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선물하기 좋은 다정한 시집 5
최근 유튜브 채널 <김나영의 노필터티비> 집 소개 코너 ‘김나영의 똑똑똑’에는 작가 이슬아, 시인 이훤 부부가 출연했습니다. 김나영의 방문을 기념해 이훤이 그녀의 가족을 위해 다정한 시 한 편을 선물하자 김나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마움을 표했죠. 이처럼 다정한 시는 감동적인 선물이 되는데요, 시를 직접 쓰지는 못하더라도 소중한 이에게 시집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요? 봄을 맞는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에 따스한 울림을 전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홉 살이 되었습니다/ 이준이는 나의 가장 친한 동생/ 엄마는 나의 가장 큰 집// 엄마는 눈꺼풀이 얇아서 자주 웁니다/ 너에게 좋은 것을 줄게/ 말하면서 울고/ 자전거를 타는 나를 보며 웁니다//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면 안 돼/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엄마는 카메라에 찍히는 사람/ 엄마를 모르는 사람들이 엄마를 기억합니다// 작년에는 너무 빠르게 자라는 이준이와/ 나를 보며 엄마가 말했습니다/ 엄마가 많이 많이 기억해놓을게/ 많이 기억하는 어른은 슬퍼지나 봅니다// … // 신우야 이준아/ 너희의 모국어가 될게/ 엄마라는 나라에 계속 놀러와// 엄마를 배우는 동안 내가 아는 지도가 늘어납니다// 나는 그 나라를 좋아합니다/내가 제일 그리운 표정들은 다 거기 삽니다// 엄마도 여기 계속 놀러와/ 그냥 놀러와 – ‘놀러와’
<도넛을 나누는 기분>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황인찬, 박소란, 양안다, 박준, 유희경 등 자신만의 고유하고 개성 넘치는 시 세계를 구축한 젊은 시인 20명이 저마다의 10대 시절을 추억하며 쓴 창작 시 60편을 모은 시집입니다. 또한 시 초심자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평소 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도/초인종이 있다면 좋을 텐데//비밀을 말하고 싶을 때 띵동,// 문이 열리면/ 들어왔다 나왔다 가벼워질 텐데// 문이 열리지 않아도/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염없이 서 있을 필요가 없을 텐데// 그 애가 띵동,/ 내 마음의 초인종을 누른다면// 한 번은 문을 열고/ 한 번은 문을 열지 않을 텐데 … -‘띵동,’, 김현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봄은 절기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죠. 김민정 시인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절기를 배경 혹은 주제로 삼아 쓴 시가 가득해 시간의 흐름을 글자로 선명히 감상할 수 있으며, ‘춘분 하면 춘수’,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등 봄에 관한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들고 간 민음사판 『김춘수 시전집』에서/ 선생의 시 「은종이」에 끼워뒀던/ 은색 껌종이를 꺼내어 접었다 폈다,/ 사지 달린 은색 거북이 한 마리/ 댁네 탁자에 놓아두고 왔다// 훗날 선생은 1999년 4월 5일 새벽 5시경이라/ 아내의 임종을 기억해내시었다// 우리가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오랜만에 만난 사진작가와 술잔을 기울이다/ 1999년 이른 봄쯤이라는 계산을 마치는 데는/ 선생의 아내 사랑이 컸다 -‘춘분 하면 춘수’
<마중도 배웅도 없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통해 한국 현대시의 외연을 폭넓게 확장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박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가 지난 4월 11일 출간되었습니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은 그리움과 상실에 대해 다루면서도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주며, 삶의 푸르른 생명력을 조명합니다.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지만 좀처럼 구경을 가는 법이 없다 지난봄에는 구례 지나 하동 가자는 말을 흘려보냈고 또 얼마 전에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들판을 둘러보자는 나의 제안을 세상 쓸데없는 일이라 깎아내렸다 어머니의 꽃구경 무용 논리는 이렇다 앞산에 산벚나무와 이팝나무 보이고 집 앞에 살구나무 있고 텃밭 가장자리마다 수선화 작약 해당화 백일홍 그리고 가을이면 길가의 국화도 순리대로 피는데 왜 굳이 꽃을 보러 가느냐는 것이다 만원 한장을 몇 곱절로 여기며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시선까지 절약하는 법을 알게 된 듯하다 세상 아까운 것들마다 아낀다는 것이다 -‘아껴 보는 풍경’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지난해 출간된 이병률 시인의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겨울에 시집 출간 제안을 받고 바로 눈 내리는 곳으로 떠난 시인이 겨우내 사랑에 대해 써 내려간 시를 모아 봄에 펴낸 책입니다. 시집은 시인이 오래 품어왔으나 끝내 잃어버려야만 했던 사랑의 순간들을 오롯이 담아낸 69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우리 삶의 절망과 희망이 교직되는 순간순간을 절실하게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으며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고명재 시인의 첫 시집. 사라짐과 죽음, 몸과 사람, 이야기와 시를 소재로 삼은 다양한 시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랑’의 감정이 모든 작품을 관통합니다.
너는 불이니 꽃이니 죽고 싶을 때마다 끝 모를 숲을 홀로 걸었다 너는 숲이다 낮인데 밤이다 물불과 술이다 서슴지 않고 어디서든 자유를 찾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리듬이라고 한다 빛을 먹고 푸르게 타는 걸 식물이라고 -‘아름과 다름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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