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미스터리 BEST 5 – ①
<미스테리아> 편집장 김용언이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 받는 베스트 장르 소설을 엄선,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계절과는 상관 없는 명작이지만, 여름이라는 핑계로 찾아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들.
1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값진 보물 ‘몰타의 매’의 행방을 뒤쫓는 악당과 냉혹한 사립탐정과 무자비한 팜 파탈. 1930년에 등장한 이 씁쓸하고 비정하며 어두운 소설은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불멸의 전범이 되었으며, 미국의 범죄소설계는 더 이상 과거의 말랑말랑하고 ‘순수한’ 수수께끼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2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
사립탐정 필립 말로가 대부호 스턴우드 장군으로부터 의뢰 받은 사건은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가족사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단 수사를 시작하자 로스앤젤러스 전역으로 뻗어나간 부패와 타락의 범위는 말로를 압도한다. “당신이 죽어 깊은 잠에 들게 되었을 때……” 서정적이며 탐미적인 하드보일드의 전설.
3 조지핀 테이의 <시간의 딸>
병원에 몇 주 동안 꼼짝 않고 누워 있게 된 그랜트 경감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집어든 책에서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보고 상념에 빠진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처드 3세>를 통해 공고해진 이미지, 흉악한 곱추이자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어린 조카들을 런던탑에 감금시키고 끝내 살해한 천하의 악당이라는 그 이미지가, 과연 ‘진실’일까? 고전 미스터리의 전형인 ‘안락의자 탐정’ 설정을 역사 미스터리의 새로운 장으로 끌어들인 걸작이다.
4 로스 맥도널드의 <소름>
사립탐정 루 아처는 젊은 신랑으로부터 사라진 신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금방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양손에 피를 묻힌 채 죽고 싶다며 되뇔 뿐이다. 끔찍한 죄악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것은 항상 ‘부모의 죄’로 귀결된다. 제때 죗값을 치르지 않은 부모의 과거가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짓누르는 비극 앞에서,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결말 앞에서 루 아처와 독자 모두 극심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5 마이 셰발&페르 발뢰의 <로재나>
기자 출신인 두 연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번갈아 챕터를 쓰는 방식으로 완성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1권,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경찰을 조명한 선구자격인 작품이자 사회 비판 의식이 강력한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 된 작품. ‘복지국가’ 타이틀로 유명한 스웨덴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빈곤과 인종차별과 여성혐오가 어떻게 사람들의 정신을 타락시키고 범죄로 이어지는지를 관찰하는 정교한 연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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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 《문학소녀》 등 저자)
- 에디터
- 윤혜정
- 사진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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