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향기, 그 묘약의 전당! ‘파리 향수 박물관(Le Grand Musée du Parfum)’

2018.03.07

향기, 그 묘약의 전당! ‘파리 향수 박물관(Le Grand Musée du Parfum)’

향에 미친다는 것은 향 창작에 열중하다 향 재료를 찾아 결국은 살인에까지 이르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속에만 존재하는가?

프랑스인들에게 향수는 미각, 시각, 청각과 촉각 위에 자리한다. 그들에게 향은 일상이자 신경을 최면화하는 예술의 세계다. 그런 원초적 생각이 오랜 역사 속에 향 문화로 발전을 거듭해 프랑스 럭셔리 산업에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6년 파리 8구에 오픈한 향수 박물관은 ‘향의 전도사’라는 프랑스의 명성에 부합한다.

전통적인 파리 맨션 3층에 대대적인 공사를 시행해 오픈한 건물은 향을 시각화해 교육적, 체험적, 인지적 목적을 최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건물은 이 세 가지 목적에 따라 세 개의 코너로 나뉘는데 3층의 연구실과 세미나실을 빼고는 모두 연중 대중에게 오픈해 향수의 세계에 관심 있는 세계인에게 향 관련 정보와 수많은 향기를 음미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하층은 향기의 역사와 스토리를 스크린 패널과 고증 자료로 전시했다. 인류 최초의 향수로 알려진 ‘키피(Kyphi)’는 고대 이집트에서 종교적, 의학적 이유로 태우는 제향으로 쓰였다 한다. 고문서와 향유나 향 가루를 담는 작은 유리병 등을 전시한 실내에서는 버튼을 누르면 그 당시 향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 고대에서 전해진 향이란 소개 없이도 카시아(Cassia) 껍질 계피에서 발취했다는 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로움과 역사적 미스터리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 후 메디치가의 중세 시대부터 나폴레옹의 근세까지 향은 종교나 의학적 단계를 넘어 ‘관계의 유혹’이라는 성적 도구로 발전해간다.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위해 조향사에게 지시한 향기는?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여인들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뿌린 유혹의 시작은 시각이나 촉각 이전에 후각적 유혹이었다.

1층에는 세계 여러 유명 브랜드의 향수와 향수 전문 제조사의 제품이나 서적을 구입할 수 있는 숍이 있다.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세계 최고의 향수를 부담 없이 맘껏 맡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향을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을 예술적 구조물로 전시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자신의 후각을 시험해보는 ‘향 신경 테스트’에 도전해보는 것도 이색적 경험일 듯싶다.

마지막으로 프랑스가 향 산업계에 최고가 되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향의 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세계적 연구소의 조향사 두 사람이 어떻게 후각적 창작을 상상 속에서 구체화해가는가?’부터 ‘어떤 원시적 재료를 사용해 독창적인 한 병의 향수로 탄생시키는가?’까지… 우리가 향에 관해 여태껏 알지 못했던 정보를 공유하는, 교육적이며 실험적인 체험이 가능한 꿈같은 공간이다. 나팔꽃 같은 조형물의 버튼을 누르면 예상치 못한 향기가 공기 속에 흩어진다.

바흐의 ‘에어’가 귓전을 울리며 세잔의 정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생로랑의 마젠타 컬러 실크 드레스의 촉감이 다리에 살랑인다. 향은 우리에게 또 다른 차원의 상상 속 삶의 현실적 유기체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 신의 선물인가?

    글/사진
    박지원(디자이너)
    에디터
    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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