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왕의 ‘반역의 밤’
강렬한 여성과 스트리트의 힘을 반항적인 컬렉션으로 풀어내 할렘가의 극장을 떠들썩거리게 한 알렉산더 왕의 2017 F/W 쇼.
낡은 극장 안, 메탈릭한 런웨이에 등장한 모델들의 검정 스타킹에는 ‘No After Party (애프터 파티는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문구는 허름한 백스테이지 공간에서 만난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이 입고 있던 스웻셔츠에도 적혀 있었다. 그는 잇걸 조 크라비츠(Zoë Kravitz), 멕시코의 대세 모델 이사 리쉬(Issa Lish)와 할렘가 출신인 래퍼 에이셉 퍼그(ASAP Ferg)와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스트리트 파워!’ 크리스탈로 장식된 코트, 검정 메쉬 톱과 메탈릭한 장식이 들어간 스커트를 입은 모델들에게 둘러싸인 왕이 외쳤다.
런웨이에 성큼성큼 걸어나온 모델들이 입은 옷은 분노와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했다.
이번 컬렉션은 알렉산더 왕에게 그다지 새로운 컬렉션은 아니었다. 억눌려 있는 분노, ‘날 건드리지 말라’는 듯한 태도, 가죽부터 시스루 스타킹까지 다양한 소재에 매칭된 스포티한 검정색 옷은 그의 과거 컬렉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 체크 무늬의 테일러드 코트는 매니쉬한 느낌을 더했고, 스트리트와 오피스 룩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디자이너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할렘가의 해밀턴 극장에서 열린 쇼는 무언가가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때문일까. 미국의 여성들은 분명 트럼프 당선으로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왕은 이런 감정들을 토대로 자신의 옷에 반전을 더했다. ‘No After Party’는 우리는 파티를 즐길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펑크는 약 30년 전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영향으로 영국에서 처음 탄생한 문화. 알렉산더 왕은 여기에 1980년대 스타일의 테일러링을 더했다. 이 스타일은 현재 패션계의 유행 스타일로 베트멍(Vetements)과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에게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미국의 서부 스타일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술 장식이 들어간 주머니, 카우보이 스타일의 보석 장식 등은 스트리트 룩에 신선함을 더해준 요소!
쇼장의 웅장함, DJ의 힙합 음악부터 큼직한 부츠, 커다란 메탈 손잡이 가방을 멘 관객들이 없었다해도 왕이 이번 컬렉션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넓은 어깨선과 라펠의 80년대풍 테일러드 코트와 재킷에선 파티에 적합한 다양한 아이템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깊이 파여 가슴골이 보이는 옷부터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와 ‘No After Party’ 문구가 들어간 스타킹까지.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디자이너의 메시지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Night of Treason (반역의 밤)’ 문구가 적힌 티셔츠는 무슨 의미였을까? 1970년대를 부활시킨 현시대 펑크 밴드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혹은 미국 시민들이 여성 대통령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던 때를 떠올린 것이었을까? 패션은 말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있다.
- 글
- 수지 멘키스
- 사진, 영상
- INDIGITAL MEDIA, @SUZYMENKESVOGU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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