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ductiveness
좋은 향은 권력보다 강력하고 은밀하며 우아한 힘을 지닌다.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가? 적절한 향수 하나면 충분하다. 가을 향수 전쟁에서 <보그>가 채집한 베스트 13.
Miss G
가브리엘 샤넬의 첫인상은 중성적 이름과 반대로 친절하고 상냥하다. 코끝을 맴도는 향긋한 꽃향기의 정체는 네 가지 종류의 화이트 플라워. 재스민, 튜버로즈, 일랑일랑, 오렌지 블라섬이 어우러져 여성미를 극대화한다. “균형 잡힌 화이트 플로럴 향의 진수를 보여 줍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불완전한 향의 요소를 보다 정밀하고 풍성하게 추출할 수 있었죠.” 샤넬 하우스의 전속 조향사 올리비에 폴주의 설명이다. 영국 <보그>는 가브리엘 샤넬 향수를 일컬어 “아주 따스하면서도 지극히 프렌치스럽다”고 전한다. 지난 9월 1일 가브리엘 샤넬의 광고 필름이 공개됐다. 자신감, 결단력, 독립성을 두루 갖춘 현대 여성성의 표본, 가브리엘 샤넬의 뮤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다. 링건 르위지 감독이 연출한 광고 필름에서 그녀는 보호막 같은 억압과 감금 상태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자유분방한 여인을 연기했다. 중독성 짙은 배경음악은? 이 시대 최고의 디바 비욘세가 피처링한 너티 보이의 ‘러닝(Runnin’)’.
Fresh, Smoky & Floral
“이 향수는 꽤 오랜 시간 <보그> 편집부의 넘버원 향수로 손꼽혀왔어요.” 영국 <보그>가 극찬한 딥티크의 ‘베티베리오’가 올가을 한층 깊어진 향으로 당신을 찾아간다. 2010년 올리비에 페슈가 창조한 ‘베티베리오 오 드 뚜왈렛’은 자바와 아이티에서 추출한 2종의 ‘베티베르 에센스’를 믹스 매치해 베티버 향수의 새 역사를 쓴 상징적 제품. 그로부터 정확히 7년 만에 리뉴얼 출시한 ‘베티베리오 오 드 퍼퓸’은 핵심 재료인 베티베르 에센스를 메인이 아닌 하트 노트에 배치해 ‘베티버 향수=남자 향수’란 공식을 처참히 깨부순다. 베티베리오 오 드 뚜왈렛의 최대 장점인 자몽의 상쾌하고 쌉싸래한 시트러스 톱 노트는 그대로 유지하되 터키산 장미를 만나 한없이 우아하고 관능적인 향을 낸다. 베티베리오 오 드 퍼퓸의 변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랑일랑, 제라늄의 싱그러움과 부드러운 머스크, 청량한 삼나무 향의 은은한 조화로 마무리된다.
Velvet Goldmine
향의 연금술사 벤 고햄이 새 향수를 발표했다. 몽환적인 인공 낙원으로의 초대가 테마인 ‘벨벳 헤이즈 오드퍼퓸’. 벤은 격정의 60년대를 회상하며 벨벳 헤이즈를 완성했다. “60년대 후반 기성세대와 대립각을 세운 젊은 세대들은 60년대 팝 음악의 핵심 소비층입니다. 이들의 적극성은 사랑, 자유, 평화의 근원적 가치를 갈구하는 히피 문화로 나타났죠. 제퍼슨 에어플레인, 도어즈 등 사이키델릭 록 그룹은 음악적 환영과 환각을 통해 정신적 은신처를 제공하고 과격한 퍼포먼스로 억눌린 자유의 분출을 맛보게 했습니다.” 벨벳 헤이즈는 오리엔탈 우디 계열의 여성 향수지만 다른 바이레도 향수처럼 남자들이 써도 이질적 느낌 없이 잘 어울린다. 톱 노트는 암브레트(머스크 맬로우)와 코코넛 워터, 미들 노트는 파촐리 잎사귀, 베이스 노트는 와일드 머스크와 코코아 앱솔뤼. 흔치 않은 재료의 충돌이 선사한 향은 바이레도의 또 다른 즐길 거리. 감각적 캠페인 이미지는 사진가 크레이그 맥딘 작품. 반항적 마스크의 모델은 키키 윌렘스다.
