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Back to The Past

2017.11.08

Back to The Past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밀라노 근처의 이 아름다운 주택을 차기작의 배경으로 삼았다. 그는 새 영화를 위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아함의 모든 요소를 이 가정집 안에 재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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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페르시안 카펫, 중국 자수 장식 실크 패널, 18세기 거울과 원래부터 집에 있던 그랜드피아노로 이야기와 스타일을 결합한 거실 공간. 문 바깥쪽에 보이는 건 진행 중인 촬영 도구.

마치 1980년대의 폴라로이드 스냅 샷처럼, 밀라노 근처에 위치한 아름다운 17세기 맨션은 꿈결같이 흐릿하고 아주 오래된 듯한 부드러운 이미지를 자아낸다. 거실에는 인도 사라사 천을 씌운 작은 테이블 옆 낡은 소파 위에 오래된 책이 쌓여 있고 아들의 방에서는 워크맨에서 듀란듀란 테이프가 길게 늘어진 소리가 새어 나온다.

데다르사의 자작나무 껍질 패턴의 실크를 바른 서재의 벽감. 아름다운 카메오 컬렉션과 정교한 거울로 그 안을 채웠다.

데다르사의 자작나무 껍질 패턴의 실크를 바른 서재의 벽감. 아름다운 카메오 컬렉션과 정교한 거울로 그 안을 채웠다.

가족이 사는 집의 매력이 흐르는 이 장소는 몇 대에 걸쳐 모이고 쌓인 오브제로 이런 우아함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이 풍경의 요소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자신의 새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위해 모은 것들이다. 안드레 애치먼 원작 소설의 이 작품은 어느 여름 10대 소년과 한 젊은이의 순정적인 사랑을 다룬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2009년 작품 <아이 엠 러브>에서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Piero Portaluppi)가 설계한 빌라 네키를 배경으로 우아한 공간을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에도 밀라노 외곽의 낡은 맨션에서 지나간 환상에 대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19세기 장식 패널 아래 제국주의 시대 소파 위에는 잊혀진 듯한 오래된 책들이 모여 있다.

19세기 장식 패널 아래 제국주의 시대 소파 위에는 잊혀진 듯한 오래된 책들이 모여 있다.

루키노 비스콘티 이후로 이탈리아 영화는 더 이상 사람들을 정제된 이미지에 길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밀라노에서 1시간 떨어진, 나무가 우거진 숲 가운데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우리를 다시금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끌어들인다. “소설처럼 영화 역시 1980년대에 다시 부흥했습니다.” 감독은 설명했다. “나는 오늘날과 달리 성 정체성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보다 불분명하던 시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현대의 동성애 문화와는 거리가 먼 어떤 것이죠. 그래서 내 영화의 프레임은 의도적으로 시대를 초월합니다.”

홀의 소파에 앉아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

홀의 소파에 앉아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

로마에서 15년을 보낸 후 루카 구아다니노는 롬바르디아의 작은 마을인 크레마에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 또한 시골의 삶을 연상시키기를 바란다. “처음 이 집을 발견했을 때 이 집을 사서 내가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흥분하기도 했죠. 우리는 때로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이 집 또한 마찬가지예요. 내가 사는 대신 여기서 영화를 만들었으니까요.”

침실 내부는 어두운 색의 목재와 앤티크 가구로 꾸몄다. 침대 뒤의 컬러풀한 바틱 패턴 커튼은 데다르사 제품.

침실 내부는 어두운 색의 목재와 앤티크 가구로 꾸몄다. 침대 뒤의 컬러풀한 바틱 패턴 커튼은 데다르사 제품.

수년 동안 아무도 그 건물에서 살지 않았기에 내부 장식의 많은 부분을 재건해야 했다. 큰 거실의 그랜드 피아노는 처음부터 있었지만 앤티크 가구와 가족용 가구의 우아한 조합은 대부분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과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실내장식가 겸 세트 디자이너 사무엘 드소르(Samuel Deshors)와 세련된 로마풍의 인테리어 건축가 베르데 비스콘티(Verde Visconti)가 작업한 결과물이다. “상류층 부르주아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서는 그 취향을 정확하게 아는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시간을 초월해 황폐화된 아름다움을 그 주택에 맞게 재건할 수 있는 전문가여야 했죠. 영화의 주인공들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과 함께 그 집에 살 이유가 없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거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나는 그게 바로 그 모든 것을 시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두 장식가는 단순한 재건의 수준을 넘어서 서재의 낡은 내부를 실크 벽지로 바르고, 부부 침실의 침대 캐노피에 데다르(Dedar)사의 바틱 프린트 천을 드리우고, 일본풍 태피스트리 패널도 만들었다.

앤티크 프레스코로 장식한 다이닝 룸의 천장, 제국주의 시대 테이블, 19세기 후반 의자, 텁수룩한 카펫, 시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그림들. 집의 장식은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취향으로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앤티크 프레스코로 장식한 다이닝 룸의 천장, 제국주의 시대 테이블, 19세기 후반 의자, 텁수룩한 카펫, 시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그림들. 집의 장식은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취향으로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이 원단의 촉감은 놀라운 낯설음의 마법을 불러일으키죠.” 우리는 마치 장식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것 같다. 구아다니노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지만 한 동안은 이번 영화 촬영이 그의 주된 일이었다. 그렇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2017년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다. 그전에 마무리 작업이 완료된 아르젠토의 호러 영화 리메이크작 <서스페리아> 개봉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에디터
    SONG BORAH
    포토그래퍼
    ALEXIS ARMANET
    CÉDRIC SAINT ANDRÉ PER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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