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워치메이커 미셸 나바스가 말하는 ‘완벽한 시계’
우리에게 과거는 영원히 정지했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미래는 주저하며 다가온다. 하지만 루이 비통의 워치메이커 미셸 나바스(Michel Navas)에게 과거는 여전히 생동하며, 현재는 무한한 도화지가 되고, 미래는 누구보다 빨리 찾아온다.

2011년 루이 비통이 라 파브리끄 뒤 떵을 인수하면서 하우스에 합류했다.
최고급 수공예 시계 제작을 의미하는 오뜨 오를로제리(Haute Horlogerie)의 미래를 향한 공통된 비전과 상호 존중을 토대로 루이 비통에 합류하게 되었다. 라 파브리끄 뒤 떵(La Fabrique Du Temps)은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혁신과 장인 정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데 전념했다. 목표는 전통적인 기술과 현대적인 발전이 조화로운 높은 품질의 독창적인 타임피스 창조였다. 루이 비통과의 통합은 우리의 워치메이킹 노하우와 루이 비통이 지닌 독보적인 럭셔리 및 장인 정신의 유산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루이 비통의 방대한 자원, 글로벌 네트워크, 혁신적인 정신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워치메이킹 역량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스핀 타임’ 컴플리케이션은 루이 비통 워치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엔리코 바르바시니(Enrico Barbasini)와 함께 공항에서 독특한 소리를 내며 도시와 시간을 표시하는 회전식 출발 안내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에서 착안해 전통적인 창 형태의 디스플레이 대신 회전하는 큐브로 시간을 표시하는 기술인 ‘점핑 아워(Jumping Hour)’ 컴플리케이션이라는 독특한 대안을 떠올렸다. 이 컨셉이 여행과 혁신이라는 루이 비통의 유산과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여겨 이를 제안했다. 그 결과 2009년 땅부르 스핀 타임(Tambour Spin Time)을 통해 스핀 타임 컴플리케이션이 장착된 첫 시계를 선보였고, 루이 비통과의 첫 협업이 시작되었다.
올해 출시한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컬렉션은 기존 ‘스핀 타임’ 컴플리케이션을 더 발전시킨 모델로 구성된다.
2009년 첫선을 보인 스핀 타임 컴플리케이션은 회전하는 큐브를 통해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에 독창적이고 유쾌한 접근법을 적용하며 시간을 표시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새로운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컬렉션은 이 유산을 기반으로 기존의 기발한 메커니즘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 요소와 기술적 진보를 더해 더 발전한 모습이다. 오리지널 스핀 타임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워치메이킹의 한계를 지속적으로 뛰어넘었다. 첨단 소재, 세련된 미학, 향상된 기능성으로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의 철학을 구현한 것이다. 특히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컬렉션의 모든 모델에는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이 자체 개발 및 제작한 무브먼트인 인하우스 칼리버가 탑재되었으며, 이를 통해 타임피스 하나하나가 탁월한 품질과 혁신에 대한 메종의 헌신을 입증한다.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컬렉션에 탑재된 새로운 칼리버는 기술적 정교함을 넘어 스핀 타임 컴플리케이션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 설계됐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만들 때 디자인과 기술적 요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컬렉션에서는 새로운 칼리버에 여러 가지 개선을 시도했다. 우선 스핀 타임 메커니즘에 사용된 큐브를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기존 스핀 타임 모델에서는 가장자리가 직선 형태인 큐브를 사용했지만,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에서는 네 면이 부드럽게 곡선을 이루는 쿠션 형태 큐브를 채택한 것이 첫 번째 변화다. 미세하게 형태를 조정한 덕분에 큐브 표면에서 빛이 더욱 섬세하게 반사되며 시각적으로도 한층 매력적이다. 큐브 상단에 탑재한 미러 폴리싱 네일(Nail)은 더 세련된 우아함을 선사한다. 기술적인 변화는 새롭게 설계된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리지널 스핀 타임의 컨셉을 한층 발전시킨 새로운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구조를 설계했다.
작동 원리가 궁금하다.
업그레이드된 컴플리케이션은 기존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 즉 이전 시간이 사라지는 동시에 현재 시간이 나타날 때 두 개의 큐브가 즉각적으로 점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각 큐브 하단에 배치된 몰타 크로스(Maltese Cross) 기어를 새롭게 설계해 특허를 획득했다. 기존 메커니즘에서는 12개 큐브 각각의 스템에 몰타 크로스 기어를 적용해 두 개의 큐브가 동시에 회전하도록 설계했다. 반면 새로운 메커니즘은 두 번째 몰타 크로스를 추가해 훨씬 적은 에너지로 시간을 앞뒤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시간 변동 없이 정확하게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에어 안티포드’와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에어 플라잉 투르비용’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 같다.
