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Dance ⑤
춤은 말로는 전해지지 않을 감성을 전하는 정직한 신체 언어다.〈보그〉는 패션이라는 변화무쌍한 대지에 무용가 16팀을 초대했다. 신체와 영혼을 표현하는 춤과 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탄생한 패션의 만남이 일으킨 아름다운 변화의 기록. – ⑤ BILLY ELLIOT, ART PROJECT BORA, 조용진&이요음, JUST JERK
BILLY ELLIOT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로 선발된 기적의 소년들,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천우진, 에릭 테일러. <빌리 엘리어트>는 올리비에 어워드 5개 부문과 토니상 10개 부문 등을 수상하고, 5개 대륙, 약 1,10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대작이다. 빌리 역은 만 8~12세, 키 150cm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아야 한다는 엄격한 신체 조건이 동반된다. 성장기의 어린 소년이 작품 전체를 끌고 가야 하기에 이번 빌리 선발 역시 1년에 걸쳐 진행됐다. 오는 12월부터 5개월간 공연할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오디션에 전국에서 200여 명이 지원했고, 이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빌리 스쿨’ 트레이닝을 받았다. 체력 강화를 위한 필라테스와 발레, 탭 댄스,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스트리트 댄스, 보컬 등의 수업이 진행됐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어땠냐고 물었을 때 빌리들은 이렇게 답했다. 소식을 듣고 꿈인 줄 알았어요. 마음을 내려놨거든요.”(성지환) “떨어진 형들을 못 만난다는 생각에 속상했어요.”(심현서) 이 착한 빌리들은 춤출 때 가장 행복하다. “탭 댄스를 출 때는 하늘나라에 있는 것 같아요. 빌리가 ‘드림발레’를 할 때처럼요.”(천우진)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리스> <위키드> <헤드윅>을 보며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마이클 잭슨과 지드래곤을 좋아하는 김현준의 특기는 역시 스트리트 댄스다. “가수나 뮤지컬 배우가 되어서 나를 표현하고 싶어요. 마이클 잭슨처럼요! 만나고 싶었는데 이미 돌아가셨다고 해서 슬펐어요.”(김현준) 빌리들이 가장 어려워한 춤은 발레. 엄격함이 요구되는 발레에선 어린 나이에는 벅찬 인내와 근력이 요구됐다. 하지만 촉망받는 발레리노였던 심현서는 발레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발레 할 때는 새가 되어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만은 발레리노가 아니라 감성적인 빌리가 되고 싶어요. 보는 이들이 빌리의 속상함, 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요.”(심현서) 아이들은 빌리와 함께 성장한다. 춤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에릭 테일러야말로 가장 크게 달라진 친구다. 내성적인 그는 빌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빌리의 앵그리 댄스를 출 때 속이 시원해요. 놀림 받고 화났던 게 풀려요. 탭 댄스를 출 때는 진짜 신나고, 아크로바틱을 성공하면 애들한테 자랑할 수 있어서 좋아요.”(에릭 테일러)
ART PROJECT BORA
대표 김보라의 이름을 간판에 내걸었지만 아트 프로젝트 보라는 대단히 수평적인 구조로 운영되는 창작 집단이다. 너무 다르다는 점이 공통점일 정도로 개성 강한 아티스트 10여 명은 모두 안무가이자 무용가이자 연출자다. 예를 들어, 7월에 공연을 앞두고 있는 <소무>의 경우 재작년 초연에 무용수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창작한 무브먼트를 더해 재창조했다. 김보라는 이들이 창작한 무브먼트를 구성해 연출을 맡았을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의 공연은 레퍼토리 공연을 하더라도 매번 신작 같은 인상을 남긴다. 아티스트 보라를 두고 최소영은 개인이 가진 것을 증폭시키는 작업을 하는 집단, 이혜지는 뭐든 조율이 가능한 열린 집단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들이 몸으로 담아내는 건 동시대다. <소무>에는 여성의 신체가, <인공낙원>에는 몸과 자연에 대한 생각이, <꼬리언어학>에는 동물들의 꼬리 언어로 표현한 현실이 담겼다. 공간과 사물, 사람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창작의 영감이 된다. 장르와 공간의 개념이 무의미해지는 연출, 다른 장르와 자유로운 교류로 창조되는 낯선 무대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트 프로젝트 보라는 ‘오늘날의, 지금의 상태, 지금의 시간, 오늘날의 춤’을 춘다. 이들에게 춤은 자연과 세상을 그리기 위한 도구다.
