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Out
매달 어김없이 돌아오는 그날의 저주를 피하고 싶나? ‘순면’이란 사탕발림에 가려진 일회용 생리대에 실마리가 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 초경 연령은 12세. 소녀에서 숙녀로 변모하는 기쁨은 잠시,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빠지는 ‘그날’의 비극이 시작된다.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은 고귀한 의식이지만 생리는 어떤가? 숨겨야 마땅한 부끄러운 사생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보가 부족하니 선택권은 좁을 수밖에. 그래서 생리대 선택 기준은 첫째도 둘째도 ‘사이즈’다. 매달 편의점에 들러 소형,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중 그날의 양에 맞는 사이즈로 골라 카운터로 직행, 미리 준비해둔 신용카드를 캐셔 직원에게 건네고 시선을 피해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검은 봉지에 들고 퇴장하는 패턴. 화장품 전 성분은 유별나게 따지면서 하루 종일 한 몸처럼 지내는 생리대 성분은 확인할 마음도, 확인할 수도 없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순면’만 강조되어 있을 뿐 전 성분 표시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원인 모를 생리 불순, 가려움증, 질염을 호소하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심의 화살이 생리대에 꽂혔다. 아니나 다를까, 올 초 여성환경연대가 시판용 생리대 11종을 파헤친 결과는 충격 그 자체. 11개 제품 모두에 총휘발성 유기화합물(TVOC)이 나온 데다 발암성 물질까지 포함됐으니 눈 뜨고 코 베였다는 말이 이런 건가 싶다. “다이옥신, 포름알데히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셀룰로오스일 겁니다. 염소 표백 공법의 부산물인 다이옥신의 경우 함유량이 아주 저농도일지라도 여성의 성기와 자궁의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천만한 물질이죠. 난소암, 유방암, 자궁내막증, 골반내염증, 면역 체계 저하가 그 대표 증상이라면 믿겠어요? 자궁내막증의 경우 자궁 안에 있어야 하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난소나 방광, 장, 복막, 골반 등에 증식하는 질병으로 생리 주기에 따라 작용하며 생리통과 성교통,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이채민 원장의 말이다. 3~4시간에 한 번 교체하기, 습한 곳을 피해 보관하기, 착용 전 제조 일자 확인하기 등 일회용 생리대 착용의 기본 공식을 잘 지킨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하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나 몰라라 하는 순간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각종 여성 질환은 기본, 눈살 찌푸려지는 악취는 보너스다.
팬티 라인에 붙였다 떼어내 돌돌 말아 버리면 그만인 간편함 하나로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회용 생리대의 불쾌한 이면이 불거지면서 호황을 누리는 시장이 생겼다. 면 생리대와 생리 컵이다. 대체품에 대한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심소현 교수는 면 생리대에 한 표 던진다. “유기농 면 재질로 이뤄져 확실히 피부 자극이 덜해요. 내 피부가 민감성이라면,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나 가려움증, 발진 경험이 있다면 꼭 한번 써보세요.” 일회용 생리대와 달리 교체가 어렵지 않느냐고? 패드만 따로 구입 가능해 생리대를 교체하듯 갈아 끼워주면 된다.
겐조 퍼퓸 홍보팀 박현주 차장은 올해로 2년째 생리 컵 애용자다.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생리 컵은 탐폰과 마찬가지로 질 내 삽입 방식. 그래서 조금 불편할 순 있지만 적응하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공통 반응이다. “친환경 생리대를 찾다 시판 제품은 어딘지 꺼림칙하고, 면생리대는 세탁의 불편함으로 망설이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생리 컵을 알게 됐어요. 일단 컵이 몸속에 들어가면 진공상태로 생리혈을 받아냅니다. 용량은 1온스, 약 28g으로 하루에 두세 번 갈아주면 넘칠 염려 없죠.” 유해 성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리통 제로에 세척으로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니 삽입 시 발생하는 약간의 수고를 감수하면 건강을 위해서나 환경을 위해서나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동일한 사용 방식이라도 탐폰은 비추천이다. “1세대 삽입형 생리대 탐폰은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위생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합성섬유를 포함해 장시간 교체하지 않을 경우 세균에 의한 독성쇼크증후군이 뒤따를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채민 원장의 조언이다.
내 피부에 맞지 않는 화장품을 쓰면 탈 나듯 우리의 소중한 그곳도 마찬가지다. 매달 잊지 않고 찾아오는 ‘그날’의 저주를 풀어줄 황금 열쇠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LEE SHIN 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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