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극사실주의 오피스 코미디의 아찔한 매력 ‘직장인들’

2025.04.10

극사실주의 오피스 코미디의 아찔한 매력 ‘직장인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직장인들>은 아재, 밀레니얼, 젠지의 세대차를 풍자하면서도 모든 세대에 연민을 담아내서 정이 간다. <막돼먹은 영애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시리즈, <음악의 신> 등과도 맥이 닿는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직장인들>은 개그맨 신동엽이 운영하는 DY기획에 매 화 다른 연예인들이 방문해서 회의를 한다는 설정이다. 예컨대 혜리는 광고 계약을 하러 왔고 최지우, 고수, 강하늘은 이미지 컨설팅을 받으러 왔다. 회의실에서는 그들의 기존 이미지에 대한 품평, 비꼼, 놀림이 난무한다. 혜리에게는 소셜 미디어를 맨 정신에 하냐고 묻거나 “재밌네”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해서 최근 스캔들을 농담으로 승화하고, 최지우에게는 나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김원훈이 진지하고 눈치 없는 주임 캐릭터로 민감한 질문을 도맡고, 능글맞은 이수지 과장이 그를 타박하는 척 인터뷰이를 달래서 정색할 수 없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SNL 코리아>처럼 대중문화 밈에 민감한 시청층을 타깃으로 하되 콩트 요소를 단순화하고 현실성을 더한 것이다. 풍자의 대상이 성공한 유명인이고, 특정 세대와 성별에 대한 과장된 일반화가 덜한 것도 <SNL 코리아>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인이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게스트의 이미지를 활용한 짓궂은 인터뷰 외에 <직장인들>의 다른 한 축은 오피스 코미디다. DY기획은 연예인 사장의 인맥으로 간신히 먹고사는 작은 회사다. 직원들은 작은 이익과 복지에 연연하며 수시로 눈치 게임을 벌인다. 엉뚱하고 지질하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에피소드가 많다.

고정 캐릭터 간 호흡도 훌륭하다. 신동엽, 이수지, 김민교, 김원훈, 지예은은 워낙 콩트의 달인들이라 상황 해석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이번 작품에서 그들은 익살을 절제하고 리얼리티에 집중한다. 시청자들이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인지 궁금해할 만큼 허를 찌르는 대사가 진지함과 상충하면서 자주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김원훈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제딴에는 똑똑하고 솔직한데 사회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 생각하고, 맥락 파악에 서툴고, 눈치 없이 굴다가 끝내 상대방을 정색하게 만들고 마는, 흔한 소통맹 유형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직장인들>은 이런 코미디언들의 능청에 현봉식, 카더가든, 아이돌 윤을 투입해서 차분함을 더했다. 배우 현봉식은 최근 이직했다는 설정으로, 코미디언들의 천둥벌거숭이 같은 언행을 어질어질한 표정으로 지켜보곤 한다. 나이보다 겉늙었다고 놀림받고, 이수지의 추파에 당황하는 등 다른 캐릭터들이 놀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리액션으로 장면의 의도를 이해시키는 역할이다. 카더가든(사원)은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 사장 신동엽을 꼼짝 못하게 만들지만 의외로 게스트를 위해 케이터링에 공을 들이고 자기를 견제하는 김원훈을 말 몇 마디로 구워삶는 등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원 역이다.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 멤버인 윤은 지예은과 더불어 젠지 문화를 게스트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이다. 저마다 현실에 있을 법해서 공감이 가는 캐릭터들이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스틸 컷

<직장인들>은 2월 22일 시작해 일단 6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모처럼 오피스 시트콤의 매력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 장기 시리즈로 돌아와도 승산이 있을 듯하다.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포토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