Reminiscent Hearts
“저는 스물, 그녀는 열여덟이었습니다. 당시 우린 매우 용감했어요. 아무것도 잃을 게 없었죠.” 1993년 주근깨 빼빼 마른 모델 케이트 모스와 그녀의 남자 친구 마리오 소렌티는 버진아일랜드 내 작은 섬 요스트반다이크로 떠났다. 캘빈 클라인의 향수 ‘옵세션’ 광고 촬영을 위해서였다. 촬영 인원은 케이트와 마리오 단둘. 헤어와 메이크업, 아트 디렉터 동행 없이 오직 두 사람이 주인공이자 연출자로 활약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애정 어린 시선. 옵세션의 캠페인이 공개되자 케이트는 스타덤에 올랐다. 향수 마니아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옵세션’이 25주년을 맞았다. ‘옵세스드’는 캘빈 클라인 향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캘빈 클라인 향수를 정의하는 요소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마리오 소렌티가 촬영한 케이트 모스의 옵세션 광고일 겁니다. 이 광고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껏 캘빈 클라인이란 브랜드를 논할 때 관능의 기준점이 되죠.” 라프 시몬스의 말이다. 옵세스드는 남녀 향수로 출시된다. ‘옵세스드 포 우먼 오 드 퍼퓸’은 남성 향수의 대명사로 불리는 푸제르 노트에 여성스러운 따스함을 더해 향의 대비를 표현했고, ‘옵세스드 포 맨 오 드 뚜왈렛’은 블랙 바닐라를 중심으로 우아한 앰버 잔향이 매력적이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환기해줄 향수를 제작하고 싶었어요. 향을 맡는 동시에 누군가의 살결이 떠오르는 그런 향수 말이죠.” 한국에서 이 향은 11월부터 맡을 수 있다.
Gold Goddess
“이 세상 모든 여성은 특별합니다. 그녀들이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꾸며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예요. 전 세계 여성이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그런 옷과 구두, 가방, 향수를 만들고 싶어요.”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여자보다 여자를 잘 이해하는 디자이너다. 이런 그들이 만든 향수는 늘 우리 여자들의 후각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매력적인 디바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유쾌하며 너그러운 품성을 지녔죠. 그렇다고 마냥 순종적인 스타일은 아니에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독립적인 면모도 갖췄죠.” 그렇게 탄생한 돌체앤가바나 ‘더 원 오드투왈렛’은 오리엔탈 플로럴 계열 여성 향수다. 베르가모트, 만다린, 리치, 화이트 피치 조합의 유쾌한 톱 노트는 백합, 일랑일랑, 오렌지 블라섬의 여성스러운 꽃향기를 지나 바닐라, 베티버, 머스크의 따스한 잔향으로 마무리되니 각지고 네모난 각진 금빛 병 안엔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형상화한 여인의 이미지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칼렛 요한슨, 지젤 번천의 바통을 이어받을 행운의 여신은? 영국 출신 배우이자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히로인 에밀리아 클라크. “에밀리아는 돌체앤가바나 여성상에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그녀의 매력은 누구보다 반짝이며 활기 넘치죠.”
The Queen
등이 훅 파인 빈티지 갈리아노 블랙 드레스에 불가리 주얼리를 매치한 여인. 그녀가 스페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로마의 한 건물 옥상에 앉아 있다. 패션 사진가 글렌 러치포드의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인은 벨라 하디드. 불가리 프래그런스의 새로운 뮤즈다. 벨라에겐 불가리에 관한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부모님이 결혼하실 때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불가리 목걸이를 선물했어요. 스무 살 무렵 어머니는 그 목걸이를 제게 물려줬어요. 20년이 훌쩍 지난 빈티지 불가리 목걸이엔 아주 여성스러운 향이 배어 있었어요. 어머니가 즐겨 쓰시던 불가리 향수였죠.” ‘골데아 더 로만 나이트’는 2015년 ‘골데아’, 2016년 ‘로즈 골데아’에 이은 골데아 라인의 세 번째 작품. “낭만의 도시 로마의 밤을 거니는 신비로운 여신의 자태를 떠올리며 완성했어요. 그녀의 모든 발자취엔 작약, 재스민, 튜버로즈 등 향긋한 흰 꽃잎이 떨어져 있죠.” 조향사 알베르토 모리야스의 설명이다. 벨라가 느낀 골데아 더 로만 나이트의 향은 보다 구체적이다. “아주 남성적인 동시에 여성적이에요.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풍기던 오 드 콜로뉴인 것 같으면서도 어머니가 즐겨 뿌리던 여성스러운 향수가 떠오르기도 하죠. 결론은 아주 섹시한 향이란 거예요.”
