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Edged
퍼렐 윌리엄스의 아이코닉한 페도라, 마돈나의 매스큘린 룩을 완성한 맞춤 모자로 이름을 알린 모자 디자이너 닉 푸케. 로스앤젤레스 베니스 비치에 사는 그가 캘리포니아 특유의 여유로운 아틀리에로 <보그>를 초대했다.
지지 하디드, 밥 딜런, 자레드 레토, 앤 해서웨이, 저스틴 비버. 이 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지금 LA에서 가장 쿨한 모자 디자이너 닉 푸케(Nick Fouquet)의 모자를 썼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 프랑스와 호주 등 여행하듯 여러 도시를 누비며 자란 그는 현재 로스앤젤레스 애벗 키니 아틀리에에 정착했다. 그리고 록 밴드 뮤지션을 연상시키는 펑키한 모습으로 모자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그는 클라이언트와 스타일을 상의한 후 마호가니 나무틀에 비버 털로 만든 펠트를 씌워 모자 형태를 만들고, 스팀으로 모양을 잡는다. 그런 뒤 외관을 부드럽게 깎는 과정을 거치고 모자 한쪽에 성냥을 툭 꽂는다. “모자를 멋지게 연출하는 방법은 어떤 룩에 쓰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죠.” 분방함과 진지한 모습의 이중적 매력이 넘치던 닉 푸케와의 대화.
VOGUE KOREA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매장과 작업실이 근사하다. 직접 꾸민 공간인가?
NICK FOUQUET 방갈로 스타일의 구조가 마음에 들어 집의 형태는 그대로 살리고 내부는 직접 꾸몄다. 집에 들어온 듯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인다.
VK 그렇다면 이곳이 닉 푸케의 첫 매장인가?
NF 베니스 비치 근처의 애벗 키니에서 시작했다. 첫 매장은 건물 지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고 볼품없었다. 1년 후 지상으로 옮겼다. 나에겐 큰 투자이자 무리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정이었다. 덕분에 브랜드를 잘 알릴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VK 웹사이트에 들어가니 여러 도시를 누비며 성장한 당신의 스토리를 볼 수 있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미국 플로리다, 콜로라도에서 지내고 호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LA에 정착했다. 이렇게 여러곳에서 지낸 경험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
NF 나의 영감의 원천은 여행이다. 여행을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할 수 있다. 나에겐 생경한 어떤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아무렇게나 입은 신발, 양말, 모자, 가방 등 스타일링은 물론 음악, 음식, 건물 등 모든 것이 신선한 자극이 된다. 나의 눈과 머리가 열리며 모든 것이 흡수되는 느낌.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을 소화시켜 모자로 탄생시키는 셈이다. 실제로 컬렉션을 만들 때 가상의 도시를 떠올리며 그곳에 어울릴 모자를 완성한다.
VK 분방한 예술가들의 도시라 불리는 LA가 그런 점에서 당신과 참 잘 어울린다. 많은 도시 중에서 LA에 터를 잡은 결정적 이유가 있을까?
NF 가장 정확한 이유는 살아보지 않아서였다. 지내보니 서핑을 좋아하고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았다. 예전의 LA는 스타가 되고싶어 찾는 클래식한 도시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모이고 서로 교감하는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느낌이다. 또 날씨가 환상적이라는 사실!
VK 이제 모자 이야기를 해보자. 어떻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나?
NF 늘 내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 데님이나 티셔츠, 운동화, 가방 같은 것은 이미 너무 많았다. 그런데 모자, 특히 클래식한 수공예 모자는 몇몇 브랜드뿐이더라. 클래식한 모자 업계에서 현대적인 분위기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다.
VK 당신이 만든 첫 번째 모자를 기억하나?
NF 와우, 벌써 7년이 넘었다. 이 질문은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그때를 되돌아보게 한다. 너무 많이 만들어서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이상했을 거다.(웃음) 자료도 많지 않았고 노하우도 없어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다. 모자를 만지다 보면 계속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게 된다. 끝이 없는 기분이다. 지금도 그렇게 수없이 만져가며 완성해가고 있다.
VK 모자를 디자인하고 손수 만들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
NF 모자는 형태가 중요하기에 손으로 모든 것을 만지고 느끼며 작업한다. 반복적인 셰이핑 작업과 이를 통해 각이 잡히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멋있게 마무리하는, ‘체리 온 톱(Cherry on Top)’이랄까. 이렇게 완성된 모자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VK 여행과 거터 펑크, 롤링스톤스의 키스 리차드, 톰 소여 등이 당신의 큰 영감이라 들었다. 그렇다면 최근 당신을 자극한 새로운 것이 있나?
NF LA 자체가 영감이다. 이곳에는 테크 분야의 선두에 있는 스냅챗, 페이스북 등의 회사가 있고 나는 그들와 정반대의 지점에서 수공예 작업을 한다. 모순적인 집합이다. IT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장인 정신 넘치는 내 일에 대해 흥미로워하고 고마워한다. 새로운 시대와 클래식한 작업의 공존. 이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다.
VK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는 누가 있나?
NF 너무 많다. 다카히로 미야시타의 솔로이스트, 엘더 스테이츠먼… 여전히 랄프 로렌은 멋지고 여성복에선 이자벨 마랑, 더 로우를 좋아한다. 그리고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면서 무척 패셔너블한 파타고니아!
VK 너무나 근사한 모델인 당신의 아버지, 버나드 푸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분명 큰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당신에게 그는 어떤 존재인가?
NF 물론이다. 그는 내가 아는 가장 스타일리시한 사람이다. 언제나 멋진 차림이었고 나의 본보기였다. 그를 생각하면 늘 모자와 스카프를 하고 담배를 피우던 장면이 떠오른다. 바로 그 모습을 팔에 타투로 새겼다.
VK 최근 일본에 다녀왔다. 여행은 어땠나?
NF 올해 일본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컬처 쇼크를 받았다. 그들의 장인 정신은 실로 놀라웠다. 내 모자를 이해하고 즐기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확신을 받았다. 내 모자를 나보다 더 잘 이해할 것 같다.
VK 한국에 와본 적 있나?
NF 아직 못 가봤다. 레어마켓에 내 모자가 입점되어 있어 궁금하기도 하다. 차차 계획을 세워보겠다.
VK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 여가 시간에는 주로 뭘 하며 지내나?
NF 아침에는 모든 전자 기기를 꺼놓고 명상을 한다. 그리고 차분히 할 일을 정리한다. 시간이 날 때는 서핑을 한다.
VK LA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을 알려줄 수 있나? <보그>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가 있다면?
NF 애벗 키니의 브런치 카페 주스타(Gjusta)와 말리부 비치를 추천한다. 할 수 있다면 서핑까지 해보라.
VK 모자를 제외하고 당신이 미쳐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NF 여행과 서핑, 모자를 만드는 일. 그리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 ‘Keep in Simple’이 나의 삶의 모토다. 나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강남규
- 글쓴이
- 김한슬 (프리랜스 에디터)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