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py
케이트 모스를 발굴한 전설적 캐스팅 디렉터 사라 듀카스에 의해 패션 월드에입문한 포피 델레빈. 모델이자 배우, 소셜라이트로 활약하는 포피가 〈보그 코리아〉 카메라 앞에 섰다.
VOGUE KOREA(이하 VOGUE) 서울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POPPY DELEVINGNE(이하 POPPY) 실은 두 번째예요. 2012년, 그러니까 5년 전 샤넬 <더 리틀 블랙 재킷> 전시 때가 처음이었죠. 서울은 아주 사랑스럽고 멋진 곳이에요. 가능하면 오래 머물고 싶을 정도로 이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어요.
VOGUE 올해로 2년째 조 말론 런던의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어요. ‘조 말론 런던 걸’은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이 됐죠.
POPPY 맞아요, 단순히 홍보대사라서가 아니라 조 말론 런던은 제 삶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해요. 어머니와 할머니 모두 조말론 런던 향수의 열렬한 팬인 데다 열여덟에 만난 ‘레드 로즈 코롱’은 머릿속에 그려온 장미 향수를 그대로 재현해줬죠. 그래서 조 말론 런던이 제게 손을 내밀었을 때 정말 짜릿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 우린 완벽한 한 쌍이 됐죠.
VOGUE 처음 향수의 매력에 눈뜬 때를 기억하나요?
POPPY 음, 아마 10대 초반이었을 거예요. 한 열서너 살쯤? 인생 최초의 향수는 ‘CK 원’이었죠. 요즘 다시 쿨해진 브랜드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캘빈 클라인의 상징적 향수요.
VOGUE 그런가 하면 인생 최초의 조 말론 런던 향수는 레드 로즈 코롱이라 답했어요. 평소 장미 향을 좋아했나요?
POPPY 네, 좋아하는 것을 뛰어넘어 집착에 가깝죠.(웃음) 핸드 크림, 보디 오일, 심지어 립밤을 구입할 때도 장미 향 위주로 고를 때가 많아요.
VOGUE 나이 들면서 마음이 가는 향도 달라져요. 그래서 말인데 포피, 요즘 당신이 꽂혀 있는 향수는 뭔가요?
POPPY 서른이 되어선 ‘튜베로즈 안젤리카 코롱 인텐스’에 빠졌어요. 레드 로즈 코롱에 비해 한층 성숙한 월하향이죠. 튜베로즈 안젤리카 코롱 인텐스는 단독으로 사용할 때도 좋지만 ‘오렌지 블로썸 코롱’과 섞어 쓰면 그 매력이 배가되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어요. ‘팝타스틱 컬렉션’을이 두 제품으로 구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VOGUE 사람마다 향수 사용 부위와 횟수 역시 다르죠. 당신만의 특별한 향수 사용법이 있나요?
POPPY 매일 아침 샤워하고 온몸에 물기가 약간 남은 상태에서 머리 위로 향수를 분사한 뒤 가볍게 춤을 추면서 향을 입어요. 일명 ‘퍼퓸 댄스’로 저만의 독특한 향수 사용법이죠.
VOGUE 작년 영국 <보그> 인터뷰에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냄새로 ‘시가 향’을 꼽았어요. 왜 시가였나요?
POPPY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가 소문난 시가 애호가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시가 향을 맡으면 자동적으로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주 편안하고 따스한 기분이 느껴져요. 이 또한 향의 매력이죠.
VOGUE 지난 6월 말 조 말론 런던 걸의 첫 번째 향수 컬렉션이 나왔어요. 제작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뭔가요?
POPPY 다소 막연한 생각일 수 있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밝고 신선한 조합을 떠올리며 두 가지 향수를 골랐죠. 그게 바로 팝타스틱 컬렉션을 이루는 튜베로즈 안젤리카 코롱 인텐스와 오렌지 블로썸 코롱입니다.
