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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시간’ 오웬 쿠퍼가 꿈꾸는 미래

2025.03.25

‘소년의 시간’ 오웬 쿠퍼가 꿈꾸는 미래

Stefan Bertin

넷플릭스 신작 <소년의 시간(Adolescence)> 1화를 보고 난 후, 아들 방의 문을 열었다. 아들은 태양계에 관한 책을 읽으려 애쓰고 있었고, 나는 그의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생각이란 걸 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특히 부모는 더더욱), 한 소년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매노스피어(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장 독한 구석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거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무력감과 보호 본능이 동시에 올라왔다. 그것이 내가 그의 이불 속으로 들어간 이유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로 주목받은 오웬 쿠퍼(Owen Cooper)는 오늘날의 남성성, 창의성, 그리고 내 아들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모든 사람에게는 창의적인 면이 있다고 봐요.” 금요일 밤, 호텔 방에서 줌으로 인터뷰하며 쿠퍼는 거듭 강조했다. “모든 14세 워킹 클래스들이 연기를 배우고, 자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결국 선택의 문제예요. 평범하게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걸 할 것인지요.” 나는 쿠퍼에게 드라마에선 그저 그림을 끄적거리는 것만으로도 SNS가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그 또한 동의했다. “100%요. 혹시 창피하거나 누가 볼까 봐 걱정된다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걸 알아야 해요. 만약 제가 (연기를 하며 느끼는) 부끄러움을 피하려 했다면 지금 여기 없었을 거예요. 이 모든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심리학자 브리오니 아리스톤 역의 에린 도허티는 쿠퍼가 3화에서 보여준 연기를 “경이롭다”고 극찬했다. Courtesy of Netflix

나는 내 남편이 이스트 런던의 공공 주택단지에서 자란 워킹 클래스 소년으로, 과거 안나 셰어(Anna Scher) 극단에 들어갔던 이야기를 했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턴트를 배우고 싶어서였다고 그에게 말했다. “와, 저도 스턴트 해보고 싶어요.” 쿠퍼가 말했다. 그럼 언젠가 액션 영화에서 그를 볼 수 있을까? “아마도 톰 크루즈처럼은 안 될 거예요.” 쿠퍼는 웃으며 덧붙였다. “롤러코스터 타는 것도 무서운데 비행기 옆에 매달리는 건 상상도 못해요. 하지만 절벽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쿠퍼는 <소년의 시간> 이후 에이미 루 우드(“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재미있는 사람으로 꼽힐 것!”)와 함께 코미디 TV 시리즈 <필름 클럽>을 이미 촬영했고, 올해 BBC에서 방송한다. 지금은 에머랄드 펜넬 감독의 <폭풍의 언덕> 각색작을 찍고 있다. “이번 주엔 호텔을 네 군데나 돌아다녔어요. 지금 있는 곳이 제일 나아요. TV에 넷플릭스도 나오고, 베개도 좋아요.”

“어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기뻐하는 듯 보였죠. “전 디카프리오의 커리어 정말 갖고 싶어요.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처럼 되고 싶고요.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대부> 같은 영화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지만,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장고: 분노의 추적자>, <인셉션>, <셔터 아일랜드> 등 레오가 출연한 영화 중 나쁜 영화는 없는 것 같아요.”

쿠퍼는 ‘소년의 시간’으로 BAFTA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Stefan Bertin

이 드라마는 내용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각 1시간 분량의 에피소드는 모두 ‘원 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즉 장면마다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단 1초도 눈을 뗄 틈이 없다. 어떻게 쿠퍼는 그 긴 대사를 외웠을까? GCSE(영국 내 중등 졸업 시험) 영어 시험보다 더 많은 페이지였을 텐데. “그걸 어떻게 해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쿠퍼가 고백했다. “2주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는데, 정말 미친 듯이 방에 틀어박혀서 외웠죠.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대사가 잘 안 보일 정도였어요.”

‘제이미’라는 캐릭터를 위해 어떤 배경 이야기를 설정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스티븐과 잭이 정말 설정을 잘한 부분이 있어요. 제이미는 그저 평범한 아이예요. 가족도 그렇고요. 그게 핵심이에요. 소셜 미디어는 누구에게나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어떤 계층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이미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고, 소셜 미디어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생각이 점점 망가져버리죠. 그리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요. 자기 인생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영원히 바꿔버리는 일이요.”

그렇다면 우리는 스마트폰을 다루는 방식을, 특히 어린이를 위해 완전히 재고해야 할까? “어떤 아이들은 일곱 살 때부터 휴대폰을 갖기도 해요. 저는 열한두 살쯤에 처음 휴대폰을 가졌고, 중학교 들어가면서 중독이 시작된 것 같아요. 교복 주머니에 늘 있으니까요.”

‘소년의 시간’ 캐스팅을 맡은 스티븐 그레이엄은 5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쿠퍼를 뽑으며, 그가 “젊은 조디 코머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Courtesy of Netflix

보통이라면 열다섯 소년에게, 금요일 밤 화상 채팅으로 육아 조언 따위를 구하진 않았겠지만, 쿠퍼는 놀랍도록 사려 깊고 배려심이 있으며 단단해 보였다. 그래서 물었다. 내 아들이 착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어요. 아이들을 늘 감시할 순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가 더 클 때까지는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사용하게 되면 꼭 직접 확인하세요. SNS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요. 나쁜 일은 분명히 영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친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들과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 내가 “드라마 동아리 들어가볼래?”라고 물었더니 아들이 대답했다. “아니, 그냥 우주에 대한 책을 읽는 게 좋아.”

Nell Frizzell
사진
Stefan Bertin, Courtesy of Netflix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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