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Strategist
두산 유통 전략담당 전무,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 두산매거진 BU장. 박서원에게 사무실 세 곳은 각기 다른 전략 위에 세워진 공간이다.
최근에 생긴 박서원의 사무실은 논현동 두산빌딩 9층 끝에 위치한다. 이곳은 두산매거진 BU장을 위한 공간이다. 반투명 커튼이 여과한 햇빛과 박용만 회장 때부터 사용해온 가구의 연한 색감이 우아하지만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지만 취향 좋은 아늑함이란 때때로 파우더리한 향처럼 숨이 막힐 듯이 압도적이다. 조금 과장해서, 누군가 이 사무실에서 질식사 직전의 위기에 처한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건 한쪽 벽을 채운 그래픽적인 페인팅 작품일 거다. “6층과 9층 사무실에 있는 그림은 다 내가 직접 그린 거예요.” 박서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가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담하고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좋아하죠.” 선명한 색감과 굵은 아우트라인은 산소 부족으로 흐릿해진 머릿속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사무실을 엿보는 리사 심슨은 공격적이라기보다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주로 매거진의 광고주예요. 그들에게 우리가 자신의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죠.”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접근하기를 바라는 점도 있다. “매거진의 역할은 트렌드를 바라보고, 전달하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외부에 알려진 그의 이미지와 가장 잘 부합하는 건 6층 사무실이다. 첫 명성을 가져다준 광고 크리에이터로서 박서원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사무실은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 같은 느낌을 준다. 그동안 그가 작업해온 크고 작은 창의적인 결과물이 수집품처럼 즐비하게 놓여 있다. 이곳에서의 작업이 그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사무실보다 친밀하거나 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공간 역시 처음부터 세심하게 계획됐다. 커다란 책상 뒤의 슈퍼맨 그림, 맞은편을 가득 채운 국내외 수상 상장, 창가의 트로피.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 프레젠테이션, 직원 회의 등 모든 경우에 이런 요소는 각기 직접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벽을 허물고 세운 문 여덟 개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 사무실에 있을 때는 문을 전부 열어둡니다. 실제로 직원과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도록요. 언제든지 누구든 쉽게 오고 갈 수 있죠.”
동대문 두타 16층의 사무실은 지난해부터 사용하고 있다. 동대문 지역을 비롯한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은 이 장소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두타와 동대문 상권을 분리할 수 없죠. 동대문이 서울의 상징인 것처럼요.” 그에게 사무실이라는 것은 명확하며 정확하게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방의 모든 것은 그 방에 들어올 누군가를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난 아티스트가 아닙니다. 디자이너죠. 그 차이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는 철저한 분석과 전략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뽑아내는 상업 예술가예요. 내가 머무는 장소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라기보다 각기 서로 다른 세 가지 역할을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적인 성향이나 좋아하는 것은 사무실보다 내 모습에 많이 반영하는 편이죠.” 그렇지만 세 장소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피규어라든가 커다란 인형 같은 팝아트적 요소에서 그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혹시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것에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가구 같은 것. “가구가 필요하면 공간에 맞춰서 직접 디자인해 주문 제작하는 편이죠. 형태, 모양, 색깔, 소재까지 전부 내가 정해서 제작만 의뢰합니다. 요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창의적인 작업은 경계를 넘나들죠. 나 역시 뭐든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어릴 때 꿈은 발명가였죠!” 장소에 대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에 대해 새로운 것 한 가지를 알게 된 셈이다.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CHUN HIM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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