한 모습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며 흥미롭다. 두 명의 세계적인 시계 제조 장인이 세운 소규모 독립 공방 라 파브리끄 뒤 떵이 2011년 럭셔리계를 선도하는 하우스의 지붕 아래로 들어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지도 14년이 되어간다. 워치메이킹 분야에서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며, 극도로 정교한 하이엔드의 세계라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는 젊은 시계 제조사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가 일했던 역사 깊은 브랜드보다 훨씬 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죠. 예를 들어 ‘스핀 타임(Spin Time)’ 같은 모델은 전통적인 워치 하우스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파격적이니까요.” 라 파브리끄 뒤 떵의 공동 설립자 미셸 나바스(Michel Navas)는 말했다. 그와 또 다른 설립자 엔리코 바르바시니(Enrico Barbasini)는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프랭크 뮬러 등 상징적인 워치 하우스에서 경력을 쌓았고 1990년대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에서 함께 일하며 우정을 다졌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 둘은 2007년 제조 기술에 대한 장인 정신과 노하우에 초점을 맞춘 워크숍 라 파브리끄 뒤 떵을 설립했고, 이 공방은 고도의 워치메이킹 기술을 요구하는 투르비용과 리피터 워치 제작에 집중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들은 로테이팅 큐브가 시각을 표시하는 획기적인 스핀 타임 무브먼트로 루이 비통을 하이엔드 워치의 신세계로 인도했으며, 2000년대 초부터 워치메이킹에 대한 열정을 품어온 루이 비통은 곧 두 거장에게 합병을 제안했다. 나바스와 바르바시니가 수락을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루이 비통은 다른 분야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인정받는 하우스입니다. 우리의 기본 철학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느꼈고,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우스는 라 파브리끄 뒤 떵에 이어 이듬해인 2012년에는 다이얼 제조사 레망 카드랑(Léman Cadrans)을 인수했으며, 2014년에 지금의 건물을 완공해 라 파브리끄 뒤 떵과 레망 카드랑, 라쇼드퐁에 있던 기존 시계 워크숍 시설과 인력을 전부 통합했다. 당시 60여 명이던 직원은 이제 200명에 이른다.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공장식 조립 라인으로 제조하거나 워치메이킹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지는 일은 없다고 나바스는 강조했다. “인력은 거의 세 배로 늘었지만, 제조 방식은 여전히 장인의 수공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창의적이고 자유로우며,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하이엔드 워치를 제작하죠.”

그리고 장 아르노의 합류는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루이 비통의 성장에 강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워치 디렉터로 임명된 직후 고급화 전략에 집중한 그는 2023년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Tambour Street Diver)와 고급 기술을 적용한 오뜨 오를로지 라인을 제외한 기존 땅부르 모델을 전부 단종시켜 루이 비통 워치의 가격대를 1만9,500유로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의 목표는 워치메이킹에서 LVMH 그룹 브랜드 중 가장 독창적인 동시에 평균 가격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첫 땅부르 워치를 출시한 2002년을 되돌아보면, 당시 대다수 패션 브랜드처럼 라이선스로 시계를 제조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자체 제작을 선택했죠. 그리고 단순히 부품을 외주 제작하던 브랜드에서 이제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완전한 통합 제조사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루이 비통은 시계 부품 제조사를 인수하며 계속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21년에는 투르비용 케이지와 미닛 리피터 공(Gong) 등 하이 워치메이킹 부품 제조에 특화된 소규모 공급사 마이크로 에지(Micro Edge), 2023년에는 인그레이빙 장인 딕 스틴만(Dick Steenman)이 설립한 인그레이빙 워크숍 Art&D와 스위스의 하이엔드 케이스 제작 공방 H2L이 하얀 건물 안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제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식 워치를 제작하고 장식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라 파브리끄 데 무브멍(La Fabrique des Mouvements), 라 파브리끄 데 부아티에(La Fabrique des Boîtiers), 라 파브리끄 데 카드랑(La Fabrique des Cadrans),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를 위한 파브리끄 데 자르(La Fabrique des Arts)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시계 제조 노하우와 최신 기술을 결합하고 재해석해 혁신적인 모델들을 만들어낸다.

