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에 감춰진 ‘우울’
어제 오후,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샤이니의 멤버 종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올해 나이 겨우 27세. 사망 직전까지 콘서트장에서 신곡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컴백을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에 더 충격적인 소식이었죠. 아래 사진도 불과 열흘 전 모습. 어제 저녁 SNS는 그의 사망 소식과 팬들의 충격으로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이 종현의 유서를 공개합니다. 유족과의 상의 끝에 올린다는 말과 함께였죠.
“얼마 전부터 종현이는 제게 어둡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매일같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불안한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그의 마음을 잡도록 애썼는데 결국엔 시간만 지연시킬 뿐 그 마지막을 막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이 세상에 그가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너무 괴롭습니다. 지금도 이 글을 올리는 게 맞는 건지 겁도 나지만 종현이 본인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글을 꼭 직접 올려달라고 부탁했어요.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가족과 상의 끝에, 그의 유언에 따라 유서를 올립니다.”
-종현의 유서 내용중 일부 발췌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워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
(…)
왜 죽느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 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 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 말이 듣고 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 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너무나 큰 고통이었던 ‘우울’과 그에겐 숙제와도 같았던 ‘행복’. 유서를 읽으면 그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울이란 뭘까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슬픔’이라 표현합니다. 종현이 ‘우울증을 앓았는가’에 대해 소속사의 명확한 입장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가 되었든 이런 우울한 증상과 심리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 장애’, ‘우울증’이라고 진단받게 되는 거죠. 꼭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특별한 사람에게만 발병되는 질병도 아니고요. 생활 습관이나 스트레스,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수많은 이유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건 단지 우울하건, 관계없습니다. 이미 스스로 의지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정말 중요하죠.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밝힌 우울증의 특징적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증상 중 다섯 가지 혹은 그 이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된다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좀더 확실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1)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우울하다.
(2)거의 매일,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되었다.
(3)체중 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체중의 감소나 증가, 식욕의 감소나 증가가 있다.
(4)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혹은 과도하게 잔다.
(5)초조하다.
(6)피곤하고 활력이 없다.
(7)스스로를 무가치하게 느끼거나 혹은 과도한 죄책감을 느낀다.
(8)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혹은 선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
(9)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사고 또는 자살 시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우울증 혹은 우울한 기분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그런 사실을 숨길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답니다. 두통이나 위염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평가받을까봐 두려워 숨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요? 배우 박진희는 본인의 석사 학위 취득 논문인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대한 연구’에서 “연예인 전체 중 약 4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스타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거죠. 만약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이야’라고 생각된다면 한번 다시 생각해보시길.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힘들지만 다시 한번 극복해내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는 심리학자 닥터 로렌과 함께 영국 <보그> 영상에 출연해 어린 소녀들의 ‘정신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죠. 제대로 극복한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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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황혜영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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