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변화가 찾아온 시대를 추억하는 특별한 주얼리.

노르웨이 오슬로의 국립 박물관에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숨겨진 명작이 자리하고 있다. 푸르른 들판과 여유를 누리는 파리 시민의 모습을 담은 회화 작품은 ‘1867년의 만국박람회 풍경(View of the 1867 Exposition Universelle)’. 나폴레옹 3세의 주도 아래 열린 이 박람회에서는 전 세계 첨단 기술과 놀라운 공예를 만날 수 있었다. 일본 공예가 서양에 전파되며 ‘자포니즘’이라는 예술 사조가 탄생했고, 마네의 작품에 자리한 열기구처럼 하늘을 나는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무려 1,100만 명이 ‘신세계’를 목도하기 위하여 파리를 찾았다. 프랑스 화가는 조용히 그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같은 해 박람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었다. 견고하고 뛰어난 미의식을 담은 트렁크는 전 세계 공예 작품과 견주어도 탁월한 작품성을 자랑했다. 그리고 16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루이 비통의 주얼리 & 워치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앰피시어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는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위해 미래 세상이 펼쳐지던 19세기로 돌아갔다. 지난해 프랑스 생트로페에서 처음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어웨이큰 핸즈, 어웨이큰 마인즈’는 19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공예와 과학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올 초 파리에서 그녀는 두 번째 챕터를 펼쳐 보였다.

총 일곱 가지 테마의 작품 50점은 앰피시어트로프가 이야기하는 혁신의 놀라움을 드러낸다. 당시 프랑스 궁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구의 꽃 모티브는 8.69캐럿의 모잠비크산 루비가 반짝이는 ‘스플렌더’ 목걸이로 변모했고, 산업혁명의 혁신은 정교하고 규칙적인 반복이 매력인 ‘비전’ 목걸이로 해석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운 에펠탑에 대한 헌사도 잊지 않는다. 3,923시간 이상의 작업 끝에 완성된 ‘빅투아르’ 목걸이는 옐로 골드에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기하학무늬가 보여주는 건축적인 매력이 일품이다.

컬렉션은 시각적 변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프랑스 과학자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한 ‘푸코의 진자’는 푸르른 카슈미르산 사파이어가 반짝이는 ‘그라비테’ 목걸이의 근원이 되어준다. 그리고 눈을 뜬 마음과 손을 향한 찬가는 ‘엘레강스’ 테마에서 빛을 발한다. 루이 비통만의 LV 모노그램 스타 컷이 일정하게 이어진 헤드밴드와 손을 덮는 팔찌는 우리 손과 연결된 예술혼을 정직하게 표현한다. 메종은 이번 컬렉션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프랑스 도자 예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피나미널’ 테마를 통해 남성을 위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다이아몬드 조각이 차보라이트로 장식한 나침반을 밧줄처럼 감싸는 디자인은 하이 주얼리의 영역을 넓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준다.

“컬렉션은 지난 100년간의 프랑스 역사를 여행하는 과정입니다. 놀라움이 폭발한 19세기에는 프랑스만의 노하우가 엄청나게 발달했습니다.” 지난해 생트로페에서 컬렉션의 첫 번째 챕터를 선보이며 앰피시어트로프는 컬렉션의 시작을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컬렉션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의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루이 비통이 출범하고 이어진 노하우와 발견, 발명, 미래를 향한 시야까지.” 프랑스 건축을 목걸이로 표현하고, 천문학 아이디어를 귀고리로 옮겨오는 건 새로운 도전에 가깝다. 이번 컬렉션 역시 그런 발걸음의 연속이다. “법칙을 깨기 위해 노력합니다. 전통적인 주얼리에서 벗어나 특이한 것을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도전 속에서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의 세상은 깨어난 정신과 함께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