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다이애나 스펜서의 아들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 해리 윈저가 미국의 여배우 메건 마클과 약혼했습니다. 해리 왕자도 ‘기적’이라고 표현했죠.
11월 27일 영국의 켄싱턴 궁전. 이른 아침부터 궁전 앞은 취재진들로 북적입니다. 이윽고 궁전 안 ‘선큰 가든’에 등장한 사람은?
짜잔!
찰스 왕세자의 아들 해리 왕자와 그의 여자 친구인 메건 마클입니다.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나타난 이유는? 내년 초 두 사람이 부부가 될 것이라는 약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죠. 두 사람은 작년 11월 공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메건은 올해 2월 왕실을 찾아 인사했고, 7월 그녀의 부모가 영국으로 찾아와 상견례를 가졌다고 합니다. 현재 두 사람은 켄싱턴 궁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해리 왕자가 소감을 전합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저와 메건은 놀라운 속도로 빨리 사랑에 빠졌어요. 갑자기 제 인생에 아름다운 메건이 뛰어들었어요.”
메건 마클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달 초였어요. 켄싱턴궁에서 로스트 치킨을 만들고 있는데 깜짝 놀랐죠. 해리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제게 청혼했어요.정말 로맨틱했어요.”
메건 마클이 낀 약혼반지가 보이는군요! 이 반지는 해리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엄마 다이애나의 유품인 다이아몬드 두 개가 함께 박혀 있습니다. 그는 “아마도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메건과 최고의 친구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두 사람은 내년 초 세기의 결혼식을 올릴 예정.
“메건은 제 프러포즈가 다 끝나기도 전에 ‘좋다고 해도 될까?’라고 물었어요. 당장 그녀의 손에 이 반지를 끼워줬죠.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낭만적인 순간이었어요. 이제 전 새로운 자리에서 더 중요한 것에 힘을 쏟고 집중할 거예요.”
정말 깨가 쏟아지는 커플이죠? 만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결혼을 약속할 만큼 뜨겁게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을 두고 이런저런 의견이 분분합니다.
해리 왕자는 소문난 ‘말썽꾸러기’였거든요. 그는 어머니인 다이애나 스펜서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방황하며 사고(?)를 많이 칩니다. 미성년자였던 2002년엔 음주와 대마초로 물의를 빚었고, 2005년엔 나치군 제복을 입고 무도회에 참석합니다. 2006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를 하기도 했지만 2012년 8월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누드 파티를 즐기는 사진이 유출되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해리의 전 여자 친구는 “해리의 바람기 때문에 헤어진다”고 밝힌 바 있어 그의 여성 편력도 여러 차례 화제에 올랐습니다. 2015년엔 ‘엠마 왓슨’과 열애설이 돌았죠.
이런 악동 해리 왕자를 순한 양처럼 길들인(?) 주인공. 여배우 메건 마클은 반대로 모범생입니다. 그녀는 해리보다 세 살 연상인 1981년생,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졸업반 시절엔 아르헨티나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했죠.
대학 다니던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해 2002년 메디컬 드라마 <General Hospital>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며 데뷔합니다.
그리고 ‘흑인 혼혈’입니다. 아버지는 미국인으로 할리우드의 에미상을 거머쥔 조명 감독, 어머니는 흑인으로 테라피스트입니다. 부모님은 이혼했지만, 항상 가족들과 어울리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합니다.
미국 법정 드라마 <Suits>에 출연해 국내에도 꽤 알려진 배우죠. 2011년 7년간 사귄 영화 제작자와 결혼했으나 2년 후인 2013년 이혼했습니다.
마클은 패션, 뷰티, 여행, 음식을 다루는 라이프스타일 블로그 ‘The Tig’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블로그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그녀는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난 점심을 준비하는 여자 대신 항상 일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메건 마클은 사회 운동가이자, 인도주의자이기도 합니다. 2015년 국제 여성의 날엔 유엔 총회에서 여성과 인권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죠.
“저는 여성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11세 때 메건 마클은 교실에서 친구들과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P&G 세제 광고에선 이런 말이 흘러나왔죠.
“미국의 모든 여성들은 매일 기름진 냄비나 프라이팬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때 같은 반 남자아이들은 “맞아, 여자들은 부엌에 있어야지”라고 말했고, 마클은 부당한 상황이라고 느껴 집에 돌아가 아버지에게 상의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힘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볼 것’을 권유했고 메건 마클은 당시 영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물론 광고 회사인 P&G에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한 달 후 광고에서 ‘여성’이란 단어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굉장하죠?
“그때 편지를 써보라고 했던 저희 아버지 같은 남성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어린 소녀들의 목소리도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녀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교육과 건강을 위해 일하는 월드비전 캐나다의 홍보 대사이기도 합니다. ‘깨끗한 물 캠페인’을 위해 르완다에 다녀오기도 했죠.
“제 인생은 레드 카펫과 난민 캠프를 오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 두 곳을 모두 선택한 건 지구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만, 제 발은 두 곳을 모두 디디고 있습니다. 흑인 역을 맡을 정도로 피부가 검지 않고, 백인 역을 맡을 정도로 피부가 하얗지 않아 배역을 맡을 때도 늘 뒷전이었지만 저는 자신을 사랑합니다. 혼혈 여성이지만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리가 굉장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죠? 두 사람을 이어준 최초의 인연도 ‘자원봉사’ 덕분입니다. 작년 5월 메건 마클은 드라마를 찍기 위해 토론토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열린 (해리 왕자가 창설한) 상이군인 올림픽 ‘인빅터스 게임’에서 해리를 만난 것.
사실 두 사람을 더 가깝게 이어준 지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다음 달 메건 마클은 자신의 절친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마클의 친구인 마커스 앤더슨이 소호 하우스에서 친구들 모임을 만들어 그녀를 초대한 것. 그 자리에 해리 왕자도 있었다는군요! 전달에 토론토에서 만났으니 더 가깝게 친해질 수 있었겠죠?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로 꼽는 것도 바로 이때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그녀지만, 흑인계 혼혈 미국인인 데다 이혼 전력이 있고, 배우인 그녀가 영국 왕실에 입성한다는 사실로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해리 왕자의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 없이 허락했습니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왕실에서 다소 파격적인 행보죠! 과거엔 이혼 전력이 있는 여성은 왕실에 입성할 수 없었지만, 해리의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가 2005년 오랜 연인이었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 재혼했기에 반대할 이유가 없죠. 게다가 조카들이 태어난 바람에 왕위 계승 순위가 5위로 밀려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고 왕실 전문가는 세상이 바뀐 만큼, 왕실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혼 전력은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없어요. 마클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멋진 여성이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반면, 두 사람의 사랑을 뜨겁게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벌써 두 사람의 2세를 과학적으로 예측한 사진도 공개됐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