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도 아트일까? 디자이너 박원민과의 대화
파리에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미트리(Mitry) 지역에 있는 카펜터스 갤러리(목공소 화랑) 아틀리에. 프린트 공장이었던 낡은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아틀리에, 이곳에 입성한 가구 디자이너 박원민을 만났다.
젊은 나이에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후, 2015년 <월페이퍼> 매거진 ‘올해의 디자이너 100인’에 선정되기까지 디자이너 박원민의 노력은 남달랐다. 그것은 철저한 프로 의식과 승부욕 그리고 끊임없는 탐구 정신이었다.
“요즘은 레진 작업에서 벗어나 메탈 소재로 작업 중이에요. 재료의 특성이 더해져, 한층 깊이 있고 남성적이면서도 모던한 면이 돋보이죠.”
메탈이 주는 무게감에 섬세하게 대조적으로 처리한 디테일은 여성적이며 감성적이다. 초창기의 부드럽고 신비로우면서도 미니멀한 작업에서 정교한 금속 작업에 열중하는 그의 진보에 경외심마저 든다. 대부분의 아티스트와 달리 그는 파리 외곽에 있는 작업 공장에서 매일 정확한 양을 달성한다.
현장에서 더욱 돋보이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1. 가구와 예술은 인생에 어떤 존재로 다가오나?
가구는 집의 환경과 분위기를 주도하며 기능적인 면이 가장 강하다. 반면, 예술은 시각화된 철학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자신을 대변하는 취향이자 가치가 아닐까.
2. 본인의 가구만큼 쿨하다고 생각하는 의류 브랜드가 있나?
라프 시몬스(Raf Simons)! 선구적이지만 기본에 충실하니까. 패션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 호텔이나 미술관 가운데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있다면?
코코 샤넬의 아파트(Coco Chanel’s Apartment). 파리 캉봉가에 있는 코코 샤넬의 공간에 가본 적이 있다. 공간에 있는 모든 사물이 그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
4. 본인의 가구가 놓인 공간에 흘렀으면 하는 음악이 있다면?
내 가구가 놓인 곳은 음악이 없는 정적인 공간이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작업할 때면 항상 음악을 듣는다. 클래식부터 EDM, 팝송까지, 생각과 감정에 따라 듣는 음악이 바뀌지만 곧 그 음악이 사고와 작업의 효율에 도움을 준다.
5. 가구와 아트의 경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디자인과 아트는 사실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갈수록 그 차이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디자이너가 예술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예술가가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니까. 디자인은 대량생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지만, 내가 하는 작업은 비교적 여러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가구이기에 디자인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작업하는 과정은 기존 디자인 방법이 아닌 예술의 작업 과정과 비슷하다.
6. 미래의 계획은?
마이애미에서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6월에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Design Miami/Basel)’에 전시 계획이 있다. 또 7월에는 대만에서 부홀렉 (Bouroullec) 형제와 같이 워크숍을 진행한다. 10월 12일에는 런던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에서 금속을 주제로 한 새 작업으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 글/ 사진
- 박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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