Twist & Wit
“이 세상 모든 에르메스 걸을 위한 향수입니다.” 3년전 에르메스 메종의 전속 조향사로 합류한 크리스틴 나이젤. 그녀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조향사예요. 노래나 그림엔 소질이 없지만 향으로 표현하는 일만큼은 자신 있죠. 첫 작품 ‘오 드 루바브 에칼라트’는 에르메스에 합류한 기쁨을, ‘갈로 데르메스’는 도블리스 가죽의 잊지 못할 촉감을 향으로 표현했어요.” 그녀의 세 번째 작품 ‘트윌리 데르메스 오 드 퍼퓸’은 에르메스를 즐기는 젊고 세련된 여성들을 모티브로 완성했다. “이들은 에르메스란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것 이외엔 별다른 교집합이 없어요. 에르메스의 스카프 ‘까레’를 즐기는 방식만 봐도 그래요. 어쩌면 그리 다들 제각각일까요. 한 사람은 목이 아닌 벨트에, 또 다른 사람은 헤어밴드, 한여름엔 톱으로 활용하며 저마다 개성을 뽐내죠.” 크리스틴은 “나 역시 이번 향수 제작에 있어 기존 코드를 비틀고 쪼개고 싶었다”고 말한다. 트윌리 데르메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핵심 원료는 진저, 튜버로즈, 샌들우드. 여느 향수에서나 볼 수 있는 대중적 재료지만 그녀의 위트를 더해 재해석했다. “생강은 향수 제작에 있어 소량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그것도 말린 뿌리를 갈아 넣는 분말 형태로 들어가죠. 전 생강 자체에서 나는 향에 집중했습니다. 샌들우드의 양도 두 배 이상 늘렸죠.” 기존 코드를 비틀고 쪼개는 의외성은 병뚜껑에 매달린 실크 리본에도 유효하다. 실제 까레를 손으로 잘라 꿰매고 뒤집는 수작업이 필요해 향수 한 병당 마무리 작업에 약 2분이 소요된다. “손목, 손끝, 손바닥 어디든 좋아요. 맘대로 재치 있게 바꾸고 뒤집어보세요. 젊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향수, 그게 바로 트윌리 데르메스입니다.”
Sweet & Savory
오뜨 꾸뛰르계의 대부 엘리 사브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향수를 내놨다. ‘걸 오브 나우 오드퍼퓸’이다. “저의 고향 레바논의 디저트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레바논에선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유명한 디저트가 하나씩 있죠. 북쪽에선 우유로 만든 카슈타, 남쪽에선 견과류로 속을 채운 마물이 대표 메뉴죠.” 걸 오브 나우를 구성하는 향조를 훑어 내려가다 보면 타르트 레시피를 보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구운 피스타치오와 비터 아몬드, 서양배와 만다린 오렌지 그리고 타르트 위에 살포시 얹은 어여쁜 꽃 식물, 오렌지 블라섬, 파촐리, 재스민, 목련이 그것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의 기분 좋은 앙상블은 조향사 소피 라베와 도미니크 로피옹의 합작품.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출시한 향수답게 젊은 모델 3인방(울리케 호이어, 리네이시 몬테로, 개비 웨스트브룩)을 뮤즈로 발탁했다. 화보를 연상시키는 광고는 패션 사진가 세드릭 바이올렛이 촬영했다.