VOGUE 팝타스틱 컬렉션만큼이나 추천하는 레이어링 레시피가 있다면요?
POPPY ‘피오니 앤 블러쉬 스웨이드 코롱’과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롱’ 조합을 추천해요. 처음에 피오니 앤 블러쉬 스웨이드 코롱을 뿌리고 그 위에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롱을 얹으면 아주 매혹적인 향기가 완성되죠. 요즘 같은 여름철에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니 꼭 한번 경험해보세요.
VOGUE 당신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톱 모델이자 뮤지션 카렌 엘슨도 조 말론 런던 걸이에요.
POPPY 맞아요, 혹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정말 천사 같아요. <보그 코리아> 독자들에게 슬쩍 귀띔하자면 곧 그녀와 함께 작업한 짧은 영상이 나와요. 빠르면 8월쯤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VOGUE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어요. 조 말론 런던 걸의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POPPY 무엇보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가 남달라야 해요. 카렌과 전 조말론 런던 걸이 되기 전부터 ‘와일드 블루벨 코롱’과 ‘레드 로즈 코롱’을 각각 꾸준히 사용해왔죠. 우린 브랜드의 얼굴이기 이전에 조 말론 런던의 빅 팬입니다. 사랑스럽고 온순한 성격도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죠. 하하!
VOGUE 지난밤 유튜브에 ‘조 말론 런던 포피 델레빈’을 검색하니 향기로운 영상이 쏟아지더군요. 특히 ‘배스 타임’을 주제로 한 영상이 많던데, 평소 목욕을 즐기나요?
POPPY 네, 정말 좋아해요. 한번 욕실에 들어가면 손끝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머무르죠. 저만의 배스 리추얼이라면 플레이리스트에 신나는 록 밴드의 음악을 틀어놓고 욕조 가득 물을 채운 뒤 입욕제 대신 ‘레드 로즈 배스 오일’을 넣어줍니다. 참, 향초도 잊지 않아요. ‘블랙베리 앤 베이’ 향초는 안락한 배스 타임을 위한 저만의 비밀 병기죠. 하루도 아이폰 없인 살 수 없지만 욕실에서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져요. 욕조에서만큼은 디지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한 휴식을 즐기려 노력하죠. 욕조를 나와선 온몸에 ‘오렌지 블로썸 보디 크림’을 발라 마무리!
VOGUE 기린처럼 가늘고 긴 몸매는 당신의 트레이드마크예요. 평소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POPPY 믿기 어렵겠지만 매일 운동을 해요. 소울사이클부터 댄스, 산책, 뭐든 가리지 않죠. 운동을 즐기지만 힘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는 종목은 피해요. 힘든 만큼 금세 질려버리더라고요. 성공적인 다이어트에 있어선 ‘적당함’을지키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매 끼니 가리지 않고 적당히 먹되 절대 굶지 않아요. 오늘 파스타를 먹고 싶은데 살찔까 봐 참고 넘어가면 언젠가 꼭 폭식하게 되니 먹고 싶은 음식을 적당히 먹는 것이 실패 없는 다이어트 비결이죠.
VOGUE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견과류와 함께 들고 온 주홍빛 액체는 뭔가요?
POPPY 채소를 갈아 만든 건강 주스예요. 초고속 블렌더 하나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죠. 참고로 과일 주스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당도가 높은 만큼 열량도 어마어마하죠. 당연한 말이지만 뭐든 맛이 떨어질수록 몸엔 좋더군요.
VOGUE 동의해요. 이제 패션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오늘 착용한 시폰 드레스, 아주 멋져요.
POPPY 고마워요. 드레스는 레온 막스 거예요. 조그마한 번개 모양 디테일이 사랑스러운 골드 이어링은 소피 리스 작품. 친한 친구가 이제 막 시작한 신생 주얼리 브랜드인데 한 몸처럼 매일 끼고 다니죠.
VOGUE 요즘 꽂혀 있는 패션 레이블은?
