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에서 만난 영원의 코스
아테네에서 부르는 영원의 노래.
그리스 아테네를 걷다 보면 새로운 버릇이 생긴다. 골목을 벗어나거나 탁 트인 광장을 만나면 괜히 서쪽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그곳에 자리한 건 아크로폴리스. 고대 그리스 신들을 위한 신전이던 곳은 호텔 조식을 먹는 식당에서도, 제우스 신전의 흔적이 남은 들판에서도 선명하게 바라보인다. 은은한 베이지 컬러의 공중 도시는 기원전 5세기부터 그렇게 아테네라는 도시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그리고 아크로폴리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디오니소스 대리석 채석장이 있다. 그곳에서 아테나 여신의 집이었던 파르테논과 여인상이 돌기둥을 대신하는 에레크테이온을 위한 대리석을 채취해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옮겼다. 그리고 2025년 4월 2일, 코스(COS)는 그곳의 한 동굴에서 2025 봄/여름 컬렉션 패션쇼를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르네상스 시대였습니다.” 패션쇼가 끝난 다음 날 아테네 시내에서 만난 디자인 디렉터 카린 구스타프손(Karin Gustafsson)이 쇼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보통 현대적 요소에서 영감을 얻지만, 이번에는 고전 회화에서 표현된 부드러운 피부, 천의 흐름, 색감 등이 큰 영감을 주었죠. 장소 선정 과정에서 ‘대리석’이라는 요소가 떠올랐고, 아테네의 이 공간이 컬렉션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고 느꼈습니다.” 2007년 코스의 시작부터 함께한 그녀는 차분하게 컬렉션의 처음을 이야기했다.
거대한 돌산을 직선으로 깎아 내린 좁은 길을 따라 도착한 쇼장 입구는 그리스 건축을 가능케 한 펜텔릭 대리석의 절벽이었다. 그 안으로 마련된 네모난 동굴을 닮은 공간 위에는 차가운 스틸 벤치가 자리했다. 무대 중앙에는 같은 스틸 소재 계단이 특별한 런웨이가 되어주었다. 그 배경 속 거대한 원석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 이번 시즌 캠페인 모델인 애드리언 브로디와 샤론 스톤, 정소민과 이상헌 등의 게스트가 자리에 앉자 동굴 안쪽 벽을 따라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곧이어 만난 컬렉션은 우리가 잘 아는 코스의 정수 그 자체였다. 미니멀한 실루엣에 탐스러운 컬러와 도회적인 디테일이 이어졌다. 맨 처음 등장한 팬츠 수트는 넉넉한 실루엣이 편안해 보였다. “테일러링을 정말 좋아합니다. 첫 번째 룩이 우리의 테일러링을 대표하죠.” 섬세한 테일러링은 셔츠 스타일에서도 돋보였다. “여성의 옷장에 꼭 필요한 건 셔츠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일링할 수 있어요.” 구스타프손의 말대로 모델 룰루가 입은 복숭앗빛 차이니스 칼라 셔츠와 우송아가 입은 짙은 푸른색의 랩 스타일 셔츠도 인상적이었다.
컬렉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조화로운 컬러였다. 지중해 바람을 가득 머금은 레몬 컬러부터 그리스 하늘처럼 은은한 스카이 블루 계열의 민트 등은 따뜻한 계절을 위한 선택이었다. 짙은 네이비 브로케이드와 차콜 컬러 스웨이드 등은 도회적인 코스의 정체성을 담고 있었다. “컬러 카드 작업을 통해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개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컬렉션 전체에서 색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고려합니다.” 마지막을 장식한 푸른색과 복숭앗빛 드레스 두 벌은 컬러에 대한 고민과 코스의 섬세한 아이디어가 복합적으로 완성된 본보기였다.
런던에서 디자인한 컬렉션을 아테네에서 지켜보는 한국인으로서 느낀 건 코스라는 브랜드의 조용하지만 강렬한 매력이었다. “우리에게 특정 스타일 아이콘은 없습니다. 오히려 ‘마인드셋’을 강조합니다. 대도시에 살며 문화에 관심이 많고 오래 지속될 옷을 원하면서도 개성을 살리는 게 중요한 이들이 우리 옷을 찾는다고 믿습니다.” 구스타프손은 코스를 사랑하는 이들이 디자인을 만끽하면서도 자신의 멋을 잊지 않길 당부했다. 한국 고객에게 바라는 마음도 비슷했다. “자신감을 갖고, 본연의 모습보다 더 돋보이길 바랍니다. 이 옷이 하루를 함께하며,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느끼도록 도와줄 거예요.” 모델 35명이 차례대로 워킹을 마치고 동굴 밖으로 사라지자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고 찬란한 그리스의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구스타프손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백스테이지로 사라졌다. 다음 날 그녀는 다시 한번 코스의 범용적 매력을 역설했다. “쉽게 입을 수 있으며, 정교하면서도 신중한 디자인이 매력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지속 가능하도록 컬렉션을 설계했고,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2500년 동안 변치 않은 채석장에서 만나는 변함없는 매력의 옷은 그래서 더 큰 울림이 있었다. (VK)
*코스의 2025년 S/S 런웨이 컬렉션은 온라인 및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포토
- Courtesy of COS, Bureau Betak, Marco Argüello
- SPONSORED BY
- COS
추천기사
-
패션 화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
2025.04.21by 유정수
-
Beauty
앙젤(ANGÈLE)과 함께한 샹스 오 스플렌디드 캠페인 공개
2025.04.17by 서명희
-
웰니스
당신이 요즘 불안하고 불쑥 짜증이 밀려오는 이유
2025.04.14by 주현욱
-
패션 뉴스
‘리에 스튜디오’ 아말리 & 세실리 무스가르 자매와 나눈 스타일 토크
2025.04.22by 소지현
-
패션 뉴스
디올 남성복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조나단 앤더슨
2025.04.18by 오기쁨
-
패션 뉴스
은밀해서 더 매력적인 로로피아나와 '보그'의 만남
2025.04.22by 손기호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