Lonesome Valley
2012년 ‘마라케시 인텐스’, 2015년 ‘테싯’의 아성을 이어받을 이솝의 새 향수를 소개한다. 이름은 ‘휠’. 강렬한 감정, 열정을 일컫는 네이밍으로 이 향수를 속단하긴 이르다. 휠의 탄생 배경은 일본의 한 고즈넉한 숲. 이곳의 푸르른 신록과 깊은 정적을 이솝은 향으로 재현했다. “휠 오 드 퍼퓸은 300년 이상 된 경이로운 아오모리 히바 고목이 가득한 숲과 사찰 내 초록으로 물든 이끼 정원을 모티브로 탄생했어요. 알다시피 자연은 일상에 찌든 현대인에게 작지만 강한 위안을 선물합니다. 굳이 자연을 찾지 않아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치유의 향수를 만들고 싶었고 휠이 그 결과물입니다.” 조향사 바나베 피용의 설명이다. 그는 마라케시 인텐스, 테싯, 휠에 이르기까지 이솝의 모든 향수를 제작한 이솝 전속 퍼퓨머. “바나베 피용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독특한 향을 만들기 위해 예술과 과학을 접목하는 이솝의 향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일무이한 인물입니다. 이솝과 그의 관계는 단순히 업무 보고나 수치를 통한 향수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식물 성분에 대한 열정과 풍요로운 대화, 직관에 기반하고 있죠. 우리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받았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자연의 향을 담은 휠을 만들기 위해 비옥한 환경에서 잘 자란 식물 추출물 채집에 집중했습니다.” 이솝 제품 R&D 총괄 제너럴 매니저 케이트 포브스의 말이다. 휠의 첫 향은 살짝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자아낼지 모른다. 하지만 이내 톡 쏘는 스파이스와 싱그러운 타임 추출물의 상쾌한 향이 코끝을 맴돈다. 휠의 진가는 처음보다 끝에 더 빛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하면서 우디한 하트 노트는 사이프러스 덕분이다. 베티버, 프랑킨센스, 모스의 노트가 흙냄새와 섞이며 관능적 잔향을 남긴다. 상자 안쪽에 살포시 숨은 아트워크는 호주 캔버라 출신 제너러티브 아티스트 조나단 맥케이브 솜씨다.
Rare & Mysterious
“내게 향이란 피부이자 역사이며 경험, 개인적 취향의 총합체다.” 이 시대 최고의 ‘코’ 세르주 루텐이 1992년 선보인 ‘팔레 로얄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은 그의 조향사 인생을 집대성한 마스터피스다. ‘페미니테 드 부와’를 시작으로 ‘앰버 술탄’을 출시했으며 현재 총 36종이다. “팔레로얄은 향수의 고유성을 찾기 위해 탄생한 컬렉션입니다. 넘쳐나는 마케팅 시장에서 잃어버린 브랜드의 고유성과 희미해진 의미를 되찾고 싶었죠.” 세르주 루텐 팔레 로얄 매장과 바니스 뉴욕 등 선택된 장소에서만 구입 가능하던 팔레 로얄 컬렉션이 당신의 마음을 노크한다. 시작은 ‘베티베 오리엉탈’이다. “베티버는 그 자체로 엄청난 향을 내진 않지만 베티버 뿌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저는 이 향에 아주 매료됐죠.” 베티베 오리엉탈은 두 가지 극단적 요소의 혼합으로 완성됐다. “7년이란 긴 시간을 투자했어요. 1차로 향이 나왔을 때 향을 좀 안다는 사람들 중 모두가 ‘향이 아주 좋다’고 말했지만 난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했죠. 베티버의 숨겨진 매력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말자고요. 지인이 여행을 다녀오며 새까만 현무암 조각과 지푸라기 섞인 타르를 가지고 왔을 때 제 안에 꿈틀대던 창의성이 폭발했습니다. 그것으로 매우 부드럽고 매끄러운 향을 뽑기 위해 노력했죠.” 루텐은 향수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저는 화학자가 아니에요. 향을 창조하는 조향사죠. 베티베 오리엉탈이 특색 있는 향으로 탄생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외골수적 성향이 한몫했다고 봐요. 기존의 베티버 향에 틀림없이 채워져야 하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었고 제 판단으로 빈자리를 채웠을 뿐입니다.” 세르주 루텐의 걸작 베티베 오리엉탈은 100ml 단일 사이즈로 당신을 만난다.
Water World
매일 습관처럼 뿌리는 향수. 오늘은 좀 색다르게 써볼 수 없을까? 손이 그려진 튜브형 핸드크림으로 유명세를 탄 프랑스 태생의 뷰티 브랜드 불리 1803 매장에 묘책이 있다. 워터 베이스 향수 ‘오 트리쁠’이 그 주인공이다. 일반적인 향수와 달리 알코올 함유량 제로라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향수 사용으로 인한 미연의 사고를 방지한다. 피부 건조증은 물론 옷에 착색될 위험? 전혀 없다. 또 오트리쁠이란 제품명에서 짐작했듯 톱, 미들, 베이스가 분리되지 않고 세 노트가 하나로 결합, 유지되는 시스템도 흥미롭다. 워터 베이스라 향의 지속력이 떨어질 거란 속단은 접어두길. 오 드 퍼퓸 못지않은 지속력에 시간이 지날수록 깊고 은은한 향을 낸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사용 전에 가볍게 흔들어 피부와 머리끝에 분사한 뒤 부드럽게 문지르며 지그시 눌러 흡수시키면 기분 좋은 향이 종일 지속된다. 세련된 골드 라벨을 입고 다시 태어난 오 트리쁠의 향은 총 열 가지.
