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예요. 그러니 받아들이세요."
거칠지만 재미있기도 한 조 크라비츠. 타협을 거부한채 성실과 끈기로 할리우드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이게 나예요. 그러니 받아들이세요.”
나는 런던 피카딜리에 있는 로열 아카데미(영국 왕립 미술원) 뜰에서 조 크라비츠(Zoë Kravitz)를 만났다. 남성 예복에 톱 햇을 쓴 채비로 경마장으로 서둘러 가는 신사들. 지극히 영국적 풍경이다. 나는 미국 록계의 로열패밀리의 딸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발렌시아가 데님 재킷과 남자 친구(배우 칼 글루스맨)의 후디로 몸을 감싼 채 차양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런던에 대한 모든 기대가 충족된 뉴요커의 표정으로 비를 바라봤다. “저건 뭐죠?”라고 남자들의 톱 햇을 보며 무표정하게 물었다. 솔직히 그녀는 쿨하다. “섹시함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자신의 영화 커리어에 대해선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강렬한 반응을 원해요. 그래서 대담해지고 싶습니다.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 흥미는 사라져요.” 또 스타일에 대해선 “저는 늘 약간 하드코어적인 것을 믹스하길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신고 걸을 수 있는 신발만 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함께 어울리기에 좋은 사람이다. 따뜻하고, 재미있고, 거칠다. 할리우드 생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주얼리가 딸랑거렸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위해 모든 오스카 파티에 참석해서 수다를 떨고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정작 시상식은 집에서 스웨트 팬츠를 입고 음식을 먹으며 환호하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조의 몸에는 39개의 문신이 있다. 그러나 손등에 섬세한 선으로 그린 나뭇잎 모양은 아주 얌전하다. 그리고 그녀는 더 로우의 멋진 벨벳 백을 들고 있다. 그녀가 착용한 앤티크 인도 주얼리인 브라스 소재 너클과 멋지게 믹스 매치됐다. “패션과 예술에서 중요한 건 대담한 선택이라고 믿어요. ‘이거 괜찮아?’가 아니라 ‘이게 나야, 그러니 받아들여’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거요. 저는 스물여덟 살이에요. 저보다 어린 세대가 상당히 깨어 있고 공감력이 매우 뛰어난 데다 섬세한 게 좋아요. 하지만 저는 그들과 약간 동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오, 안 돼, 그들이 스스로를 남자라고 밝힌 걸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그냥 ‘남자’라고 불렀네’ 같은 농담을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에서 사는 건 “어두워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웃음거리 이상이에요. 전혀 재미있지 않아요. 하지만 웃을 수밖에 없어요. 얼마 전 엄마와 통화했는데 트럼프가 FBI 국장을 해고한 것에 대해 얘기하다 동시에 웃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조의 현명한 눈과 절묘한 하트형 얼굴에서 그녀의 엄마(<코스비 가족>에 출연했던 리사 보넷)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록계의 ‘신’인 아버지 레니 크라비츠는 소개가 필요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크라비츠는 단순히 ‘누군가의 딸’ 그 이상이다. 끈기와 성실성 덕분에 그녀는 혼자 힘으로 여러 역할을 따냈다. “누군가의 딸이 일을 시작하면 세상 사람들이 ‘좋아, 그들이 진지한지 그렇지 않은지 곧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걸 이해합니다. 저는 그런 세간의 시선을 견뎌왔다고 생각해요.” 열여섯 살 때부터 일하면서 그녀는 꽤 많은 돌연변이 슈퍼히어로 액션(<엑스맨: 퍼스
트 클래스> <애프터 어스>)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최근엔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스카이 애틀랜틱 채널의 <빅 리틀 라이즈> 같은 TV 드라마에서 강렬한 역할을 따냈다.