POPPY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좋아해요. 몰리 고다드, 에밀리아 윅스테드, 크리스토퍼 케인이 바로 그들이죠.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로는 프레임 데님, 탑샵의 옷도 늘 저의 베스트죠.
VOGUE 런던 패셔니스타가 추천하는 최고의 쇼핑 스폿은 어딜까요?
POPPY 브릭레인과 포토벨로 마켓. 정말 강력 추천해요. 빈티지 쇼핑의 성지로 잘만 찾으면 평생토록 입어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죠. 백화점은 셀프리지와 브라운스 부티크 맨즈 섹션을 선호해요. 의외로 남성 라인에 여자들이 입으면 예쁜 옷이 많답니다.
VOGUE 언론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늘 밝고 긍정적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평소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POPPY 남편과 한 가지 약속한 게 있어요. ‘리셋 버튼’이죠. 일하느라 지치고 힘들 때, 제대로 쉬고 싶을 때 리셋 버튼을 누르면 남편은 저를, 저는 남편을 데리고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쉬다 와요. 트레이닝복을 입고 늘어지게 자다 일어나 반신욕을 즐기고 집 앞을 가볍게 산책하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게 일상의 전부죠. 이날만큼은 몸매 관리도 잠시 내려놓아요. 그야말로 길티 플레저를 즐기는 기간이죠. 이보다 확실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답니다.
VOGUE 뷰티 철학이 따로 있나요?
POPPY 진부한 답변일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움은 내면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아요. 내 마음이 편치 않으면 얼굴에 드러날 수밖에 없죠. 가능한 한 자주 웃고 행복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VOGUE 매일 잊지 않고 실천하는 뷰티 리추얼이 있나요?
POPPY 할머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용법인데 효과가 상당해요. 잠들기 전 엘리자베스 아덴 ‘에잇 아워 크림’을 소량 덜어 엄지와 중지로 녹여낸 뒤 위아래 속눈썹에 쓱쓱 발라주면 끝. 얇고 가는 속눈썹이 한층 길어지고 튼튼해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죠.
VOGUE 와우! 꼭 오늘 밤 꼭 시도해봐야겠어요. 문득 뷰티 구루 포피의 파우치엔 어떤 제품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POPPY 조 말론 런던 ‘비타민 E 립 컨디셔너’. 촉촉한 입술을 위한 비밀 병기로 절대 빼놓고 외출할 수 없죠. 멘톨 성분을 함유해 입술에 바르는 즉시 살짝 따끔따끔해지면서 도톰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VOGUE 런던에서 무려 10시간을 날아왔어요. 기내에서의 뷰티 팁이 따로 있나요?
POPPY 비행기에선 잠을 최대한 많이 자려고 노력해요. 건조한 기내 특성상 수분 충전을 위해 코코넛 워터를 마시고 틈틈이 페이셜 미스트를 분사해 보습에 힘쓰죠. 기내에 오르기 전 MV 오가닉 ‘로즈 하이드레이팅 미스트’와 시슬리 ‘시슬리아 아이 앤 립 콘투어 크림’을 꼭 챙겨요.
VOGUE 이제 곧 휴가 시즌이에요.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인상 깊은 곳은 어디였나요?
POPPY 지난 5월 남편과 바르셀로나에 다녀왔어요. 제 생일 기념 여행이었죠. 일을 위한 출장으로는 몇 번 다녀왔는데 휴가로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정말 황홀했어요. 음식, 풍경, 분위기, 모든 게 완벽했거든요. 타파스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입맛에 잘 맞았고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본 순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감명받았죠. 여행 내내 기분 좋은 흥분이 지속됐어요.
VOGUE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준다면?
POPPY 지금 조 말론 런던과 팝타스틱 컬렉션에 이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창 준비 중이에요. 아직까진 브랜드의 일급 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말해줄 순 없지만 팝타스틱 컬렉션만큼이나 즐거운 협업이 될 겁니다. 아마 내년쯤 공개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YOO YOUNG 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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