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Open House

2017.11.06

Open House

남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부리 하우스는 이혜영이 바라던 모든 걸 담은 공간이다. 편안한 카페, 깔끔한 오피스, 개인적인 작업을 위한 아틀리에,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움까지

1 남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부리 하우스 1층 입구. 쿨레인 작가가 만든 부부리 조각상이 반긴다. 2 시멘트, 나무, 라탄 등 다양한 소재의 가구로 채운 야외 공간. 박스터(Baxter)의 테이블, PP68 의자, 로돌포 도르도니(Rodolfo Dordoni)의 아웃도어 가구를 만날 수 있다. 3 이혜영이 준비한 부부리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1층 쇼룸

남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부리 하우스 1층 입구. 쿨레인 작가가 만든 부부리 조각상이 반긴다. 

“전 항상 남산과 함께해요.” 기다란 나무 테이블을 매만지던 이혜영이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집에서도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이 바로 남산과 서울타워예요. 그리고 여기 이곳으로 오면 또다시 같은 전망이 저를 기다리죠.” 그 시선을 따라가자 남산과 서울타워를 담은 전망이 벽에 걸린 액자처럼 가깝게 보였다.

그녀를 만난 곳은 올해 론칭한 브랜드 부부리의 모든 것이 함께하는 공간인 부부리 하우스. 경리단길을 따라 난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이곳의 1층엔 카페, 2층엔 부부리 브랜드 사무실, 3층은 회화 작업을 위한 아틀리에, 4층은 라운지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 지난 10월경 일명 ‘BBL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꾸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러한 공간에 대해 꿈을 꾸진 않았다.

시멘트, 나무, 라탄 등 다양한 소재의 가구로 채운 야외 공간. 박스터(Baxter)의 테이블, PP68 의자, 로돌포 도르도니(Rodolfo Dordoni)의 아웃도어 가구를 만날 수 있다.

이혜영이 준비한 부부리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1층 쇼룸.

“언젠가 패션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어요. 운명과 같이 좋은 팀을 만나면서 결심했죠.” 그렇게 모인 이혜영과 유예리 대표, 김병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남동 아틀리에에서 서서히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우연히 경리단길의 3층짜리 건물을 보는 순간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남산 풍경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곳이구나 싶었어요!”

한스 J. 웨그너(Hans J. Wegner)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한 카페 한쪽 1층 탈의실 공간을 장식한 식물 스타일링.

한스 J. 웨그너(Hans J. Wegner)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한 카페 한쪽 1층 탈의실 공간을 장식한 식물 스타일링.

이혜영은 곧 그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선은 3층 건물을 4층으로 증축하는 것이 먼저. 그리고 좀더 효과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나눌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건물을 지나는 사람이나 부부리 하우스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남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대로 전하기 위해 신경을 썼습니다.” 그 역할을 맡은 건축사 사무소 공감의 대표인 이현수가 전했다. 말 그대로 액자 모양 그대로 열린 입구와 반짝이는 광택의 천장은 특별한 공간으로 들어서는 기분을 전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건물 내로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부부리 캐릭터를 완성한 김세동 작가의 작품과 베르토이아(Bertoia) 의자가 자리한 카페.

부부리 캐릭터를 완성한 김세동 작가의 작품과 베르토이아(Bertoia) 의자가 자리한 카페.

1층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치라면, 4층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좀더 사적이다. 공간을 둘러싼 유글라스(하얀 유리 소재)가 조명처럼 빛이 나 더욱 신비롭다. “아직은 여름만 경험해봤어요. 곧 가을이 오면 단풍이 들고, 겨울이 오면 눈이내릴 테고, 봄이 되면 꽃이 피겠죠. 남산이 이 건물 색깔이 바뀌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사실 이곳은 바로 아래 자리한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한 후 잠시 쉬기 위한 라운지 공간. “아직 이곳에서 작업을 시작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죠. 전 언제든 계획 없이 무언가를 시작하는 편이니까요.”

한스 J. 웨그너(Hans J. Wegner)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한 카페 한쪽 1층 탈의실 공간을 장식한 식물 스타일링.

한스 J. 웨그너(Hans J. Wegner)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한 카페 한쪽 1층 탈의실 공간을 장식한 식물 스타일링.

참, 그전 한남동 아틀리에는 이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올해 6월 뉴욕 전시를 비롯해 지난 세 번의 전시를 위해 길게는 하루에 10시간씩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리던 공간. “애정이 많은 곳이라 문을 닫기 힘들었어요. 대신 많은 이들과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전시 공간을 대여해주기도 하고, 그곳에서 깜짝 공연이 열릴 수도 있을 것.

4층 라운지에서 만난 이혜영와 항상 그녀 곁을 지키는 초코(왼쪽)와 부부리. 공간을 둘러싼 하얀 유리 소재 유글라스가 공간을 신비롭게 한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3층에는 아틀리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4층 라운지에서 만난 이혜영와 항상 그녀 곁을 지키는 초코(왼쪽)와 부부리. 공간을 둘러싼 하얀 유리 소재 유글라스가 공간을 신비롭게 한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3층에는 아틀리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즉흥적인 성격이지만, 부부리 하우스를 완성하기 위해 이혜영은 많은 이들과 함께했다. 예를 들어 건물 외관의 벽화는 부부리 캐릭터를 완성한 작가 김세동의 작업이며, 1층 카페 인테리어는 뉴욕을 베이스로 한 디자이너 딘 킴(Dean Kim), 나머지 공간의 인테리어는 서울의 박경훈이 맡았다. 공간을 채우는 가구 셀렉팅은 더멘션의 황성호, 건물 전체 가드닝은 한때 <보그>의 피처 디렉터이기도 했던 노은아, 피규어 및 동상은 쿨레인 작가가 이혜영과 직접 수많은 대화와 미팅을 통해 완성했다.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저와 함께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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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와의 촬영이 있던 날, 그녀는 긴 휴가를 끝내고 첫 출근을 한 참이었다. “다들 이곳에서 어디가 제일 좋으냐고 물어봐요. 그럼 전 항상 2층 사무실이라고 이야기해요.”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곳. 식구와 같은 이들과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곳이라는 것이 마냥 기쁘다. “오늘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에게 행복하다고 소리 내서 말해버렸어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CHA HYE 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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