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DRÉ KIM 1966년 파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패션쇼를 연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컬렉션을 선보인 고(故) 앙드레 김은 K-패션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적이면서도 미래적인 실루엣, 대담한 컬러와 디테일로 몽환적인 로맨티시즘을 추구했다. 작고 후 아들인 디자이너 김중도가 그 역사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잇고 있다. 상형문자를 아플리케로 장식한 웅장한 스케일의 블랙 플리츠 장식 드레스와 메시 소재 케이프는 앙드레 김(André Kim) 1994년 한국-이집트 문화 교류 패션쇼 작품, 조형적인 골드 스파이럴 힐의 뮬은 테스토니(Testoni).

MISS GEE COLLECTION 지춘희가 1979년 론칭한 미스지콜렉션은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모던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주며 유구한 세월이 흘러도 특유의 세련되고 우아한 감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줄자를 모티브로 극적 실루엣을 연출하는 이브닝 드레스는 미스지콜렉션(Miss Gee Collection) 2013 F/W 컬렉션.


JUUN.J 1999년 론 커스텀(Lone Costume)을 시작, ‘Juun.J’로 2007년 파리 맨즈 패션 위크에 데뷔한 정욱준은 파워풀하면서도 구조적인 룩을 시그니처로 삼는다. 로고 플레이 없이도 존재감을 뿜어내는 준지는 전 세계 유명 백화점과 편집숍에 입점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킷과 셔츠를 결합한 이너웨어와 날카로운 테일러링의 재킷을 덧입은 수트는 준지(Juun.J) 2013 S/S 컬렉션.

JINTEOK 진태옥은 1965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60년간 영원한 현역으로 대한민국 패션의 근본, 전설, 대모로 추앙받는다.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융합 속에서도 특유의 간결한 세련미가 형형히 빛나는 컬렉션은 50년, 100년 후에도 한결같이 동시대적일 수밖에 없는 마스터피스. 뷔스티에와 화이트 셔츠를 조합한 듯한 레이스 소재 셔츠는 진태옥(Jinteok) 2006 S/S 컬렉션, 크리놀린을 재해석한 레이스 스커트는 2014 F/W 컬렉션, 시스루 레이스업 부츠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체인 머리 장식은 큐 밀리너리(Q Millinery).

PUSHBUTTON 2003년 브랜드를 론칭, 2010년부터 지금까지 컬렉션을 발표하는 박승건의 푸시버튼은 젠더리스, 위트, 레트로, 스트리트, 하이브리드 등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웨어러블하게 풀어내는 데 빼어난 감각을 드러낸다. 체커보드 패턴과 독특한 실루엣이 눈에 띄는 스커트 수트와 머리띠, 신발, 장갑 등은 푸시버튼(Pushbutton) 2019 F/W 컬렉션.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눈물 소녀 프린트의 브라 톱은 푸시버튼(Pushbutton) 2021 F/W 컬렉션.

SON JUNG WAN 1989년, ‘손정완 부띠끄’를 론칭한 후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와 낭만적이고 우아한 실루엣으로 숙녀들의 워너비 룩으로 등극했다. 2011년부터 뉴욕 패션 위크에 데뷔하며 해외에 진출해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고 있다. 섬세한 플리츠 디테일과 환상적인 실루엣이 결합한 시폰 소재 이브닝 드레스는 손정완(Son Jung Wan) 2012 F/W 컬렉션, 크리스털 장식의 포인티드 토 펌프스는 지미 추(Jimmy Choo).

JINTEOK 전통 활옷의 화려한 자수 장식을 접목한 백리스 톱과 풍성한 실루엣의 데님 소재 풀 스커트는 진태옥(Jinteok) 1995 S/S 컬렉션, 레드 삼선 라인의 슬릭한 도쿄 스니커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DEMOO 1988년 데뷔한 박춘무는 자신의 이름을 응용한 브랜드 데무(Demoo)로 한국적이면서도 미니멀한 아방가르드 룩을 선보인다. 서울, 파리, 뉴욕을 무대로 패션쇼를 선보였으며 변함없이 맹활약 중이다. 좌우로 드라마틱한 띠 장식을 더한 펠트 소재 드레스는 데무(Demoo) 1999 F/W 컬렉션.

