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 APPARENT
클로이 김은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고 한순간 허공을 맴돌다 버트 램프(Vert Ramp) 끝에서 사라졌다. 버트 램프란 스케이트보딩, 롤러블레이딩, 스노보딩 점프용으로 만든 U자형 구조물이나 홈이다. 그녀는 정말이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대부분의 스케이터들은 점프를 하기 위해(날기 위해) 이 훈련을 거친다. 분명 힘들어 보이지만 부드럽고 우아하다. 열일곱 살의 그녀는 현재 세계 최고의 여성 하프-파이프 스노보더다. ‘윈터 X게임’에서 자신보다 스무 살 위의 노련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최연소 선수가 됐다. 2016년 US 스노보딩 그랑프리에서 ‘백투백 1080(34피트 공중에서 3회전하는 기술)’을 성공한 최초의 선수이며, 유일한 여성 스노보더이기도 하다. 당시 점수는 ‘퍼펙트 100’이었다. 남녀 통틀어 퍼펙트 점수를 받은 다른 스노보더는 숀 화이트(Shaun White)뿐이다. ‘Flying Tomato’란 재미있는 별
명을 가진 빨간 머리의 그 선수 말이다. 화이트처럼 클로이도 경계를 넓히고 있다. 코치들은 앞으로 2년 안에 클로이가 더블 플립 & 코크 1080을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설명이 필요 없는 무척 어려운 기술이다. 그리고 화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클로이도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미국 10대들의 패셔니스타가 될지도 모른
다. “클로이는 실제로 어린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어요”라고 스노보딩 회사 버튼(Burton)의 대표이사 프랭키 채핀(Frankie Chapin)은 말한다. 오는 2월 클로이는 평창에 간다. 생애 첫 올림픽이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할 능력도 충분했지만 당시 그녀는 너무 어렸다. 그리고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가장 어린 스노보더다. “여자 스노보딩은 그녀 덕분에 빠르게 변할 겁니다”라고 미국 국가 대표 팀코치 리키 바우어(Ricky Bower)는 말한다. 클로이는 유타주의 파크시티에서 훈련한다. 스키어들이 이마 위로 핏줄이 불거진 채 레그-프레스 머신 위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동안 스노보더들은 다큐멘터리 <Dogtown and Z-Boys>(스케이트 보드에 인생을 건 소년들의 이야기)에서 본 듯한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뒹굴거린다. 많은 스노보더들은 여전히 ‘보다 예술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규율이 엄격한 선수들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편이죠”라고 코치는 말한다. 하지만 클로이는 다르다. 시즌이 아닐 때 서핑을 하거나 해변에서 기타를 치기 위해 니카라과로 날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경쟁자들과 달리 산악 지방 출신도 아니다. 화이트처럼 그
녀는 남캘리포니아 출신이다. 콕 집어 말하자면 LA 사우스베이 지역에 있는 바닷가 마을인 토런스(Torrance) 출신이다. 사실 클로이는 자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 도시 소녀예요. 쇼핑을 좋아하죠.” 경쟁자들의 전형적인 유니폼인 반스(Vans), 폴라플리스(Polar Fleece), 챕스틱(ChapStick)보다는 자라에서 나온 찢어진 청바지와 크롭트 톱, 발렌시아가 백, 앤트로폴로지 점프수트, 그리고 라네즈 화장품을 좋아한다. 13만 5,000명에 가까운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은 눈밭 위를 나는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지는 부류와 클로이의 열여섯 번째 생일에 후원사로부터 받은 푸른색 토요타 라브4를 부러워하는 부류로 나뉜다. 인스타그램 속 기뻐하는 클로이는 정말 소녀 같다. 이 아름다운 소녀는 어떻게 무시무시한 선수가 되었을까? 거의 우연이었다. “아버지는 혼자 스키 타러 가는 게 싫어서 엄마와 함께 저를 산에 데려가셨어요”라고 클
로이는 말한다. 여섯 살에 그녀는 첫 경기에 출전했다. 곧 지역 슬로프를 졸업하고 토런스에서 북쪽으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시에라네바다산맥의 스키 마을인 매머드 레이크스로 진출했다. 그녀는 열 살 무렵 매머드 마운틴 스노보드 팀의 일원이 되었다. 아버지는 클로이의 첫 코치였다. “아버지는 클로이에게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연습을 시켰어요. 그 연습은 클로이를 양발 선수로 만들어주었죠”라고 코치는 설명한다.
물론 클로이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코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난 공기 인지”라고 부른다. 정작 클로이는 자신의 기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종종 난감하다. “첫 1080을 성공했을 때 정말 흥분했어요. 하지만 그것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쉬워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한 거죠? 나는 그녀를 압박했다. “잘 모르겠어요. 900도 회전을 할 수 있었고 그다음에 약간 더 돌았어요.” 요즘 그녀의 관심사는 대학이다. 가을에 대학을 돌아볼 예정이다. “클로이는 늘 학교 숙제를 하느라 바쁩니다”라고 코치는 말한다. 나는 클로이에게 다트머스 대학이 운동선수들을 동계 올림픽에 내보내는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프린스턴과 하버드에 더 관심이 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하이킹을 하러 가기 위해 클로이와 리즈(그녀의 오스트레일리언 셰퍼드)를 데리러 갔다. 하이킹은 그녀의 생각이었다. 클로이는 쉬는 날 TV 앞에서 잠들기보다 가벼운 운동을하고 싶어 한다. 산길은 상당히 붐볐다. 그녀는 사교적이어서 다른 등산객들, 특히
개 주인들과 수다를 떨었다. 하이킹이 끝나고 렌터카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살폈다. “제 후원자들을 위해 포스팅을 몇 개 해야 해요.” 그날 올린 건 하이킹할 때의 경치, TV 프로그램, 리즈와 노는 모습, 몇몇 가벼운 기업 협찬이다. 내일은 평창이 될 것이다.
- 글쓴이
- IVY POCHODA
- 에디터
-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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