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브래지어, ‘불릿 브라’가 돌아왔다는 의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빈티지 속옷은 금지된 영역입니다. 하지만 제겐 오페레타에 나온 메리 위도우(Merry Widow)처럼 25개의 훅 앤 아이가 달린 속옷으로 몸을 감싸거나, 티 로즈 컬러의 실크 불릿 브라에 레이스업 거들까지 갖춰 입는 게 아침 루틴입니다. 열다섯 살 때 빈티지에 빠진 후부터 옛날 속옷을 즐겨 입죠.

파리에서 열린 미우미우의 2025 가을/겨울 런웨이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습니다. 모델들은 캔디 핑크 니트 톱 아래, 뾰족한 가슴을 유쾌하게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침내 ‘불릿 브라(Bullet Bras)’, 총알 브래지어가 다시 돌아온 겁니다.
쇼를 마친 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여성성이 필요할까요?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요?”라고 기자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속으로 ‘프라다 여사가 지금 브래지어로 농담을 하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미국 <보그>의 패션 평론가 사라 무어(Sarah Mower)의 패션쇼 평을 읽으며 곱씹어봤습니다.

“브래지어, 브로치, 모피처럼 전형적인 여성성의 상징에서 뭘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런 위험한 시기, 지금 같은 전시에 도움이 될까요?”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프라다 여사의 불릿 브라는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토피도 브라(Torpedo Bra, 어뢰 브라)’라는 별칭도 있으니 이름은 다소 폭력적으로 들리지만, 이 브래지어는 바이어스컷을 통해 가슴을 뾰족하게 만드는 디자인에서 유래했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디자인은 제1·2차 세계대전 중에도 인기를 끌었고요.
“불릿 브라가 처음 나왔을 땐 ‘뾰족할수록 좋다’는 말이 유행이었어요.” 빈티지 란제리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딜러 ‘일리사(Illisa)’가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죠. 그녀는 맨해튼 아트 앤 앤티크 센터 3층에 보석 상자처럼 작은 매장을 운영하며, 19세기 후반부터 1940년대까지 속옷과 1950년대의 코르셋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애디슨 레이, 마돈나, 장 폴 고티에 같은 유명 인사들이 매장을 찾죠. 그녀는 “<브리저튼> 이후 젊은 여성들이 빈티지 란제리에 관심을 가지며 찾아오고 있어요”라고 최근 경향을 소개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제 10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푸쉬업’ 브라가 유행했죠. 하지만 제게는 빅토리아 시대의 브라가 필요했습니다. 1940년대와 1950년대 원피스는 그때 유행하던 속옷과 같이 입을 때 가장 잘 맞았거든요.
사실 일리사의 숍을 둘러보는 건 수줍은 사람에겐 멋쩍은 일입니다. 겉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서 있으면, 그녀가 핑크색 파스텔 상자와 옷걸이 더미에서 딱 맞는 것을 찾아내거든요. “1940년대 것부터 시작해 제가 가지고 있는 불릿 브라만 해도 1,000개는 될 거예요” 그녀는 그중 한 가지를 골라 마돈나나 고티에 스타일로 변신케 하죠. 제 경험에 비춰볼 때, 빈티지 브라는 골디락스의 세 번째 침대처럼 직접 입어보기 전까진 몸에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고 속옷이 꺼려진다고요? 미우미우의 가을/겨울 컬렉션 룩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A Bra That Fits‘ 사이트에 따르면, 제니크(Jeunique)가 예전 방식으로 커팅된 모양을 유지하는 유일한 현대식 브래지어입니다. 하지만 방문 판매만 하고, 사이트의 ‘Find a Fitter’ 부분이 제 노트북과 휴대폰에서 작동하지 않았죠.
콘테사 밀스(Contessa Mills)의 세라핌(Seraphim) 컬렉션에는 블랙과 샴페인 컬러의 실크 소재 불릿 브라 & 팬티 세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스는 핀업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에 대해 “제 목표는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적인 란제리의 매력과 현대적인 편안함을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죠. “과거의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뿐 아니라 착용자의 아름다움을 기념하는, 편안하고 안전하면서도 매혹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확실히 세라핌 세트는 비슷한 스타일의 1940년대 빈티지 브라보다는 착용하기 훨씬 쉬웠습니다.
아락스(Araks)의 윌로우(Willow) 브래지어는 실크 샤르뫼즈와 아주 고운 코튼으로 만들었으며, 실루엣은 클래식한 삼각형 모양이었지만 무지갯빛을 더했죠. 이건 제 속옷 서랍엔 없는 유쾌한 포인트였고요. 브래지어와 브라렛 모두 다채로운 색상으로 만들어 현대 속옷은 기능성뿐 아니라 ‘재미’도 포인트라는 걸 알게 되었죠.


디자이너 아락스 예라미안(Araks Yeramyan)은 “브래지어 패턴을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가슴 모양이 완전히 달라져요”라며 “솔기나 다트(컵 안쪽에 삼각형으로 접히는 부분, 브래지어 모양을 만들고 지지대 역할을 함)를 배치하는 방법에 따라 컵 모양이 달라집니다. 사용하는 원단 종류도 영향을 미치죠. 예를 들어 실크는 탄력이 없기 때문에 더 날카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죠. 일종의 조형예술 수업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발코넷 브라(Balconette Bra) 형태의 지타(Gita)나 베아트리체 브라렛(Beatrice Bralette)은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을 만들어주죠.
“당신이 이런 뾰족한 가슴 모양을 좋아하는 줄 몰랐네.”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반려자가 말했습니다. “난 그냥 네가 옛날 물건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어.”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최소한 제 스타일이 눈에 띄긴 했나 봅니다. 예라미안도 “뾰족한 가슴 라인은 확실히 여성의 몸을 강조하고 시선을 끌죠”라고 말하며 프라다의 말을 되새겼습니다. “이렇게 여성의 몸이 미디어에서 검열당하는 시대일수록, 그 자체로 반항적이고 파괴적인 미학이 되는 거죠.” 그녀의 뾰족한 포인트, 완벽하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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