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이 만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활약 중인 박정민이 김금희 작가와 손잡고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를 만들었습니다.


‘언희(言喜)’라는 필명으로 4년 동안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에 기고한 글을 모아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출간한 작가이자, 합정동 서점 ‘책과 밤, 낮’의 주인이었던 배우 박정민은 지난 2020년 출판사 무제의 문을 엽니다. 어느 날 바닥에 누워 ‘출판사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덜컥 출판사 대표가 되었지만, ‘독자의 삶에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진지한 출판인의 마음으로 책을 출간하고 있죠. ‘제목 없음’을 뜻하는 출판사 이름 역시 이름 없는, 즉 소외된 것들을 성실하게 살피고 기록하겠다는 박정민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출판사 무제는 2020년 첫 책 <살리는 일>에 이어 지난해 8월 두 번째 책 <자매일기>를 출간했습니다. <살리는 일>은 문화부 기자이자 길고양이 급식소 10여 군데를 운영하는 박소영이 오롯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 내려간 ‘동물권’ 에세이입니다. 거리의 동물을 직접 구조하며 마주한 상황과 감정을 또박또박 적어낸 이 책은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성실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자매일기>는 박소영 작가가 동물 구조 활동을 함께 하는 친동생 박수영과 같이 동물, 영화, 지구, 책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쓴 책입니다.
지난해부터 2025년은 배우 대신 출판인의 삶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박정민이 올해 처음으로 무제에서 내놓은 책은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입니다. 빚을 남기고 사라진 선배 고수미의 고향 완주 마을을 찾은 손열매, 외계인 같은 수수께끼의 청년 강동경, 춤을 좋아하고 슬픈 이야기는 싫어하는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브르종’ 개 샤넬과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 등 어딘가 슬픔을 간직한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제각기 여름 한 철을 완주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 ‘작가의 말’ 중에서
<첫 여름, 완주>는 시각 장애인용 오디오 북을 먼저 펴낸 무제의 ‘듣는 소설 시리즈’의 첫 권인데요. 박정민은 출간에 앞서 <살리는 일>이 출간된 즈음 아버지가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과 함께, 아버지에게 자신이 만든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 시리즈를 기획했음을 밝혔습니다. 기존 소설과 달리 처음부터 오디오 북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지문과 대사 비중이 높은 이 소설은 고민시, 김도훈, 염정아 등 배우들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더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죠. <첫 여름, 완주> 오디오 북은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장애인 독자를 대상으로 먼저 공개된 상태이며, 5월 8일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됩니다.
- 사진
- 출판사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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