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Colors
‘케미포비아’인들에게 전하는 희소식! ‘내추럴’, ‘자연 유래’, ‘오가닉’ 스킨케어에 이어, 이제는 메이크업제품에서까지 독기가 빠지고 있다.
메이크업 제품의 존재 이유는 스킨케어와는 좀 다르다. 피부를 보호한다는 목적은 같으나 예쁘게 발색되어 오래 지속돼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기에 퍼포먼스가 좋은 제품이라면 굳이 성분을 꼬치꼬치 따지고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워버리는 거니까 괜찮다’고 여상히 넘겨버리기엔 우리가 핥아 먹고 피부로 흡수하는 화학 성분의 양과 희생되는 동물이 만만찮다. 위험한 성분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고 먹어도 괜찮은 정도의 양이기에 허락했다 쳐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소비자의 마음. 고맙게도 요즘 그 어려운 일을 해내려 노력하는 비건(Vegan) 코스메틱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컬러 끝판왕, 라임 크라임이 100% 비건을 모토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e.l.f. 코스메틱, 에브리데이 미네랄즈, 퍼시피카 등 이미 세계 각지 여러 뷰티 브랜드에서 비건 컬러를 선보이고 있다(레드 애플 립스틱은 심지어 글루텐 프리!). 트렌드 예측 기관 뷰티스트림스의 란 부 대표는 색조까지 ‘에코’를 찾는 건 이제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친환경 라이프는 보헤미안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밀레니얼이나 Gen Z는 원하는 어떤 정보든 찾아낼 수 있는 세대이니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죠. 에코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된 거예요.” 최근 리뉴얼 론칭한 한국의 SEP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런 니즈를 예측하고 빠르게 움직인, 똑똑한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현행법상 하자가 없어도 인체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분은 모두 제외하며 힘든 길을 선택했다는 SEP. 100% 베지테리언 제품, ‘아이디얼리스틱 비트 컬러’는 이 브랜드의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물론 연구원들은 난색이었다. 발색, 경도, 보관성 등 립스틱의 기본적 미덕을 편리하게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편하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궁극의 목표는 식품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SEP 브랜드 매니저 연은혜 팀장의 자신감은 산뜻하고 신선하다.
디어달리아 역시 <보그>가 응원하는 브랜드다. 동물성 성분은 물론, 벌꿀, 비즈왁스, 비폴렌 등을 모두 배제한 비건 뷰티 브랜드로, 대부분의 천연 혹은 유기농 브랜드에서 색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카민(연지벌레 추출 천연 유기 염료)’까지도 제외했다. 카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을 포기해야 했지만 결과는 충분히 다채롭고 아름답다. 디어달리아 브랜드 매니저 민슬기의 얼굴에 뿌듯함이 엿보인다. “없는 재료로 다양한 색을 요리해야 하는 한계는 배합 기술로 극복했어요. 쉽진 않았지만 결국 해냈죠.”
물론 비건 화장품에 화학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건 아니다. 인제대학교 제약공학과 김성태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천연이라 해도 모든 원료는 가공을 거쳐야 합니다. 부패와 피부 반응 등, 무화학 성분을 쓰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컬러 제품의 특성을 드러내는 유효 성분뿐 아니라, 제형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분(계면활성제, 보습제, 고분자화합물, 방부제, 미용 첨가제 등)도 동물 유래가 아니라는 수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SEP과 디어달리아의 제품을 만들었던 ODM, 한국콜마 역시 천연 유래 색소의 경우 컬러 구현에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 컬러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
요즘 화장품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바로 ‘지속 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형용사. 란 부 대표는 이제 모든 뷰티 제품은 이 단어에 몸을 맞출 것이고 성분 역시 점차적으로 모두 비건과 오가닉 성분으로 대치할 거라고 예측한다. ‘지속 가능한’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브랜드의 착한 노력에 응원을 보내는 것은 우리 여자들의 몫!
- 에디터
- 백지수
- 포토그래퍼
-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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