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믿지 마세요
먹거리 가십은 자극적이다. 오늘도 TV 프로그램, SNS 괴담, 확신에 찬 친구의 목소리가 미각의 이성을 흐린다. 진실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파헤쳐본 먹거리 풍문들.
에쉬레 버터는 몸에 좋은 지방이다?
<타임>지 선정,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식재료 1001에 선정된 진한 풍미를 자랑하는 고가의 버터. 미슐랭 셰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다. 에쉬레 버터는 반경 30km 안에 있는 농가로부터 공급받은 우유를 발효시켜 만들고 풍미를 위해 살균 처리를 하지 않는다. 버터의 질은 젖소의 품종, 사육 환경과 사료로부터 시작되니 유기농 우유에서 유지방만 추려 만든 에쉬레 버터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분명히 다른 버터보다 건강한 버터라고 말할 수 있지만 버터는 버터일 뿐이다. 재료가 신선하고 제조 과정이 정성스럽다고 해서 식재료의 성질이 바뀔 수는 없다. 흔히 갖게 되는 선입견이다.
대왕 카스텔라는 건강에 안 좋다?
제빵 재료로 흔히 쓰이는 식용유를 문제 삼아 기름 덩어리 빵으로 과장 보도한 방송사는 정말 질이 나빴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이미지를 앞세웠던 대왕 카스텔라도 잘못했다. 대왕 카스텔라의 영양 성분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카스텔라나 시폰 케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당한약국 변유영 한약사는 가끔씩 간식으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대왕 카스텔라가 몸에 좋지 않다고 한다면 밖에서 사 먹는 음식 가운데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을 거예요. 식용유냐 버터냐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당량 먹는다면 문제 되지 않아요.”
햄버거는 칼로리만 높고 영양가는 전혀 없다?
변유영 한약사는 햄버거는 고칼로리 음식이지만 모든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완전식품이라고 말한다. 빵으로 탄수화물을, 치즈나 고기의 기름으로 지방을, 패티로 단백질을, 토마토, 양파, 양상추 같은 채소로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소스와 감자튀김, 탄산음료다. 머스터드소스나 케첩 등 대부분의 가공 소스는 염분과 당도, 칼로리가 높고 감자튀김 역시 고염분이 함유된 고탄수화물 음식이며 탄산음료는 고당도 음료다. 햄버거를 물이나 탄산수, 커피와 먹는다면 라면이나 칼국수, 떡볶이 등 고탄수화물 분식보다 균형 잡힌 식사가 될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는 그렇지만 문제는 밖에서 사 먹는 햄버거 패티에 어떤 고기, 어떤 부위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화학 응고제로 만든 두부는 유기농 두부이건 일반 두부이건 안 좋다?
과거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간수는 천일염에서 흘러나온 침출수이고, 현재 사용하는 글루코노델타락톤은 포도당을 누룩균으로 발효하면 만들어지는 글루콘산을 건조한 분말이다. 응고제가 천연이냐 아니냐는 꽃소금이냐 정제 소금이냐라는 물음과 비슷하다. “화학 응고제라는 말 자체가 옳지 않은 말입니다.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이고 응고제도 당연히 화학물질입니다. 유기농이건 일반이건 영양적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 보편적 평가이지만 유기농 제품을 단순히 영양적 차이만으로 생각할 수는 없죠. 환경적 측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두부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차이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솔직한 식품>의 저자 이한승의 답변이다.
히말라야 소금은 건강한 소금이다?
미네랄 성분을 84가지 함유하고 있어 건강 소금으로 통하는 히말라야 소금. 소화를 돕고 혈당 조절에 좋으며 피부에도 좋다고 소문나서 입욕제로 사용하거나 음용도 한다. WE 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이 질문을 듣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소금은 소금일 뿐입니다.” 어떤 소금도 염화나트륨 함유량이 90% 이하일 수 없다. 하루 소금 권장량이 있는데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해서 소금을 많이 먹을 수는 없다. 이한승 역시 상술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희소가치가 있는 먹거리의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하지만 그게 꼭 건강에 좋다고 보기는 어렵죠. 미네랄이 많은 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소금끼리 비교했을 때 중금속이나 방사능 위험이 없고 불순물 함유량이 낮다는 점에서 비교 우위를 가질 수는 있다.
바나나, 포도, 딸기를 제대로 안 씻어 먹으면 농약 중독에 걸린다?
포도 다이어트를 했던 송은이는 농약 중독에 걸렸다고 방송에서 얘기했고, 밥을 챙겨 먹기 귀찮아 일주일 동안 바나나만 먹었다가 트림할 때 농약 맛을 느꼈다는 경험담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문의했을 때 채소 소믈리에 협회장 김은경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농약을 치는 것도, 약품 처리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기농으로만 과일을 재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특히 수입 과일의 경우 살균제, 보존제, 방부제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국산 과일의 사정은 이보다 낫다.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뿌리는 농약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햇빛, 비바람 등에 의해 자연 분해되기도 하고, 웬만한 농약은 세척을 통해 제거되거든요. 오히려 도심에서 재배하는 과채소에 침투하는 미세 먼지나 매연이 농약보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식사빵’이라고 불리는 담백한 빵은 건강한 빵이다?
캄파뉴, 치아바타, 브뢰첸, 바게트 등은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등으로 만들기 때문에 담백할 뿐 아니라 식사를 대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버터나 설탕이 듬뿍 들어가는 디저트 빵보다 건강하다는 것이지 건강상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흰쌀밥과 잡곡밥, 흰 식빵과 통곡물 식빵의 차이 정도다. 이한승은 설탕이나 지방이 없으면 비만하거나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건강한 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나게 건강에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에디터
- 조소현
- 포토그래퍼
- KIM YOUNG HOON
- 모델
- 김종옥
- 메이크업 아티스트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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