CHO YONG JIN & LEE YO EUM
반세기 동안 우리 전통 춤을 재창조해온 국립무용단. 근래 해외 안무가와의 협업, 창작극의 해외 진출 등 새 시대를 이끌고 있다. 그 주역인 조용진과 이요음이 <보그>의 카메라 앞에 섰다. 이들의 포즈는 손끝에서 발끝으로 이어진다. “한국무용의 매력은 손끝에서 시작되는 곡선의 미학이죠.” 조용진은 2009년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을 수상하고, 2011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해 <그대, 논개여> <춤, 춘향> 등에서 주역으로 등장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Soul, 해바라기> 공연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지금도 70대 선생님들이 무대에 서세요. 그분들은 팔 하나만 들고 계셔도 느낌이 다르죠. 저도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이요음의 꿈은 “춤을 추며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요음은 2014년 국립무용단 정단원으로 입단해 <윈터드림> <칼위에서> <향연> <묵향> <리진> 등에 출연했다. 특히 의상에 있어선 디자이너 정구호가 참여한 <묵향>과 <향연>을 좋아한다.
“한국무용에선 신선한 색채의 의상이었죠. 제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린다면, 의상은 색감을 얹어 풍성하게 연출해줘요.” 조용진에게 의상은 ‘날개’다. 그가 직접 안무와 의상을 기획한 <기본활용법>에는 블랙 수트를 입고 등장한다. 춤 관객의 저변 확대를 위한 작품에서 조용진은 의상만으로도 획기적인 한국무용을 선보였다. 젊은 무용수들의 손에 의해 한국무용은 계속 재탄생하고 있다.
JUST JERK
저스트 절크는 지금 가장 핫한 크루 중 하나다. 리더 성영재를 포함한 댄서 열세 명이 스튜디오를 꽉 채웠다. 주요 멤버 다섯 명만 촬영을 원했으나 그들은 열세 명을 고집했다. “크루는 가족입니다.” 리더 성영재가 단호히 말했다. 그는 팝핀 마스터인 부갈루 샘에게서 ‘절크’라는 춤을 접했다. ‘빠르게 움직이다, 홱 낚아채다’라는 단어 뜻마저 자신의 춤과 비슷했고, 바보나 얼간이란 뜻도 있어 팀명으로 정했다. “우리가 춤 바보거든요.” 저스트 절크는 어번 댄스를 기반으로 힙합 스타일과 한국적인 색을 녹여냈다.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화제가 된 ‘바디락 2016’의 무대만 봐도 알 수 있다. 동양적인 붉은색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격렬한 동작과 어우러져 저스트 절크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성영재는 잠결에 드라마 <추노> OST를 듣고 한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 크루를 떠올렸다. 일어나자마자 ‘바디락 2015’를 위한 한국적 안무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우승을 못했지만 관객에게 “너희가 1등이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 후 해외 유명 프로그램이 경비를 전액 지원하며 초청하고, 멤버마다 해외에서 수업을 하는가 하면, 세계적인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섰다. 그 해외 프로그램의 우승이 저스트 절크의 가장 가까운 목표다.
- 패션 에디터
- 김미진, 손은영
- 피처 에디터
- 김나랑, 조소현
- 포토그래퍼
- KIM YOUNG HOON, KANG HYE WON, JANG DUK HWA
- 헤어 스타일리스트
- 김승원, 이경혜
- 메이크업 아티스트
- 강석균, 오미영,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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