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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이 만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

2025.04.23

배우 박정민이 만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활약 중인 박정민이 김금희 작가와 손잡고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를 만들었습니다.

‘언희(言喜)’라는 필명으로 4년 동안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에 기고한 글을 모아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출간한 작가이자, 합정동 서점 ‘책과 밤, 낮’의 주인이었던 배우 박정민은 지난 2020년 출판사 무제의 문을 엽니다. 어느 날 바닥에 누워 ‘출판사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덜컥 출판사 대표가 되었지만, ‘독자의 삶에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진지한 출판인의 마음으로 책을 출간하고 있죠. ‘제목 없음’을 뜻하는 출판사 이름 역시 이름 없는, 즉 소외된 것들을 성실하게 살피고 기록하겠다는 박정민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출판사 무제는 2020년 첫 책 <살리는 일>에 이어 지난해 8월 두 번째 책 <자매일기>를 출간했습니다. <살리는 일>은 문화부 기자이자 길고양이 급식소 10여 군데를 운영하는 박소영이 오롯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 내려간 ‘동물권’ 에세이입니다. 거리의 동물을 직접 구조하며 마주한 상황과 감정을 또박또박 적어낸 이 책은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성실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자매일기>는 박소영 작가가 동물 구조 활동을 함께 하는 친동생 박수영과 같이 동물, 영화, 지구, 책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쓴 책입니다.

지난해부터 2025년은 배우 대신 출판인의 삶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박정민이 올해 처음으로 무제에서 내놓은 책은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입니다. 빚을 남기고 사라진 선배 고수미의 고향 완주 마을을 찾은 손열매, 외계인 같은 수수께끼의 청년 강동경, 춤을 좋아하고 슬픈 이야기는 싫어하는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브르종’ 개 샤넬과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 등 어딘가 슬픔을 간직한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제각기 여름 한 철을 완주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 ‘작가의 말’ 중에서

<첫 여름, 완주>는 시각 장애인용 오디오 북을 먼저 펴낸 무제의 ‘듣는 소설 시리즈’의 첫 권인데요. 박정민은 출간에 앞서 <살리는 일>이 출간된 즈음 아버지가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과 함께, 아버지에게 자신이 만든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 시리즈를 기획했음을 밝혔습니다. 기존 소설과 달리 처음부터 오디오 북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지문과 대사 비중이 높은 이 소설은 고민시, 김도훈, 염정아 등 배우들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더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죠. <첫 여름, 완주> 오디오 북은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장애인 독자를 대상으로 먼저 공개된 상태이며, 5월 8일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됩니다.

사진
출판사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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