KIMSEORYONG 서양화가로 활동하다 1996년 데뷔한 김서룡은 완벽한 테일러링과 고급 소재, 독창적인 색채와 디테일로 대한민국 남성복에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남성복 클리셰에 매이지 않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패션쇼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손수 염색한 실크 소재를 일일이 손으로 주름 잡아 완성한 테일러드 재킷과 루스한 실루엣의 팬츠는 김서룡(Kimseoryong) 2007 S/S 컬렉션.


SON JUNG WAN 섬세한 플리츠 장식과 극적 실루엣이 조화를 이룬 골드 컬러 드레스는 손정완(Son Jung Wan) 2011 F/W 컬렉션, 크리스털 장식 샌들은 지미 추(Jimmy Choo).

MISS GEE COLLECTION 꽃송이를 엮어놓은 듯 환상적인 디테일의 시폰 드레스는 미스지콜렉션(Miss Gee Collection) 2006 S/S 컬렉션.
패션이 빈티지가 되는 건 언제일까? 빈티지, 아카이브, 앤티크 패션을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
1979년, 패션사 전문가 앤 홀랜더(Anne Hollander)는 수면 아래 꿈틀대는 문화적 변화를 감지했다. 그녀는 <보그> 기사 ‘빈티지 의류의 유행’에서 수십 년 된 옷에 대한 관심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음을 기록했다. 홀랜더는 역사적으로, 패션은 시간이 지나면 촌스럽고 낡아 보인다는 것을 지적했다. 스타일리시한 여자라면 엄마가 입던 옷 입기를 죽기보다 싫어했을 거다. “한때 유행하던 옷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옷이 구식이 되면 ‘예스러운’ 영역으로 강등되며, 코스튬 파티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할 때만 입게 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변화가 일었다.
대량생산, 할리우드, 동영상의 마법이 힘을 합쳐 패션을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홀랜더의 관찰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자신의 이상적인 시각적 과거를 온전히 보존하고 소유하는 유일한 존재다.” 카메라의 흔들림 없는 시선 덕에 1920~1950년대 슬릭한 실루엣과 바이어스컷은 인화지로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옷장에서도 살아남았다. 다음 세대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며 말이다.
2025년까지 빨리 감기를 하면, 홀랜더의 관찰은 거의 예언처럼 느껴진다. 빈티지는 더 이상 소수의 마니아가 즐기는 분야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세력이다. 대중문화에서 뮈글러, 알라이아, 고티에의 빈티지 피스는 레드 카펫에 주기적으로 등장하며 젠지는 틱톡 스크롤을 내리며 중고 리바이스와 디올 새들백을 찾는다. 과거, 숨겨진 부티크와 플리 마켓을 이 잡듯 뒤지며 보물찾기하던 ‘아는 사람만 아는’ 세상은 이제 퍼스트딥스(1stDibs.com),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collective.com), 더 리얼리얼(therealreal.com)에서 스크롤을 내리는 것만큼 쉬워졌다. “옛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옛날 옷을 모으는 것도 더 이상 소수의 취향이 아니며, 일반 대중이 즐기는 일상적인 즐거움이다.” 홀랜더의 예견대로 된 것이다.
욕구는 채워질 줄 모르며, 공급 체인도 그에 상응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적인 예는 파리 빈티지 꾸뛰르의 대사제 디디에 루도(Didier Ludot)가 아이코닉한 팔레 루아얄 부티크를 올해 폐점한 것이다. 이는 한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며,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과거엔 내부자만의 은밀한 영역이었지만 이제 모두가 원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의 한 분야가 되었다.
이렇듯 빈티지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빈티지라고 부를 수 있는 정확한 기준은 놓치기 쉽다. 빈티지라는 단어는 흔하고 수시로 사용되며, ‘아카이브’ 또는 ‘앤티크’와 혼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용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면 디올 슬립 드레스나 Y2K 구찌 바게트 백의 시즌을 거의 정확하게 추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빈티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가장 널리 알려진 인식에 따르면 빈티지는 최소 20년 이상, 100년 미만의 의류나 액세서리를 뜻한다. 따라서 현시점에 가장 이상적인 빈티지는 1920년대와 2000년대 초 사이에 제작된 것이다. Y2K의 로우 라이즈 진, 아슬아슬한 탱크 톱, 몸매를 드러내는 슬립 드레스가 해당된다. 이 카테고리는 유동적이어서, 각 세대가 자신이 즐기던 과거의 스타일을 더하면서 확장되기도 한다. 반면 앤티크는 엄격하게 100년 이상 된 의복에만 적용된다. 1915년에 제작한 에드워디언 티 드레스? 앤티크. 1935년에 제작한 비즈 장식의 바이어스컷 이브닝 드레스? 빈티지. 학문적 차이 외에 오늘날 현실에서 착용하는 방식으로도 구분된다.
