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스커트의 유행, 경기 침체의 신호일까?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제시한 ‘헴라인 지수(Hemline Index)’ 이론은 미디스커트가 다시 유행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그런데 정말로 치마 길이 하나로 경기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미디스커트가 젠지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이 된 이유가 있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이 아이템이 ‘순수주의적’, 혹은 ‘청교도적’ 의상으로 분류돼 미니스커트 열풍과 대비되는 흐름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런웨이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대형 브랜드들은 그저 미니 대신 미디스커트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죠. 다리를 드러내는 것이 시원한 여름임에도, 가볍고 시원한 소재로 미디스커트를 제작해 매력을 강조하는 중입니다.
2025년, 미디스커트가 돌아왔다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긴 치마는 최근 몇 시즌 동안 ‘줄이고, 벗고, 드러내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돌체앤가바나의 보디스 버전부터 펜디의 유광 자카드 스타일, 펑크한 벨트를 더한 프라다의 포멀한 스타일까지, 미디 길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런웨이를 지배했죠. 하지만 치마가 점점 짧아지거나 무릎을 덮거나 그보다 더 길어지는 현상은, 사실 우연은 아닙니다. 1926년, 조지 테일러는 ‘헴라인 지수’를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패션과 경제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분석으로 회자되죠.

미디스커트가 경기 침체의 예고편인 이유
조지 테일러는 경기 상황에 따라 치마 길이가 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호황일 때는 스커트가 짧아지고, 불황일 때는 반대로 길어진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죠. 이 이론에 따르면, 미디스커트와 자매 스타일로 불리는 ‘롱게트(Longuette, 미디 길이의 드레스)’가 불황의 시대였던 1970년대에 유행하며, 경기 침체의 징조를 반영했다고 분석됩니다.
미니스커트는 특별한 날에만 입을 수 있지만, 미디스커트는 언제나 쓸모 있는 실용적 아이템 역할을 하는 만큼 한 벌만 있으면 어디서나 활약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 이론은 패션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적 지표’이자 ‘시대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스커트의 역사: 미디부터 미니까지
스커트 길이가 발목까지 내려온 시기는? 대공황 시기였습니다. 플래퍼 걸들이 짧은 프린지 드레스를 입고 춤추던 1920년대 찰스턴 스타일은 1929년 월스트리트의 대폭락과 함께 사라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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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서 혁명을 일으킨 미니스커트가 파리 런웨이에 등장한 건 1964년에 이르러서였습니다. 2013년 이탈리아 <보그>의 패션 저널리스트 그라치아 단눈치오(Grazia d’Annunzio)는 “꾸레주(Courrèges)가 반항적인 젊음의 상징으로 미니스커트를 발명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좋아하던 자동차 ‘미니(Mini)’에서 이름을 따 ‘미니스커트(Mini Skirt)’라 명명하고 전 세계에 출시한 것은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Mary Quant)였다”라고 쓴 바 있죠.
미니스커트는 이후 1980년대, 쾌락주의 시대까지 약 30년간 패션계를 지배했으며, 2000년대 초반 더욱 짧아진 디자인으로 팝 스타와 인터넷 세대의 잇 걸들이 다시금 열풍을 일으켰죠. 결론적으로 패션은 끝없이 돌고 돕니다.
그리고 셀럽들은 이번 봄에 미디스커트를 입고 자신들의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헴라인 지수를 의식했든 아니든, 많은 셀럽들이 주저 없이 미디스커트를 옷장에 들여놓았습니다. 폭이 넓든 몸에 꼭 맞든, 미니멀하든 맥시멀하든, 뉴트럴 톤이든 화려하고 강렬한 컬러든, 매우 다양한 모습이었죠.
찰리 XCX의 Y2K 미디스커트

코첼라에서 찰리 XCX는 로우 웨이스트의 브라운 미디스커트를 선택했습니다. 낮은 허리선, 비대칭 헴라인, 메탈 버튼 장식이 특징인 스커트에 시어 소재의 톱, 허리에 부드럽게 두른 더블 벨트와 블랙 포인티드 부츠까지, 그녀의 룩은 Y2K 그 자체였죠.
트레시 엘리스 로스의 세련된 화이트 미디스커트
세련된 스타일의 여왕인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는 뉴욕 거리에서 흰색 미디스커트를 펄럭였습니다. 구조감 있는 블라우스를 활용하는 감각을 뽐냈으며, 앞부분이 세련되게 각진 바나나 힐로 우아한 스타일링을 완성했죠.
2025년 미디스커트의 부활은 조지 테일러의 주장을 입증하는 동시에, 경제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경제 위기에 대해 현시점에 벌이는 논쟁을 고려하면, 모든 연령대 여성들의 취향과 필요를 반영합니다. 밀레니얼을 비롯해 Z세대까지 다소 수수해 보이는 스커트를 받아들이고 있죠. 이들은 숨겨진 섬세함과 관능, 실용성과 스타일까지 발굴하며 미디스커트의 새 시대를 써가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 미디스커트는 사랑받는 스커트로, 잊히지 않을 이름으로 남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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