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지붕 위의 빨간 고양이

2018.01.05

지붕 위의 빨간 고양이

재킷은 N°21, 레드 컬러 니트는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페이턴트 소재 벨트는 버쉬카(Bershka), 귀고리는 로우클래식 (Low Classic).

재킷은 N°21, 레드 컬러 니트는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페이턴트 소재 벨트는 버쉬카(Bershka), 귀고리는 로우클래식 (Low Classic).

선우정아에 대해 이런 평이 있다. “장르와 신에 구애받지 않고, 록, 재즈, 팝, 알앤비, 힙합,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의 클리셰를 비틀고 재창조한다.” 단어만 바뀔 뿐 비슷한 평가다. 본인은 자기 음악 세계를 얘기할 때 혼란을 겪는다. “다양한 색을 가지면 남들에게 저를 설명할 때 정리가 안 되곤 해요. 저런 평가가 때론 저를 정리해주는 거 같아요.” 선우정아가 1집을 내놓은 2006년 즈음 노영심 선배에게 들은 “넌 아방가르드 뽕짝이야”라는 평도 있었다. “제 소울은 거기에 맞닿아 있지만 2집을 내면서는 멀어지기도 했죠.”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장르분야 최우수 팝 음반상, 종합분야 올해의 음악인상을 수상했다는 것, 2NE1의 ‘아파’의 작사, 작곡가이자 GD&TOP, 이하이, 이선희, 토이, 산이, 현아 등의 앨범에 참여하거나 프로듀싱했다는 것,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은 ‘순이’ ‘봄처녀’ , 지난 8월에 낸 ‘구애’만 봐도 복합적이다. 선우정아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한마디로 가요계에 자기 구역을 가지고 있다. 언더와 오버를 오간다는 표현은 안일하다. 어느 리스너에게나 열려 있고, 특히 적극적인 이들은 새로운 세계로 안내받는다.

오는 12월 말과 1월에 ‘고양이’와 ‘남’으로 찾아온다. 자기 삶을 떼어내 노래를 만드는 그녀이기에 애묘인일 거라 확신했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의인화해서 노래를 써봤어요. 가이드는 너무 무겁게 불러서 화자가 고양인 줄 모르겠더라고요. 정식 녹음할 때는 더고양이처럼 불렀어요.(웃음) 당연히 사랑받는다는 자신감, 넌 날 키우게 될 거라는 뻔뻔함이 묻어나게요.” 1절은 선우정아가, 2절은 아이유가 불렀다. 본래 선우정아는 다른 가수의 피처링으로는 참여해도 자기음악은 혼자를 고수했다. “제 음악은 누구와 융화되기보단 혼자일 때 전달이 잘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고양이’는 달랐어요. 아이유 씨를 보면서 늘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본인은 고양이를 모른대요. 고양이 같은 사람이 고양이를 잘 모르는데 고양이 노래를 부르면 오히려 작위적이지 않고 매력적일 거 같았어요. 음악적 욕심이 났죠. 이전에 아이유 씨의 <꽃갈피 둘> 앨범에 코러스로 참여하면서 언제든 함께 하자는 제안도 받았죠. 그 제안이 아니었다면 실행하지 못했을 거예요.” ‘고양이’는 그녀의 표현대로 “시도나 실험보다는 고양이의 행동이나 표정을 보듯이 반사적으로 느끼는” 노래다. 여기서도 선우정아가 가진 보컬의 힘이 나온다. 우리는 보컬만으로도 그녀의 팬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녀가 고수하려는 보컬의 기준은 ‘전달성’이다. “발음, 톤, 소위 느낌적인 느낌의 문제를 포함한 전달성이 거의 전부인 거 같아요. 그것이 노래와 상황에 맞게 균형을 이뤄야죠. 어떤 일이든 균형 잡기가 어렵잖아요. 성대는 몸의 일부지만 손가락처럼 컨트롤할 수 없을뿐더러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더욱 묘하고 어렵죠. 몸을 귀히 여기면서 찾은 균형을 노래에 담자는 소망이 있어요. 또 몸에서 불필요한 힘을 최대한 빼려고도 하죠. 이것도 결국 균형의 얘기네요.”

‘남’은 그 균형의 목소리가 부르는 이별의 노래다. 선우정아처럼 노래에 자신을 파묻는 뮤지션이 ‘남’ 같은 노래를 만들 때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그녀는 10여년의 연애 후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이다. “현재 진행형이어야만 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아요? 싸울 때 어느 순간 느낀 감정을 확장하기도 하죠. 지금의 남편과 10여 년 연애하면서 둘의 감정보다는 환경이 주는 위기를 겪었죠. 그때의 이야기가 최근에야 노래를 만났어요. 본래 ‘남’은 다른 가사였는데 늘 마음에 걸렸어요. 2~3년이 지나서야 지금의 가사로 바꾼 거죠.” 이야기와 노래가 언제 어떻게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우정아는 ‘남’을 트렌디한 음악 가운데 있는 곡이라고 덧붙였다. 광속으로 치고 빠지는 가요계에서 트렌드를 잡아 서핑하기란 쉽지 않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인 데다 보수적인 편이라 트렌드를 좇으려 노력 중”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자기 구역에서 트렌드란 게스트를 적절히 초대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트렌디하다. 시각적인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몇 편의 뮤직비디오만 봐도 그녀가 추구하는 비주얼이 기성과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평소에도 아트피스라 해도 좋을 만큼 독특한 메이크업을 즐겨 시도한다. ‘고양이’와 ‘남’ 역시 각 노래에 맞는 레퍼런스를 머릿속에 구현했다. “상품을 살 때 포장이 별로면 손이 안 가잖아요. 제 노래도 소비되는 건데, 생산자로서 시각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으면 무책임한 거죠.”

스팅, 스티비 원더, 비요크 등을 보면서 “예술가는 노는 게 아니다”를 새기는 꾸준한 뮤지션 선우정아는 음악보다는 음악인의 행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언젠가는 “김동률 선배처럼 크고 작은 세계를 창조”해내고 싶다. “물론 꾸준히 앨범 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죠. 하지만 언젠가는 조금 다른 앨범을 내고 싶어요. 클래식한 오뜨 꾸뛰르 같은 앨범이랄까요. 메트로놈의 영향을 덜 받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오리지낼리티가 강한 결과물을 내놓고 싶어요. 김동률 선배가 그러하죠. 요즘엔 연주자 두세 명의 연주를 덧대어서 오케스트라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저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리스너들은 그 차이를 알 것이고, 기록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믿어요.”

    에디터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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