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겐조 듀오
다양성과 자유분방함을 무기로 겐조를 이끄는 움베르토 레온과 캐롤 림. 두 탐험가는 약육강식의 패션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25년 지기 친구 움베르토 레온(Humberto Leon)과 캐롤 림(Carol Lim)은 아무 도움 없이 둘만의 힘으로 패션 정글을 헤쳐왔다. 2002년 그들이 뉴욕 차이나타운에 마련한 오프닝 세레모니는 수백 달러의 하우스 브랜드부터 신인 디자이너의 옷, 3달러밖에 하지 않는 독립잡지까지 판매하는 세련된 집합소였다. 패션계에 편집숍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이들의 두 번째 도전은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들 듀오가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서울에 온 걸 환영한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꼭 하는 일이 있나?
패션 매장에 들르진 않는다. 아는 사람들을 총동원해 어디서 최고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음식이 끝내주는 아시아를 여행할 때는 더더욱! 길거리 음식을 먹고 지역 약국을 방문하며 불이 켜진 노래방에 들어간다.
최근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라 컬렉션 메멘토(La Collection Memento) 2018 S/S 캠페인의 얼굴로 선택했다. 브리트니의 어떤 점이 겐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다카다 겐조가 1986년 론칭한 데님 라인에서 영감을 얻기로 결정한 후, 우리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컬렉션을 가장 잘 소화할 사람은 누굴까?’ 그러자 2001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청청 패션’을 선보인 순간이 떠올랐다. 당시 그들은 데님 드레스와 수트를 매치했다. 우리 또래 사람들은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래서 모델은 브리트니여야 했다. 그녀가 ‘예스’라고 말했을 때 우리 모두 흥분했다.
2018 F/W 메멘토 컬렉션에서는 화려한 식물 패턴이 돋보인다.
다카다 겐조는 1970년대 앙리 루소의 정글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컬렉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첫 파리 부티크 ‘정글 잽(Jungle Jap)’을 열었다. 이번 컬렉션은 루소의 마지막 작품 ‘꿈’의 이미지가 니트, 코트 등 다양한 의상에 녹아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루소의 딸은 태피스트리를 직조했는데, 루소가 딸에게 자기 작품을 직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딸은 절대 태피스트리로 만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겐조 컬렉션을 통해 다카다 겐조, 루소, 루소 딸의 태피스트리가 만나게 된 것이다.
2018 F/W 컬렉션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테마였다. <중경삼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영감을 얻었고, 런웨이는 영화 세트장 같았다. 영화적 요소를 차용한 이유는 뭔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중 영화는 큰 영감이 된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에서는 지금껏 감상한 영화 속 각기 다른 캐릭터들을 런웨이에 세우고 싶었다.
<보그>는 오늘 촬영에 겐조 무대에 선 모델들을 비롯, 개성 있는 인물들을 섭외했다. 2018 S/S 컬렉션에서 무려 83명의 아시안 모델을 세웠기 때문이다. 다양성에 집중한 이유는 뭔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늘 느끼는 거지만, 패션에 있어 자신의 존재감을 응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세계 안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를 축하하고 싶었다. 쇼가 끝나고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우리 스스로도 감정적으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부터 겐조를 이끌어왔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면?
정말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브리트니와의 캠페인, 겐조 월드 필름 캠페인, 수많은 협업, 쇼. 솔직히 말하자면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늘 미래가 기대되니까.
온라인 스토어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오프라인 체험도 중요하다. 겐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은 뭔가?
우리 둘 다 온라인 쇼핑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중독’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프라인 경험도 사랑한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행어에 옷이 걸려 있고, 제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직원들의 전문적 도움을 받는 경험 말이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건축가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Rafael de Cárdenas)가 디자인한 초록색 실패 모양의 파사드다. 전 세계 겐조 매장이 지닌 공통점은 뭔가?
위험을 감수하고 보는 이들에게 창의성을 전파하는 것.
창립자 다카다 겐조가 한 말 혹은 그의 철학 가운데 당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게 있다면?
즐겁고, 민주적인 그리고 다문화적 정신.
지금의 패션을 정의한다면?
‘흥미로움’. 지금의 우리에겐 선택이 매우 다양하다.
얼마 전 캐롤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두 사람이 최근 인스타그램, 소셜 미디어에서 본 기억에 남는 이미지 혹은 뉴스는 뭔가?
음식이나 동물 관련 포스팅이면 뭐든!
패션계에 뛰어들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둘 다 셰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장덕화
- 모델
- 차수민, 수야, 홍나경, 나재영, 박경진, 이우석
- 헤어
- 박규빈
- 메이크업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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