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아름다운 결말, 샤넬 2025 가을/겨울 컬렉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매듭이 그랑 팔레를 가득 채웠다.

가브리엘 샤넬에게 리본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존재였다. 가브리엘 샤넬이 평생 사랑했던 이 매듭은 그녀의 손끝에서 수없이 변주되며 여성성과 자유로움, 절제된 우아함을 상징하는 하우스의 코드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3월, 거대한 검은 리본이 샤넬의 오랜 무대인 그랑 팔레를 휘감았다. 2025 F/W 컬렉션을 완성한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하우스의 창립자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수단으로 리본을 택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리본을 도구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목에 묶고, 프린트하고, 수놓고, 잘라내고, 뜨개질하고, 헤어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등 가능한 거의 모든 방식이 총동원됐다. 그중에서도 실크 블라우스에 매듭처럼 묶인 리본은 하우스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샤넬이라는 이름이 영혼처럼 각인된 상징이었다.
‘트위드 수트를 어떻게 다시 쿨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숙제는 마티유 블라지에게로 향하고 있지만, 당장의 대답은 그들의 몫이었다. 트위드에 트롱프뢰유 튤을 덧입혀 은은한 잔상을 남기는 방식으로 대답 대신 가능성을 제시했다. 목에 나비 모티브의 검정 리본을 더하는 등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요소도 등장했다.
트위드 수트와 시프트 드레스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코 샤넬이 즐겨 입었던 화이트 러플 칼라가 부활하며 블랙 재킷과의 대비를 통해 고전적인 우아함을 강조했다. (같은 시즌 디올과 맥퀸에서도 유사한 러플 장식이 등장했다.) 크림빛 시폰 러플이 트위드 드레스의 밑단과 어깨, 목선을 따라 흐르며 여운을 남겼다.
모두가 알다시피 칼 라거펠트는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에 유쾌한 반전과 자유로운 해석을 거듭하며 유연한 변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의 든든한 오른팔 버지니 비아르의 시대를 지나, 지금 샤넬은 마티유 블라지를 기다리고 있다. 실크 새틴 소재 슬리브 블라우스, 오버사이즈 진주 목걸이 등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템과 함께 트위드, 프린트 드레스, 니트, 파티 룩까지 각기 다른 룩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대전제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분명한 공통점은 있었다. 1980년대 칼 라거펠트가 처음 샤넬에 부임하며 선보인 과감한 시도, 우리가 ‘샤넬’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모든 것. 그 상징에 칼 라거펠트식 변주로, 샤넬은 지금 한 챕터의 결말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다. 샤넬에는 분명 고유의 언어를 정확히 구사할 줄 아는 구성원들이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새로운 방향성이다. 하우스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그 너머로 향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의 모든 시선과 기대는 마티유 블라지에게로 향한다. (VK)
- 에디터
- 고주연
- 글
- Sarah Mower
- 사진
- Acielle(Style Du Monde), Courtesy of Chanel
- SPONSORED BY
- CHANEL
추천기사
-
패션 화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
2025.04.21by 유정수
-
패션 뉴스
15인의 디자이너가 이야기하는, 패션계에서 성공하는 방법
2025.04.23by 안건호, Alexandre Marain
-
라이프
챗GPT를 많이 사용하면, 외로워진다?
2025.04.03by 오기쁨
-
Beauty
그레이에 대하여, 디올 뷰티의 라 콜렉시옹 프리베 - 그리 디올
2025.04.21by 서명희
-
패션 뉴스
은밀해서 더 매력적인 로로피아나와 '보그'의 만남
2025.04.22by 손기호
-
패션 뉴스
지금, 여성들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옷은?
2025.04.22by 안건호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