My Precious
1643년 시작된 하이엔드 향초 브랜드 씨흐 트루동을 이끄는 메종 트루동이 향수를 출시한다. “메종 트루동의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는 ‘트루동’ 향수 컬렉션은 현대적이며 역사나 절대성처럼 귀히 여기는 주제를 재해석합니다.” 메종 트루동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앙 프루보스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젊고 유능한 조향사 세 명을 영입했다. 린 해리스, 앙투안 리, 얀 바스니에. 트루동 최초의 향수 컬렉션은 총 다섯 가지이며 유니섹스를 표방한다. 먼저 ‘브루마’는 블랙 페퍼와 라벤더, 갈바눔, 제비꽃으로 동물적 관능미를 선사한다. 왕정 시대의 허영심을 모티브로 탄생한 ‘올림’은 베르가모트, 라벤더, 아나이스, 핑크 페퍼콘과 클로브 조합으로 완성됐다. ‘데우스(Ⅱ)’엔 숲의 활기를 담았다. 초록 잎사귀, 오렌지, 소나무, 후추 등 이질적 향조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나머지 두 향수는 흔치 않은 향을 찾아나서는 모험가에게 최적의 선택. ‘레볼루션’은 향신료의 일종인 앙젤리크와 삼나무, 파촐리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모르뗄’엔 블랙 페퍼, 너트메그, 피망, 소말리아산 유향을 넣어 관능적 매력을 극대화한다. 인테리어 오브제로 손색없는 향수병 디자인은 폴린 델투어의 손길로 완성했다. “씨흐 트루동 향초의 묵직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작업했어요. 향수병도 병이지만 홈이 파인 진녹색 캡이 디자인 포인트죠.” 정숙함과 신중함을 지향하는 트루동 오 드 퍼퓸 5종은 전국 씨흐 트루동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Pink Utopia
침몰하는 구찌 하우스를 단숨에 일으켜 세운 신의 손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의 첫 향수가 수면 위로 떠올랐 다. ‘블룸 오 드 퍼퓸’이다. 구찌 옷과 가방, 신발처럼 복고풍 분홍 향수병이 소유욕을 자극한다. “향수 사용 목적이 남성을 유혹하는 게 아닌 여성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과 핑크 & 화이트 & 블랙 세 가지 색 조합을 통해 복고풍의 여성미를 표현했죠.” 투명한 유리병 대신 추억을 자극하는 자기 소재를 선택한 것도 흥미롭다. “제가 애정을 쏟는 소재예요. 여기에 분홍빛 래커칠을 더해 복고적 분위기를 배가시켰죠.” 상자 안팎으론 허베리엄 (Herbarium) 프린트를 장식으로 활용했다. 우리말로 ‘식물 표본집’을 뜻하는 허베리엄은 구찌 가문 특유의 프린트로 체리 꽃과 잎사귀, 나비 문양이 판화처럼 찍혀 있다. 모두가 궁금해할 블룸은 제품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풍성한 꽃향기를 낸다. “풍부한 화이트 플로럴계열의 향수를 원했어요. 다채로운 꽃 식물이 어우러 진 향기 가득한 정원으로 여자들을 이끄는 그런 대담한 향을 상상했죠.” 미켈레의 소망은 재스민과 인도산 튜버로즈로 현실이 됐다. 중독성 강한 파우더리 잔향은 남인도산 랑군 크리퍼가 제대로 한 건 했다. 처음 꽃필 땐 흰색이지만 점차 분홍색으로 변하다 붉게 만개하는 덩굴식물과 꽃으로 구찌 향수 역사상 최초로 사용한 재료다. 미켈레가 꿈꾸는 이상향은 어떤 모습일까? “분방하게 춤추고 산책하며 환희로 가득한 삶! 구찌 정원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LEE SHIN GOO
- 모델
- 이유진, 이정문
- 메이크업 아티스트
- 이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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