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으로 넘기고 난 지 1년. 다신 되돌아보지 않았어(Swiped right one year ago and never looked back).”
몇년 전 미국에서알고지내던지인의 ‘럽스타그램’에 포스팅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당시 사귀던 남자 친구와의 1주년을 기념하는 사진과함께였죠. 도대체무슨뜻이지? 함께알고지내던 또 다른친구에게 묻자 더아리송한답변이날아왔습니다. “아, 지금남자 친구틴더(Tinder)로만났나 보네!”
틴더? 네, 맞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넘어온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상대방의 프로필을 본 뒤 마음에 들면 오른쪽으로, 그냥 통과하고 싶다면 왼쪽으로 사진을 넘기면(Swipe) 됩니다. 상대방도 나를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해야만 서로 일대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죠. “1년 전에 오른쪽으로 너를 스와이프한 뒤 다신 그 앱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어쩌면 마지막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사람들은 하염없이 상대방의 프로필을 넘깁니다. 왼쪽으로요.
전 세계 약 5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는 틴더. 하루에 1천2백만건 이상의 ‘매칭’이 성사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에 소개팅이라고 디지털로 안 할 이유가 없죠. 물론 온라인 소개팅 앱은 ‘위험하다’, ‘진지한 관계로 이어지긴 어렵다’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있습니다. 반대로 제대로 만나 ‘잘’ 사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어디서 만났느냐고 물었는데 어쩐지 대답이 흐릿하다면, 대충 예상하시면 됩니다. 결국 같은 앱이라도 어떻게 쓰느냐는 본인에게 달렸습니다.
꼭 틴더가 아니더라도 조금씩 캐릭터가 다른 다양한 앱이 존재합니다. 종류에 따라 이용하는 사람들의 소위 말하는 ‘물’도 다르다고 하죠. 보장이 안 된 애플리케이션은 쓰기 불안한 분들을 위해 리스트를 마련했습니다. 글로벌 앱 시장조사업체 ‘앱 애니’에 따르면, 게임을 제외한 최근 국내 앱 매출 상위 10위권에 단 3개의 데이팅 앱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매칭 확률, 만족도, 사용자 수까지 어느 정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앱이죠.
아만다
외롭다고 아무나 만날 수 있나요?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줄임말, ‘아만다’입니다. 실제로 가입 절차가 조금 까다로운 앱이라고 합니다. 가입을 하고 나면 우선 보정하지 않은 정면 사진 3장을 등록해야 합니다. 등록하고 나면 이미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 점수를 매기죠. 5점 만점에 평균 3점 이상 나와야 합격! 3점 미만은 앱을 이용할 수 없답니다. 꽤 가혹하죠?
서로 프로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면 대화창이 열립니다. 장점 중 하나는 ‘아는 사람 만나지 않기’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점! 연락처를 불러온 뒤 아는 사람을 모두 앱에 등록해두면 끝. 어색한 회사 사람이나 이미 끝난 썸남과는 온라인에서도 마주칠 일이 없답니다.
가입 절차 덕분일까요? 아만다는 일단 가입에 성공하기만 하면 보증된 훈남 훈녀와 스펙이 좋은 이용자가 꽤 많기로 유명합니다. 아무나 만나느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
정오의 데이트
12시가 기다려지는 이유. 점심시간 말고도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이상형 분석을 가장 잘해주는 앱으로 유명한 ‘정오의 데이트’. 매일 정오가 되면 휴대폰에 ‘오늘의 카드’가 뜨게 됩니다. 내가 설정한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두 명씩 소개하는 거죠. 하! 너무 설레는 점심시간 아닌가요?
정오의 데이트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이용자들의 신뢰도가 굉장히 높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애플리케이션 평가에서 별 4개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죠. 유령회원이 적고 연결된 이성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한 편! 그 이유는 집요할 만큼 디테일한 입력 사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키, 체형, 스타일은 물론 음주와 흡연 여부, 가보고 싶은 여행지, 관심사까지. 성실하게 작성하는 만큼 확실한 이상형으로 돌아옵니다.
거기다 이렇게 깜찍하면서도 노골적인 메뉴까지 준비하고 있답니다. 마치 커뮤니티에 가입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이성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에게 추천!
이음
‘이음’은 매일 두 번, 12시 30분과 6시에 새로운 이성을 소개해줍니다. 내가 OK를 누른 뒤, 상대방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앱과 비슷하네요. 단, 누군가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상대방이 마음에 든다면 24시간 내에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실명 인증 이후에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배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 예를 들어, 차가 있는 사람은 간단하게 사진을 올린 뒤 ‘마이카’ 배지를 인증하는 식입니다. 글래머, 해외파, 전문직, 엘리트 등 대놓고 노골적인 배지 이름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지 않나요? 궁금하긴 하지만 만나기 전에 물어보기 곤란한 스펙을 은근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상대와 서로 OK를 하면 바로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상대방을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앱 안에 설치된 메신저를 통해 지지부진한 연락을 하는게 답답한 사람이라면, 이음의 매칭 방식이 훨씬 편하겠죠.
아직도 ‘난 그런 걸로 사람 만나는 거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억지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연말도 다가오는데 집에서 혼자 TV 보느니, 그냥 한번 써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