“세트장에선 동지애가 엄청났어요. 우리 모두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함께 하는 신을 찍는 게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얼마나 드문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키드먼의 재능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아주 느긋하고 다정합니다. 그러다 카메라가 돌면 야수 같은 연기자가 튀어나오죠.” 드라마는 찬사를 받았다. 레나 던햄은 이메일로 조의 캐릭터인 보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얘기했다. 보니는 위협적인 존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 계속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 “저는 그녀를 잘 몰라요. 그녀는 늘 다른 여자들에게 지지를 보냅니다”라고 크라비츠는 던햄에 대해 말한다. 조는 <빅 리틀 라이즈> 외에 현재 상영 중인 여성들이 쓴 여성들을 위한 또 다른 여성 앙상블 영화 <레이디스 나잇>에 출연 중이다. “세트장은 서로를 격려하는 창의적인 분위기예요. 남자들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한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와, 그거 멋졌어요. 마음에 들어요’라는 칭찬을 많이 하죠.”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기도 한 이 드라마는 올해의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이라 할 수 있는, 여자들만의 파티를 다룬 코미디다. 이 작품의 오싹한 부분, 예를 들면 죽은 남자 스트리퍼가 나오는 부분은 미국 비평가들이 감당하기에 약간 과하다는 게 입증됐다(<버라이어티>는 그것을 “질퍽거리고 천박한 스릴”이라고 평했다). “그 영화를 만들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지금은 누가 뭐라든 상관없어요”라고 조는 말한다. “여자들이 뭔가를 하면 현미경을 들이댑니다. 남자들이 그런 작품을 만들면 그냥 재미있고 선정적이고 쿨하다는 평을 받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오, 당신은 남자들이 하는 걸 하려고 하는군요. 당신은 웃기려고 애쓰는군요’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글쎄요, 실제로 사람들은 그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여자들이 영화를 장악하는 걸 보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그들이 너무 막 나갔다고 느낄까? “아뇨, 저는 우리가 더 막 나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코미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코미디는 불쾌하고 어두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영리하고, 야비한 의도를 갖지 않고, 사람들에게 ‘영화의 톤이 마음에 들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 말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몸을 거칠게 다루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해 불편했다면 미안해요. 우린 이미 그런 것을 경험해봤어요. 그래서 그런 작품을 만든 거예요. 그건 에이미 슈머의 코미디 같아요. 그녀는 끔찍한 문제에 대해 언급합니다. 천재적이죠.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아마 당신이 문제의 일부이기 때문일 거예요.”
그녀를 기다리는 다음 작품은 <해리 포터> 프리퀄인 <신비한 동물사전 II)>다. 이 영화 촬영 때문에 조는 6주간 런던에 머물게 됐다. 나는 이곳에서 그녀가 맞닥뜨리게 될 일, 톱 햇과 모든 것에 대해 얘기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나는 우리가 만나기 이틀 전에 여왕의 왕관이 전용차에 실려 의회로 옮겨졌다는 사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알겠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곧 미국식 영어에서 벗어나 완벽한 30년대 영국 상류층 악센트(<신비한 동물사전II>에서 그녀가 맡은 캐릭터인 레타 레스트랭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애스콧, 애스-콧. 모두 애스콧으로 가고 있군요.” 그녀는 헬레나 본햄 카터의 3대 위의 고모를 연기한다. 인정한다. 두 사람은 가는 뼈대와 영혼이 닮았다. 크라비츠는 분명 당신이 여자 친구 그룹에 넣고 싶은 그런 인물이다. 스크린 밖에서 그녀는 테일러 힐, 카라 델레빈, 그 외의 여자들과 친구 사이다(“카라요? 그녀는 폭탄이에요. 아주 거칠죠. 아마 저보다 더 할 거예요. 그래서 그녀를 사람들로부터 떼어놓아야만 해요.” 거기에 한밤중에 햄프턴 해변에서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오토바이로 도망치는 익살스러운 행동을 펼치는 파티 걸의 일화가 뒤따른다).
그녀는 ‘쿨걸’에게 어울리는 부업도 갖고 있다. 바로 롤라울프(Lolawolf, 그녀의 이부(異父) 남매들의 이름을 딴)라는 밴드다. 이 밴드는 대형 레이블과의 계약루트를 따라가진 않았지만 친구이자 영화 <도프(Dope)>에 함께 출연했던 래퍼 에이셉 라키가 뮤직비디오 중 한 편에 출연했다. 우리가 왕립 미술원의 여름 전시회를 보러 웅장한 계단을 올라갈 때 조는 아주 즐거워하며 갤러리를둘러봤다. “나중에 남자 친구를 데려와야겠어요.” 글루스맨은 런던에서 그녀가 촬영하는 동안 가능한 한 오래 그녀와 런던에 머물 것이다. “우리는 작년 9월 17일에 친구들을 통해 만났어요. 그 후로 늘 붙어 다녔습니다.” 증거가 필요하다면 글루스맨의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면 된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조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가득하며 다른 사진은 거의 없다. 이 사람은 분명 그녀에게 푹 빠져 있다. 조가 양친 모두로부터 물려받은 것처럼 그도 유대인의 피를 이어받았다.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 둘 다 유대인이에요. 종교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말이에요. 우린 우리가 지닌 유대인 특유의 것들을 사랑해요. 노이로제, 죄책감, 대화…”
갤러리를 둘러보던 그녀는 큰 추상화에 끌렸다. 마크 로스코풍으로 덧칠한 불투명한 휴이 오도노휴의 그림이었다. “이 그림의 신비로움, 안개가 맘에 들어요.” 그녀는 그것이 <빅 리틀 라이즈>에서 보니를 연기할 때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과 비슷한 레이어링이라고 말한다. 보니는 대사가 많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이 일어난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예요. 대사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다면 그게 더 흥미롭죠…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지만 소설을 보면 보니에 대한 뒷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표현하는 건 멋진 도전이었어요.” 그녀는 브릭스턴에서 활동 중인 나이지리아 아티스트인 에이브 오데디나의 그림을 발견했다. 그의 작품을 구입하고 싶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작품을 본 후 제 비서가 그와 접촉했어요.” 뉴욕에서 그녀는 집에 걸 빈티지 사진에 투자해왔다. 마틴 루터 킹의 사진 한 점, “너무, 너무, 너무 아픈” 사슴에게 팔을 두른 프리다 칼로의 사진 한 점.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에요. 그녀의 건방짐을 사랑해요. 깊고 강렬한 건방짐.”