두 시계를 제작할 땐 디자인과 기술적 요소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에어 안티포드(Tambour Taiko Spin Time Air Antipode)’는 스핀 타임 메커니즘, 24개 타임 존과 함께 보여주는 낮·밤 인디케이터를 결합한 독창적인 월드 타임 디스플레이를 소개했다. 혁신적인 컴플리케이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점핑 아워 디스플레이와 회전하는 세계지도 디스크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정교한 무브먼트 구조가 필수적이었다. 이를 통해 기능과 함께 시각적 조화가 완벽했다. ‘땅부르 타이코 스핀 타임 에어 플라잉 투르비용(Tambour Taiko Spin Time Air Flying Tourbillon)’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스핀 타임 에어의 디스플레이 방식에 전통적인 플라잉 투르비용을 더한 제품이다. 제한된 크기의 케이스 중앙에 두 가지 메커니즘을 탑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
‘땅부르 컨버전스’ 컬렉션은 디지털 요소 없이도 미래지향적이면서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시계 제작 방식에 현대적인 해석이 어떻게 가능했나?
‘땅부르 컨버전스(Tambour Convergence)’를 제작하면서 클래식한 워치메이킹 기법을 현대적 관점과 조화롭게 융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과거의 몽트르 아 기셰(Montres à Guichet)에 경의를 표하면서 현대적인 우아함을 담아 재해석하고자 했다. 1920~1930년대에 등장한 몽트르 아 기셰는 아르데코 디자인이 유행하던 당시, 시간과 분을 시곗바늘 대신 플레이트 위에 자리한 두 개의 작은 창인 기셰(Guichet)를 통해 표시하는 디자인이다. ‘땅부르 컨버전스’는 두 개의 회전 디스크가 작은 창을 기준으로 서서히 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하는 드래깅 미닛(Dragging Minute)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프랑스 아니에르(Asnières) 지역에 있는 루이 비통 가문의 저택 내부를 연상시키는 기셰 디자인이 돋보이며, 시는 위쪽 아치형 기셰를 통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분은 아래쪽 아치에서 표시한다. 두 기셰 사이에는 마름모꼴의 마커인 로장(Lozenge)을 배치해 직관적인 방식으로 시간을 읽게 했다. 이 시계를 통해 전통을 계승하며 워치메이킹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기술을 통해 장인 정신의 가치를 높였다. 연속적이고 유려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드래깅 미닛 디스플레이는 ‘땅부르 컨버전스’의 정제된 우아함을 강조한다. 부드럽고 점진적으로 이동하는 분침이 시계의 미적 매력을 극대화하며, 타임리스한 세련미까지 선사한다. 드래깅 미닛 디스플레이는 이 시계가 지닌 클래식하고 절제된 디자인 언어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땅부르 컨버전스’에서 루이 비통의 DNA인 ‘여행’을 어떻게 반영했나?
‘땅부르 컨버전스’ 로즈 골드 모델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파티나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여행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는 루이 비통의 핵심 가치다. 오랜 시간 여행을 함께한 트렁크나 소중히 간직한 액세서리가 그 흔적을 통해 개성을 얻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로즈 골드의 땅부르 컨버전스 역시 착용자의 시간과 함께 진화한다.
‘땅부르 컨버전스’를 관통하는 미학이 궁금하다. 기존 ‘땅부르’ 컬렉션이 지닌 아이덴티티를 ‘땅부르 컨버전스’를 통해 어떤 식으로 발전시켰나?
‘땅부르 컨버전스’ 컬렉션의 기본적인 미학은 클래식한 우아함과 현대적인 세련미의 조화다. 기존 ‘땅부르’ 컬렉션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새롭게 디자인한 러그는 ‘땅부르 컨버전스’를 기존 ‘땅부르’ 컬렉션과 차별화하며, 땅부르 라인에서 미적 다양성이 확장되는 새 시대의 서막을 알린다. 러그 상부 표면은 수작업으로 폴리싱한 반면 측면 외부 표면은 비워내고 마이크로 샌드블라스트의 서로 대비되는 마감을 통해 시각적 세련미를 더했다. 또한 ‘땅부르 컨버전스’에는 루이 비통의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집약한 인하우스 케이스와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케이스 제작은 라 파브리끄 데 부아티에(La Fabrique des Boîtiers) 워크숍에서 전 과정이 이뤄지며, 탁월한 장인 정신과 디테일에 대한 집념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름 37mm의 케이스에는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에서 개발하고 제작한 새로운 인하우스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칼리버 LFT MA01.01이 자리하고 있다. 이 셀프와인딩 기계식 무브먼트는 45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며, 시간당 2만8,800회의 높은 진동수로 정밀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
미셸 나바스에게 ‘완벽한 시계’란?
시계를 보며 기술력이나 디자인, 기능, 또는 독창성에 감탄하며 잠시 매료될 순 있다. 하지만 완벽한 시계는 망설임 없이 매일 손목에 차게 되는 시계다. 단순히 아름다워서, 진심으로 좋아해서 착용하는 시계 말이다. 시간만 표시하든,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을 갖췄든, 중요한 것은 손목에 완벽하게 맞으며 편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외의 순간에는 착용한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야 한다. 무엇보다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시계를 위해 잠시 풀어두었다가도 바로 그리워지는 그런 시계가 바로 완벽한 시계다. (VK)
- 에디터
- 신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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