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여성을 위한 할리우드

2018.05.23

여성을 위한 할리우드

오션스8에 관한 모든 것.

드디어 <오션스8>이 개봉한다.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여성 버전의 ‘오션스’다.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사라 폴슨, 핼레나 본햄 카터, 리한나 등 이름만 열거해도 흥분되는 조합이다.

할리우드의 걸출한 남자 배우들이 떼로 몰려있는 광경은 많이 봤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너무도 희귀하지 않나. 그간 그녀들이 머리를 맞댄 스틸이 한 장씩 공개될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눈물까지 찔끔 났다면 믿기 힘들까.

사실 젠더 스와프(Gender Swap)의 본격적 시작은 2년 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리부트였다. 80년대를 풍미한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전면 교체하는 야심 찬 기획이었지만, 개봉도 하기 전 일부 원작 팬들의 원성부터 들어야 했다. 여성이 주인공인 것이 ‘그냥’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고스트버스터즈>는 성 역할 전환을 위트 있게 펼쳐냈는데, 그중에서도 크리스 헴스워스를 백치미 넘치는 금발 미남 비서로 등장시켜 원작이 여성 비서를 대하던 방식을 미러링했다. 그 무렵, 인어의 로맨스를 그린 <스플래쉬>의 리메이크에서 채닝 테이텀이 인어 역할을 맡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수잔 비에르 감독의 덴마크 영화 <애프터 웨딩>은 할리우드로 건너오면서 두 남성 주인공이 여성으로 바뀌었다. 그 자리는 줄리안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에게 돌아갔다. 꼭 젠더 스와프가 아니더라도 가장 기민하게 여성의 위치를 재고하고 있는 장르는 의외로 슈퍼히어로물이다.

울버린의 경우 이미 <로건>으로 여성 울버린의 가능성을 열었고, 여성 슈퍼히어로의 육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가득한 <원더우먼>의 솔로무비가 나왔으며, 마블은 토니 스타크의 뒤를 이을 새로운 아이언맨으로 흑인 여성 리리 윌리엄스를 탄생시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어벤져스 4>를 끝으로 아이언맨 은퇴 선언을 한 상황이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여성 아이언맨이 출현하는 것은 이젠 시간문제다.

내년에는 마블의 첫 번째 여성 단독 주연 영화 <캡틴 마블>이 공개된다.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곤경에 빠진 스칼렛 위치를 같은 여성인 오코예 장군과 블랙 위도우가 구해내는 순간. 이것으로 만족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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