조의 부모님은 1987년에 눈이 맞아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스물네살이었던 그녀의 아빠는 당시 로미오 블루(Romeo Blue)로 알려져 있었고 스무 살의 엄마는 최고 인기 드라마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조는 그다음 해에 태어났다. “부모님은 상당히 어릴 때 저를 가졌어요. 그래서 할머니들이 제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손목에 새긴 RA라는 문신이 사랑하는 두 할머니 록시(Roxy)와 알린(Arlene)의 약자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할머니들과 아주 가까웠다. 리사와 레니는 그녀가 다섯 살 때 이혼했다. 조는 캘리포니아의 히피적이고 세련된 동네인 토팡가 캐니언에서 리사와 함께 살았다. “어린이 요가, 완전 채식, 그리고 모든 것을 다 했어요. 남동생과 여동생(롤라와 울프, 리사와 그녀의 현재 남편인 제이슨 모모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프로슈토와 치즈를 먹는 걸 봅니다. 저에겐 그중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았죠.” 그녀가 배운 것 중 하나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어릴 때 제 부모님이나 우리에게 늘 뭔가를 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벽을 쌓았어요. 저는 작은 문지기였습니다. 그런 경향은 부모님, 특히 모두에게 너무 친절한 제 아버지를 보호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그는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요. 하지만 저에겐 불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대립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당신을 만나 좋지만 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나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 부리토를 먹고 있는데 당신이 저만의 공간을 의식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처럼 대하지 않을 경우에 ‘안 돼요, 난 당신과 사진 찍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제가 싹수없는 건 아닙니다.”
우린 지금 왕립 미술원에서 걸어서 울슬리(Wolseley)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 중이다. 그녀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한 사람은 전 남자 친구인 마이클 패스벤더였다. 런던에 사는 또 다른 거물급 친구는 니콜라스 홀트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촬영하며 그를 만났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다시 함께 일했다. “명성에 의지할 수는 없어요”라고 크라비츠는 철학적으로 말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제게 그건 진짜가 아니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아름다움과 비슷해요. 영원할 수 없죠.” 실제로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엄마는 아름다운 배우로 크게 인정을 받았지만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엄마는 아주 ‘현명한 여성’의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노인의 영혼을 갖고 있어요. 아주 위대한 배우입니다. 한 번도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았으니까요. 그녀의 관심은 늘 다른 곳에 있었어요. 스타일과 유머 감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 했죠.” 그녀는 80년대 찍은 부모님의 낡은 스냅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그녀를 보세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바보 같아요. 우스꽝스러운 녹색 모자를 쓴 섹스돌 같죠. 섹시함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때 더 커집니다.”
조의 어머니는 그녀를 키우기 위해 연기를 중단했다. 그녀 역시 아이가 생기면 아이 곁에 있고 싶다. “아마 개가 먼저일 거예요. 아이를 갖는 건 천천히 생각할래요. 아이가 생기면 몇 년 쉬고 싶기에 분명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좋은 작업, 좋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남자 친구와 협업하길 원한다. “그건 꿈이에요. 제나 로우랜즈와 존 카사베츠처럼 파트너와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 말이에요. 그러면 전혀 두렵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또 다른 우상은 마크 라이런스(MarkRylance, 영국 배우 겸 연출가 겸 희곡작가)다. 그 역시 자신의 파트너인 작곡가 클레어 반 캄펀(Claire van Kampen)과 작업하고 있다. “그는 형편없는 영화를 찍지 않아요. 자신의 고결함을 지킵니다. 그것이 그가 그토록 훌륭한 이유죠.” 조에겐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아주 멋진 일들이다. 그녀는 후디를 올리고 검은 선글라스를 썼다. 그런 다음 이 쾌활하고 축복받은 영혼은 건물을 떠났다.
- 글
- HERMIONE EYRE
- 포토그래퍼
- ALASDAIR MCLELLAN
- 헤어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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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아티스트
- DIANE KEN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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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KO TSUCHIH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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