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활극 5
<김과장>이 대한민국 회사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현재, <김과장>의 외국 사촌뻘 되는 회사활극들을 정리해 봤다.
<더 오피스(The Office)>
평범한 사람들의 직장 생활을 다룬 전설적인 시트콤. 오리지널 버전은 영국이지만 대중적으로 유명한 버전은 영국판보다 스티븐 캐럴이 주연한 미국판 <오피스>다. 소도시에 위치한 제지회사 내부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 사실감을 더했다. <오피스>의 직원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을 촬영하거나 말거나 업무에 집중하는 대신 나름의 딴짓, 남 골탕 먹이기, 험담하기, 참견하기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시간을 때운다. 모두 함께 일을 안 해도 회사는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코미디. 실제 회사생활에서 따라 하면 곤란하다.
<30 록(30 Rock)>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작가실의 정신 없는 나날을 그린 시트콤. 아이디어 부족한 작가들은 언제나 피곤에 절어 있고, 출연하는 코미디언들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며, 임원은 방송국의 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만 에너지를 쏟는 상황이다. 방송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팀워크보다는 각자의 입장과 사리사욕에만 충실한데도 시트콤은 근근이 만들어진다. 대혼란 속에서 회사라는 소우주를 풍자해내는 수준이 통쾌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한 시트콤. 일단 <30 록>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제작, 각본, 주연을 도맡아 한 티나 페이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게 될 것이다.
<매드 맨(Mad Men)>
60년대 뉴욕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프로페셔널 중년 직장인의 모든 매력을 압축한 듯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돈 드레이퍼가 주인공이다. 미모, 재능, 재력을 모두 겸비한 백인 남자지만 여자들이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는다. 주변부 조연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남성 중심 사회에 균열을 내는 과정이 핵심이어서 더 흥미로운 드라마. 60년대 미국 격변의 역사를 극전개의 일부로 꼼꼼히 녹여 넣는 한편, 당시 회사원들의 패션과 오피스 인테리어를 멋지게 고증해 복고풍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7시즌으로 종영되기까지 폭발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네 번의 에미상을 수상하며 미국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쓴 작품.
<아이티 크라우드(IT Crowd)>
대기업 건물의 어두컴컴한 지하 사무실에서 일하는 IT부서의 이야기. 상주하는 두 명의 직원이 하는 일은 다른 부서 직원들의 컴퓨터를 관리하는 것. 걸려오는 전화에 매번 “컴퓨터를 껐다 켜 봤어요?”라는 대답만 반복하며 지루한 나날을 보낸다. 회사에서 완전히 버려진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던 중 컴퓨터의 ‘C’도 모르는 부장 젠이 IT부서에 합류해 더더욱 발전 방향이 보이지 않는 부서가 되어버린다. ‘IT’라는 거창한 부서명과 달리 컴퓨터 기초의 기초 업무에만 매진해야 하는 현실. 더군다나 사무실 뒤편에선 정체불명의 고스족 사원까지 출몰한다. IT 용어를 몰라도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영국 시트콤.
<중쇄를 찍자(重版出来!)>
유도 선수의 한 길을 걸어온 코코로가 만화잡지 신입 편집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만화 주간지 판매부수 2위 ‘바이브’의 편집부에서 일하게 된 그는 다양한 만화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과 삶을 이해하면서 편집 기자의 할 일을 배워 나간다. 조용하게 업무에 매진하는 오타쿠 출신 기자들과 달리 늘 운동선수의 자세로 일에 임하는 코코로는 남다른 존재감으로 편집부에 과도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밝게 웃는 씩씩한 신입 사원을 계속 응원하게 되는 드라마. 볼 때마다 갑자기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오르면서 일을 잘 해낼 것 같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
- 글
- 홍수경(영화 칼럼니스트)
- 에디터
- 조소현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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