라 파브리끄 데 무브멍은 기계식 무브먼트 부품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폴리싱과 마감 세공을 담당한다. 시계 부품의 가장자리를 45도 각도로 연마하는 베벨링, 무브먼트 표면에 코트 드 제네브와 페를라주 같은 패턴을 새기는 정교한 작업이 전용 작업실에서 이뤄진다. 라 파브리끄 데 부아티에는 워치 케이스 디자인과 제조에 특화된 팀으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기능적인 케이스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초 공개한 땅부르 컨버전스의 아름답고 섬세한 케이스가 전문 엔지니어와 장인들의 지식과 실력을 입증한다. 라 파브리끄 데 카드랑에서는 장인들이 3축과 5축 CNC 밀링 기계를 사용해 섬세하고 다채로운 온갖 형태로 다이얼을 장식하고 조각한다.

최근에 구축된 라 파브리끄 데 자르에서는 에나멜링, 인그레이빙, 초미세 금속 장식 기법인 기요셰(Guillochage), 미니어처 페인팅, 원석 세팅의 다섯 가지 수공예 작업이 이뤄진다. 세계적인 인그레이빙 장인 딕 스틴만이 메티에 다르 디렉터로 인그레이빙 부서를 이끌고 있으며 유명한 에나멜 장인 니콜라 두블렐(Nicolas Doublel)이 다이얼의 에나멜 작업을 담당한다. 이들은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로 시계를 독창적인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루이 비통 워치 디자인은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의 전 브랜드를 담당하는 아트 디렉터 마티유 헤기(Matthieu Hegi)가 직접 손으로 그린 수채화나 구아슈로 시작한다. 모든 팀이 디자인에 동의하면 디자인 소프트웨어로 데이터화하고, 연구 개발 팀은 각 부품과 부분을 입체화해 3D 프린팅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는 가급적 모든 문제점을 체크하기 위해 스무 가지 버전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도 한다.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은 2023년부터 설립자 이름을 딴 시계 브랜드 ‘제랄드 젠타’와 ‘다니엘 로스(Daniel Roth)’의 재론칭 작업도 진행 중이다. ‘로얄 오크’ ‘노틸러스’ 등 아이코닉한 모델을 탄생시킨 워치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는 다니엘 로스와 함께 1980년대 기계식 시계의 부활에 이어 등장한 독립 시계 제조의 개척자로, 두 수장인 나바스와 바르바시니도 함께 일한 적 있는 아이코닉한 인물이다. 독립 브랜드로 전개될 두 브랜드는 라 파브리끄 뒤 떵의 오뜨 오를로지 부서인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 워크숍에서 나바스와 바르바시니의 감독 아래 다시 생명을 얻고 있다.

이렇듯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은 공방이자 스튜디오, 실험실로 미셸 나바스와 엔리코 바르바시니의 지휘 아래 수많은 혁신이 탄생하고 개발되었다. 나바스는 이렇게 말했다. “루이 비통에서 제 임무는 시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스핀 타임으로 하우스와 인연을 맺은 그는 하우스 산하로 들어간 지 2년 만에 보야제 플라잉 투르비용으로 푸아송 드 제네바(Poinçon de Genève, 제네바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엄격한 자격 요건을 충족한 시계에만 수여되는 인증)를 획득했다. 땅부르 미닛 리피터, 에스칼 월드타임의 뒤를 잇고 메티에 다르를 확장할 개발과 새로운 시도는 루이 비통에 ‘시간을 새롭게 정의하는 브랜드’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를 더해줄 것이다. (VK)

    패션 디렉터
    손은영
    송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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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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