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 하얀문의 비밀
캐나다 밴쿠버 룰루레몬 헤드쿼터에는 비밀의 하얀방이 있다. 일명 화이트 스페이스 랩이라 불리우는 이 곳에서 <보그>는 21세기 스웨트 웨어(Sweat wear)의 최첨단을 목격했다.
매년 8월 밴쿠버에서 열리는 룰루레몬 시위즈 하프마라톤 이벤트는 밴쿠버는 물론 캐나다 전역과 북미 지역에서 1만명 넘는 러너들이 참여하는 매우 인기있는 러닝 이벤트다. 이번 2017 시위즈 하프마라톤 이벤트 취재를 위해 아시아 최초로 <보그코리아>가 참석했다. 이벤트에 앞서 룰루레몬의 헤드쿼터를 둘러보기로 한터라 이른 아침 다운타운을 벗어나 본사로 향했다. 오늘 헤드쿼터 투어를 담당해 줄 글로벌 홍보 담당자 질 베이티와 짧은 티타임을 가진 후 곧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 홀먼의 방으로 안내됐다.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으로 버버리 디자이너와 나이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했던 리 홀먼은 2014년 룰루레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다. 그는 룰루레몬이 단지 예쁜 디자인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전통적인 스포츠 웨어 브랜드는 기능성에 가장 중점을 두죠. 얼마나 더 빨리, 멀리, 높이 뛸 수 있는지 혹은 얼마나 더 가벼운지. 룰루레몬의 가장 극명한 차별성은 입었을 때의 ‘느낌’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입은 것 같지 않은 편안함, 몸에 완벽히 맞으면서도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부드러움에 가치를 두죠. 이러한 혁신은 헤드쿼터 내의 화이트 스페이스 랩에서 이루어집니다”.
리 홀먼이 이야기하는 ‘화이트 스페이스 랩’은 혁신적인 기술 집약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2014년에 신설된 일종의 연구소다. 백문이 불여일견, 나는 직접 두 눈으로 이 곳의 작업 방식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름에 걸맞게 커다란 하얀 문을 통과해 랩으로 들어서자 이곳이 과연 옷을 만들어내는 곳인지 나사 연구소인지 헷갈릴 정도의 생경한 실험실 풍경이 펼쳐졌다.
“이 곳에서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시도를 통해 제품의 기능성, 제조 기술, 트렌드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합니다. 온도, 날씨, 움직임 등 각 운동 별 변수들이 정확하게 통제되어 있는 연구실에서 생체역학, 스포츠 과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수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혁신을 연구하죠”.
홍보 담당자의 설명은 눈으로도 확인됐다. 다양한 자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수영장, 강풍기가 설치된 방부터 육상 트랙, 초 고해상도 인체 스캐너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으니까. “옷의 기능성만큼 입었을 때의 느낌을 중시하기 때문에 탄생한 웃기는 제목의 실험도 있어요. 이른바 ‘프랑켄슈타인’ 테스트라는 건데, 양쪽을 다른 소재로 만든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하며 움직임과 착용감을 관찰하는 실험이에요. 2016년 리오 올림픽에 출전했던 캐나다 비치발리볼 팀과 함께 그들의 움직임 패턴을 분석하고 원단의 기능성, 가봉 기술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유니폼을 만들기도 했어요. 지속적으로 룰루레몬만의 특별한 원단 및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매년 주최하는 시위즈 하프 마라톤 대회 기념 에디션 제품에도 공을 들인다. 소비자들이 이틀전부터 밤을 새며 줄을 서서 구입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 제품들은 리 세일가가 천정부지로 솟을 정도다. 올해의 주제는 밤하늘에 수놓아지는 별, 폭죽의 환상적인 느낌을 담은 스플래터 시리즈! “룰루레몬의 시위즈 리플렉티브 스플래터 익스클루시브 시리즈는 우리가 처음으로 리플렉티브 프린트에 무지개빛 컬러를 표현한 컬렉션이에요. 반사가 강한 프린트 위에 무지개빛 컬러를 입혀 스프레이로 뿌린 듯한 독창적인 패턴을 담고있죠. 룰루레몬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 홀먼의 설명대로 스프레이를 뿌린 듯한 텍스쳐를 표현하기 위해 컬러 프린트와 반사 프린트 등 총2 번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 신기술을 사용했다. 디자인 측면에서의 아름다움은 물론 이러한 반사 효과는 오전이나 저녁에 밖에서 뛸 때 가시성을 높여주는 기능도 있다. 소재로 사용된 Luxtreme™원단은 장거리 러닝과 땀을 많이 흘리는 격렬한 운동은 물론 뜨거운 날씨에 트레이닝할 때 입기 좋은 고기능성 원단. 여기에 시원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몸에 착 감기는 착용감은 마치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복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평상시 운동을 즐기고,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복을 꾸준히 입어봤던 내가 몇년 전 처음 룰루레몬을 접했을 때 느꼈던 좋은 감촉, 편안한 움직임, 날씬해 보이지만 신체를 압박하지 않는 착용감 등은 괜한 착각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 스페이스 랩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이 실험을 거쳐 만들어 낸 완벽한 소재, 그리고 최고의 패턴메이커들이 제작하는 입체적인 디자인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던 퀄리티. ‘편안하지 않으면 럭셔리가 아니다’라는 코코 샤넬의 명언을 떠올렸을 때, 룰루레몬이 우리들에게 선사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느낌’이야말로 21세기적 럭셔리가 아닐까? 저녁 약속을 위한 드레스가 아닌 운동복을 입었을 때 조차 기분 좋은 느낌을 갖는 것, 그 이상의 럭셔리한 가치가 어디 있겠나.
- 에디터
- 보그
- 포토그래퍼
- lulu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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