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ami Heat
플로리다에는 누구나 갈망하는 마법으로 가득한 공간이 있다. 부동산 업계의 신화이자 ‘디자인 마이애미’의 창립자 크레이그 로빈스의 집이다.
마이애미는 이른바 ‘매직 시티’로 불린다. 그 중심엔 지치지 않는 마법사 크레이그 로빈스(Craig Robins)가 있다. 부동산 회사 다크라(Dacra)의 창업자이자 CEO인 로빈스는 1980년 말부터 엄청난 미션을 수행해왔다. 예를 들어 시내 북쪽의 버려진 지역을 문화 콘텐츠를 더한 고급 쇼핑 메카인 디자인 디스트릭트(Design District)로 탈바꿈 시켰다. 그의 또 다른 타깃은 마이애미 비치의 ‘선셋 아일랜드’였다. 2015년 사우스플로리다의 저명한 부동산 개발 업자인 재키 소퍼(Jackie Soffer)와의 결혼을 앞두고, 선셋 아일랜드에 위치한 본인 소유의 2층짜리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것. 건축가 월터 채텀(Walter Chatham)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 힐만(Julie Hillman)이 참여해 그곳을 자녀 여섯 명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마법의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난 그저 자의식이 강한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로빈스는 주문 제작한 L자 소파에 앉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공간을 채우는 데 집착하죠. 내 공간은 하얀 벽과 은은한 조명이면 충분해요. 나머지는 아티스트의 작품, 디자이너의 가구에 맡기면 되니까요.” 로빈스 집을 둘러보고 나니 모던 디자인의 인명사전을 읽은 느낌이다. 지오 폰티(Gio Ponti)의 가구를 비롯해,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 마크 뉴슨(Marc Newson), 부훌렉 형제(Ronan and Erwan Bouroullec), 캄파나 형제(The Campana Brothers), 톰 딕슨(Tom Dixon), 론 아라드(Ron Arad)의 탁구 테이블까지! 로빈스가 집을 둘러보며 소개한 대부분의 작품은 2005년 시작한 아트 페어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의 출품작이기도 하다. “제 삶과 커리어에 경계 따윈 없죠.” 마치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로빈스는 톰 포드 옷을 입고 벨루티 옥스퍼드화를 신고 있었다. 두 브랜드는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개발할 때 그가 직접 섭외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사실 평소에는 시크한 스타일을 즐긴다. 릭 오웬스나 생로랑 같은(둘 다 그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날은 촬영 후에 보수적인 클라이언트와 선약이 있어, 편안한 느낌의 의상을 입었다고.
예술 전공 학도에서 열정적인 수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로빈스. 그는 집에 있는 작품을 설명할 때 말이 많아진다. “작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매기는지는 관심 없어요.” 복도에 걸린 프란시스코 데고야(Francisco de Goya)의 초기 작품을 보며 한 얘기다. “순수하게 미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그 이상을 얻을 수 없죠.” 집 안 곳곳에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가 존 커린(John Currin) 옆에,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옆에, 비토 아콘치(Vito Acconci)가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옆에 자리하는 것을 보면 그 마음이 느껴진다.
물론 집에 저명한 작가의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 서재에 걸린 유화 페인팅은 로빈스의 오랜 친구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작품이다. 무명 작가가 만든 세라믹 티포트도 있다(로빈스는 그 티포트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천재 도예가 말론 로빈스(Marlon Robins)의 작품이라고 했다. 참고로 그는 로빈스의 열일곱 살 된 아들이다).
로빈스 부부는 각자의 작품 수집에 대해선 상관하지 않지만, 야외에 설치하는 작품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인다. 이번 리노베이션 시 갈등이 발생한 공간도 역시 야외 정원이다. 조경 디자이너 나단 브라우닝(Nathan Browning)이 브라질에서 공수한 야자수를 심고, 야외 정원을 넓게 확장하는 것에 부부는 합의했지만, 그 밖의 사항에 대해서는 종종 대립했다. “로빈스는 2011 디자인 마이애미 기간에 데이비드 아디아예(David Adjaye)가 만든 작품을 파빌리온처럼 세우고 싶어 했죠. 부인은 그곳에 농구 코트를 만들고 싶어 했고요. 누구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죠. 단호했어요.” 조경 디자이너의 말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아름다운 정원이 완성됐다. “우린 밖에 있는 게 좋아요.” 로빈스가 말했다. “11월부터 5월까지 정원에서 식사를 즐기곤 하죠. 이것이야말로 마이애미 라이프의 특권이니까요.”
로빈스는 종종 정원에 자리한 12인용 테이블에 사람들을 초대하곤 한다. 손님의 성격에 따라 그 모임은 앵무새 무리처럼 소란스럽거나, 벽에 걸린 작품처럼 조용하고 차분하다. “로빈스는 마치 인물 큐레이터 같아요.” 크리스찬 루부탱 곁에 앉아 있던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하모니 코린(Harmony Korine)의 말이다. “로빈스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관찰하곤 하죠. 조용히 자연스럽게요.” 슈퍼모델 캐롤리나 쿠르코바(Karolina Kurkova)는 로빈스의 파티를 두고 “누굴 만날지 미리 알 수 없어요. 패션, 예술, 비즈니스 종사자들일지, 하버드대학 교수들 모임일지 아무도 모릅니
다. 물론 어느 때나 재미있고 흥미롭죠”라고 말한다.
손님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즐긴 뒤 마무리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한 엄청난 규모의 욕실에서 이뤄진다. “예전에 마사 스튜어트의 욕실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사진가 토드 에베를(Todd Eberle)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더군요.” 로빈스가 마사 스튜어트 집에서 열린 파티를 회상했다. “마사 스튜어트가 제게 욕실을 공개한 것처럼, 저도 손님들에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시끄러운 파티가 끝나고 누군가의 욕실을 관광하는 것이 숙취로 욕실에서 자다 깨는 것보다 덜 지저분하잖아요?”
-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KRIS TAMBURELLO
- 글
- HORACIO SILVA
- 스타일리스트
- Michael Reyno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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