그리고 아카이브가 있다. 점점 더 유행하는 용어로, 아카이브 피스는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지난 컬렉션에 속하는 구체적인 아이템을 가리킨다. 보관소에서 꺼낸 2010 가을/겨울 프라다 컬렉션 룩은 아카이브지만, 빈티지는 아니다. 아직까지는. 모든 아카이브 피스는 언젠가 빈티지가 되지만, 모든 빈티지를 아카이브 피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디자이너 위탁판매, 리세일, 구제, 중고 같은 용어가 있는데, 판매 제품보다 매장 형태를 이르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빈티지의 연도를 추정할 때 디테일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당신이 옷에 대해 잘 안다면 지퍼만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까지는 옆구리나 등 쪽에 금속 지퍼를 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70년대부터 플라스틱이나 나일론 지퍼가 등장했고 대량생산된 의류에 주로 사용됐다. 두툼한 금속 지퍼를 발견했다면, 20세기 중반이나 그 전에 만들어진 옷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섬유 조성표와 원단 역시 추정 도구로 쓰인다. 원단 구성과 라벨은 더 많은 힌트를 준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1960년에 섬유 조성 표기를 의무화했다. 섬유 조성 표기가 없는 옷을 발견했다면 1960년 이전에 만들었을 확률이 높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세테이트 같은 합성섬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확산되었다는 것도 참고한다. 그 전에는 실크, 코튼, 울 같은 천연 직물로 옷을 지었다.
조합 라벨, 이를테면 ILGWU(국제여성의류노동조합) 표기도 가늠의 잣대가 된다. 미국의 경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미국산 의류 표기 중 하나가 바로 ILGWU 태그다. 이 조합 라벨은 10년마다 진화했기에 온라인 차트와 비교해보면 추정 생산 시기를 더 좁힐 수 있다.
원산지와 사이즈 표기 또한 마찬가지다. 사이즈 태그에도 정보가 있다. 1960년대의 12사이즈는 오늘날 6사이즈에 가깝다. 실제보다 작은 사이즈에 대한 집착이 수십 년간 꾸준히 반영된 결과다. 원산지 라벨도 세계화와 함께 변화했다. 1990년대 이전에 제작된 의류에서 ‘Made in’ 표기를 더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디자이너 의상에서도 말이다.
이제 옷이 만들어진 구조를 살펴볼 차례다. 끝부분을 핑킹가위로 잘라 지그재그로 마무리한 솔기는 오버로크 기계 ‘서거(Serger)’가 대중화된 1940~1950년대 이전에 만들었다는 결정적 증거다. 손바느질로 마감한 밑단, 복잡한 안감 처리, 옷이 힘 있게 흐르도록 밑단을 무겁게 만든 가중 밑단도 장인 정신을 가장 중요시한 시대의 증거다.
이렇듯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속임수나 트릭이 아니다. 패션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스타일의 연대기에서 디자이너, 아틀리에, 그 옷을 착용한 이들과 교감하는 것이다. 새것처럼 깨끗한 1950년대 시스 드레스, 1990년대 갈리아노 드레스, 멋지게 낡은 록 밴드 티셔츠, 무엇을 발견하든 그 빈티지가 태어난 시대와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면 옷을 입는 단순한 행위는 훨씬 더 풍요로운 의미가 될 수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패션의 길고 긴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빈티지를 찾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 빈티지에 대한 지식은 스타일에서 결정적인 한 수가 될 것이다. (VK)
- 포토그래퍼
- 김희준
- 컨트리뷰팅 패션 에디터
- 송선민
- 글
- Lilah Ramzi
- 모델
- 박가은, 서현, 수아, 우윤서, 우정, 위금영, 이근우, 이승노, 조안 박
- 스타일리스트
- 김다해(Project S)
- 헤어
- 김귀애, 오지혜
- 메이크업
- 오미영, 이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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