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Treasures
패션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건 케케묵은 이야기다. 이제 다른 예술 작품과 묶였을 때 어떤 시너지를 가지는지 탐구할 때다. 패션 사진과 고전 회화의 관계를 재설정한 전시〈Vogue Like a Painting〉이 서울에 온다.
“역사상 최고의 것이 상업 예술이 아닌 적은 없었습니다. 루브르에서 볼 수 있다면 예술인 거죠. <보그>를 루브르로 만듭시다.” 사진가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예술은 수익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32년 상업 패션 잡지 <보그>의 첫 컬러 사진 커버를 장식했던 그의 사진은 예술로 여겨진다. 1892년 창간 이래 <보그>는 당대 최고의 사진가, 디자이너, 모델과 작업하며 변해가는 시대상을 패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풀었다.
지난날 우리 시대 위대한 예술가들과 <보그>의 협업을 탐험하는 전시 <Vogue Like a Painting>이 6월 24일부터 10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전시를 기반으로, 서울 전시를 위해 <보그 코리아>의 사진 등이 추가됐다. 콘데나스트 아카이브라는 보물섬에서 끌어 올린 사진 100여 점, 사진에 영감이 된 명화 레플리카 30여 점, 디자이너들의 오브제, 영상 등이 약 100일간 서울에 머무른다. <보그 코리아>가 성대한 패션 전시의 개막 전, 큐레이터 겸 콘데나스트 스페인의 프로젝트 디렉터 데브라 스미스(Debra Smith)를 만났다.
VOGUE KOREA(이하 VK) 당신은 잡지계에서 아트 디렉터로 오랜 시간 일했다. <보그>의 사진을 집대성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
DEBRA SMITH(이하 DS) 1986년 뉴욕에서 잡지 <Details>의 어시스턴트 아트 디렉터로 일한 게 콘데나스트와의 첫 인연이다. 이후에는 스페인 <보그>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했다. 일본 <보그>와 포르투갈 <보그>의 론칭에도 함께했다. 최근 10년간은 아카이브 콘텐츠로 전시를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다. 전시 기획은 내가 오랫동안 몸담은 패션지의 사진이 예술 수준에 버금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최초 전시를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사 박물관에 제안한 이유는 이곳이 중세부터 현대까지 방대한 회화 작품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진 전시로 알려진 곳보다 이곳에서 전시하면 사진이 정말 ‘그림처럼(Like a Painting)’ 보일 듯했다. 최고의 모델들, 사진가들, 오뜨 꾸뛰르 같은 옷을 사진을 통해 강조하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아울러 대중이 패션 사진에 나온 스타일과 영구 소장품으로 분류되는 박물관의 고전 회화 작품 스타일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VK 전시는 <보그>의 패션 화보로 채워진다. 당신이 처음 작업한 패션 화보가 기억나나?
DS 사실, 첫 화보를 떠올리자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하! 첫 직장이 도쿄의 <도쿄 저널>이니 아마 도쿄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 또렷이 기억하는 건 노부요시 아라키와 스트리트 패션에 관해 작업한 순간이다. 그의 인상은 아직도 굉장히 선명하다. 패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순간도 있다. 피터 린드버그가 작업한 1980년대 꼼데가르송 광고 사진. 그가 포착한 파워풀한 앤드로지너스 여성의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 있다.
VK 세실 비튼, 애니 레보비츠, 기 부르댕, 파올로 로베르시, 어빙 펜 등 이번 전시는 다양한 사진가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훌륭한 패션 사진가들의 특징은 뭐라 생각하나?
DS 그들은 사진을 찍을 때 옷이라는 물성을 뛰어넘어 생각하고, 초월적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준다.
VK 이번 전시는 스페인 전시와 어떻게 다른가?
DS 전시의 기본적 토대가 되는 내용은 같다. 하지만 한국 전시장이 좀더 크기에 지난 2년간 찾은 사진, 비디오, 옷을 더해 좀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다. 또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만큼, <보그 코리아>의 예술적 사진도 포함된다. 2007년 6월호에서 파올로 로베르시가 송혜교를 뷰파인더 앞에 세운 바로 그 사진도!
VK 패션 사진을 회화처럼 만드는 요소는 구체적으로 뭔가?
DS 전시 사진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특정 그림 혹은 그림의 사조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 둘째, 제목에 단순히 패션을 기록하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고 어떤 영원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마지막은 포토샵 리터칭. 보정 전의 최초 사진은 그림에서 스케치 같은 셈이고, 리터칭 과정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같다. 예전엔 리터칭에 부정적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고정관념을 버렸다. 만약 포토샵이 없었다면 사진을 이 정도로 크게 출력할 수 없을 테니까.
VK 각 사진은 명화가 그렇듯 미술의 사조에 따라 장르별로 설명할 수 있나?
DS 그렇다. 초상화(Portrait), 정물화(Still Life), 로코코(Rococo), 아방가르드부터 팝아트(From the avant-garde to pop art) 등등. 초상화 장르를 예로 들면 어빙 펜은 2007년 <보그>에 케이트 블란쳇이 영화 <엘리자베스>에 출연한 것과 관련해 엘리자베스 1세의 16세기 초상화를 오마주로 사진을 찍었다. 블란쳇이 화보에서 입은 의상은 당시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 의상상을 받았다. 또 패트릭 드마쉴리에가 2014년 칼리 클로스를 모델로 찍은 로코코 시대 귀족 초상화풍의 사진도 있다. 로코코 시대에는 태양에 그을린 얼굴은 노동자 계층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칼리의 얼굴은 최대한 파우더로 하얗게 칠해졌다. 더불어 근대 미술 사조로 설명할 수 있는 사진도 전시된다. 2013년 미국 <보그> 9월호에서 스티븐 클라인은 하이퍼 리얼리즘과 퓨처리즘을 결합한 화보 ‘Final Frontier’를 선보였다. 라켈 짐머만이 110톤의 철로 만든 미래적인 집을 배경으로 구글 안경을 끼고 포즈를 취한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초현실주의 장르는 팀 워커가 영국 에 글링햄에서 큰 나무에 옷을 매달고 조명처럼 세팅한 마법 같은 사진이 예가 될 수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추상화뿐 아니라 정물화 섹션도 신설했다. 그중 샘 테일러 우드(Sam Taylor Wood)가 ‘정물화(Still Life)’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비디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VK 사진 말고 다른 매체도 전시되나?
DS 사진만 있는 게 아니라 오뜨 꾸뛰르 드레스, 주얼리 등 각종 오브제를 감상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단순히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예술품에 가깝다. 호안 미로, 앤디 워홀,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으로 장식한 파리 <보그> 표지 등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할 작품으로 가득하다.
VK 스페인 전시는 성황리에 끝났다.
DS 예상치 못한 흥행이었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반응이 좋았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개인전을 열기도 어려운 거장들인데, 그들이 <보그>를 통해 한데 모였으니까. 파올로 로베르시, 그의 오랜 친구인 피터 린드버그가 함께 마드리드에 와서 오프닝에 참석했다. 물론 패션 피플들의 방문도 끊이지 않았다.
VK 전시 준비로 서울을 방문했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이미지였나?
DS 서울에 친구들이 많기에 자주 오고 싶다. 다음엔 도시 밖을 탐험하고 싶다. 한국 전통 수공예품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VK 무엇보다 서울의 가장 매력적인 패션 모먼트는?
DS 길거리에 한복을 입고 걸어 다니는 소녀들을 구경하는 순간이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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