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훔친 남자
영화 <쓰리 빌보드>에서 서늘한 연기를 펼친 히로인,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죠. 그런데 그날, 트로피를 도난당했습니다.
“이 자리를 떠나기 전, 두 단어만 말할게요. 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
“모두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여성분들은 일어나주시길 바랍니다. 메릴, 당신이 일어선다면 모두가 일어날 거예요. 영화 제작자, 프로듀서, 디렉터, 작가, 촬영 감독, 작곡가, 디자이너 모두 일어나주세요. 주변을 한번 둘러봐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가 있죠. 모두에게 포용이 옳은 길입니다.”
그녀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미투 캠페인을 지지하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맥도맨드가 언급한 ‘Inclusion Rider’는 과연 무슨 뜻일까요?
#Inclusion Rider #포용 특약
지난 2016년 미디어 학자 ‘스테이시 스미스’가 처음 언급한 단어입니다. 할리우드의 A급 배우가 계약할 때 여성이나 유색인종, 성 소수자, 장애인과 같은 다양한 인물을 배우나 제작진으로 구성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인권 변호사인 칼파나 콜터걸과 배우 팬셴 콕스가 함께 만든 것이죠.
이 강연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약 900편의 영화를 분석한 결과, 대사가 있는 여성은 전체의 30%도 되지 않았고, 성 소수자와 유색인종의 경우에는 더욱 희박했습니다. 이는 엄연한 ‘차별’이며, 보이지 않는 전염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 있는 배우들이 나서서 계약 조건에 명시할 것을 호소합니다. 이때 사용한 단어가 ‘포용 특약’, 맥도맨드가 언급한 ‘인클루전 라이더’죠. 맥도맨드의 수상 소감이 끝나자 모두가 뜨거운 지지를 보냈습니다.
하비 와인스타인을 폭로했던 애슐리 주드,
Thank you, Frances McDormand.
Inclusion. Rider. #Oscars90 #Oscars #TimesUp
— ashley judd (@AshleyJudd) 2018년 3월 5일
재작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브리 라슨,
I’m committed to the Inclusion Rider. Who’s with me? https://t.co/yvQ0wR5D80
— Brie Larson (@brielarson) 2018년 3월 5일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도 맥도맨드를 뜨겁게 지지합니다.
Congratulations to the incredible #FrancesMcDormand. We are here for the #inclusionrider! #LetsDoIt https://t.co/9tNe0w0SKa
— Billie Jean King (@BillieJeanKing) 2018년 3월 5일
그런데 이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순간도 잠시. 맥도맨드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낯선 남자가 오스카 트로피를 쥐고 다니는 것을 보고 의심스럽게 생각한 기자들에게 덜미가 잡히고 맙니다.
Security at the Governors Ball are looking for this guy, who grabbed Frances McDormand’s Oscar and ran out with it. Wolfgang Puck’s photographer stopped him, got the Oscar back, and the guy disappeared back into the ball. Apparently Frances has said to let him go. #Oscars #Drama pic.twitter.com/5tlsx4Ulwt
— Cara Buckley (@caraNYT) 2018년 3월 5일
기자들이 붙잡자 그는 트로피를 넘겨주고 도망쳐버렸죠. 무슨 자신감인지 트로피를 쥐고 “이건 내 거라고!”라며 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었더군요.
기자들로부터 범인의 사진을 받은 경찰이 곧 체포했지만, 맥도맨드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2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맥도맨드의 품으로 돌아온 오스카 트로피. 여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은 순간에도 바닥에 트로피를 내려놓은 채 모두에게 ‘평등’을 호소하던 그녀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네요!
- 에디터
- 홍국화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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