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LA 아티스트 듀오 쉘비와 샌디

2018.06.27

LA 아티스트 듀오 쉘비와 샌디

유년 시절을 캔버스에 담는 아티스트 듀오 쉘비와 샌디. 이토록 컬러풀한 형제가 서울에 왔다. 쉘비와 샌디의 개인전은 지갤러리에서 7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작업실 벽에 ‘Shelby and Sandy are Nice’라고 적혀 있더라. Nice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로 사용했나.
그림의 주제나 소재가 모두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그런 기억을 담는 걸 ‘Nice’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Market Monday’라는 작품 역시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머니는 월요일마다 슈퍼마켓에 가서 카트 두 대 가득 음식을 채웠다. 이 그림 속에 있는 모든 건 의미가 있다. 사인마저도 엄마 사인을 따라 그린 것이다. 우리는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게 우리의 철학이다.

밝고 화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는 작품 컬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LA는 항상 날씨가 좋고 늘 해가 떠 있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림 속 자동차, 소녀들, 슈퍼마켓, 해변, 수영장,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보는 것 그 자체다. 우리의 방식으로 LA를 표현하고자 한 셈이다. 사람들은 밝은 색깔을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지만 일부러 밝은색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유년 시절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색깔이다. 우리 집은 항상 밝았다. 어머니는 핑크색 가구를 사고, 노란색 조명을 달곤 했다.

처음 당신들의 그림을 봤을 때 디지털 프린트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정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독할 정도로 수작업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 커다란 간극이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일부러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 핸드 페인팅으로 그리지만 기계를 사용한 듯 완벽하게 보이는 걸 좋아한다. 우리는 디지털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 번에 색칠한 듯 보이지만 여섯 번에서 열 번 정도 덧칠해서 완벽하게 불투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많은 고민 끝에 컬러를 선택한다. 한 번에 컬러가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레이어링하면서 색깔을 찾아간다. 우리 전 세대에는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세상이다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우리 이전 세대도, 이후 세대도 이 두 가지 변화를 모두 겪지 않았다. 우리가 아날로그 도구로 작업하고 그것이 디지털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우리 세대의 삶을 대변한다.

마치 자를 대고 그린 듯 선이 곧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나.
물론 자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자는 아니다. 항상 실험해보고 직접 도구를 만든다. 일급비밀인데 나무와 나무 사이에 고무를 대서 공중에서 자를 대고 그리면 물감이 스며들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붓 다섯 자루를 붙여서 새로운 도구를 만들었다. 우리 인스타그램(@shelbyandsandy)을 한번 확인해보라. 바니시 작업이 되어 있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태양 아래에서 작업한다.

바니시 작업을 통해 유리처럼 보이게 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 작업도 좋아한다. 그런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면 붓 자국을 볼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형제가 같이 작업하는 게 어렵진 않나.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고, 형제이며, 비즈니스 파트너다. 어릴 때 어머니는 항상 “너희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야”라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우리는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

브래들리 쿠퍼, 카일리 & 켄달 제너 같은 셀러브리티 클라이언트로부터 작업을 의뢰받아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누군가가 바라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의뢰 자체가 우리에겐 아주 흥미롭다. ‘이게 멋있으니까 한번 해봐’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모호하게 의뢰하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누군가 건담을 가져와서 배경에 컬러까지 정해주는 경우도 있고, “나는 분홍색이 좋아”라고만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뷰 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오고 가지는 않는다. 우리 마음이 정해지면 어떤 작업을 할 건지 얘기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때도 우리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게 우선이다. 어떤 것도 거기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굉장히 큰 사이즈의 캔버스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우리는 모든 사이즈를 다 좋아한다. ‘Market Monday’ 같은 작품은 슈퍼마켓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선택한 사이즈다. 실제보다 큰 캔버스는 파워풀하다. 정말 작은 사이즈 그림을 그릴 때는 시계 장인들이 쓰는 안경 같은 도구를 쓰기도 한다. 작은 사이즈 작업을 하는 건 아주 재미있다.

평면, 입체, 사진, 회화를 넘나드는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늘 흥미진진하다. 인스타그램은 당신들에게 어떤 공간인가.
중요한 도구다. 우리를 대중과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갤러리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인스타그램의 가장 대단한점은 팔로워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작품을 판단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를 내놓는다. 익명으로 우리를 판단하는 사람들은 친절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작품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항상 모험을 하고자 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면서 사진 위에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 같은 작업을 한다.

유년 시절 기억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건 행복한 작업일 것 같다.
유년 시절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들 한다. 순수하고 신경 쓸 게 없으니 말이다. 옛날의 기억을 현재로 가져와서 다시 느끼는 건 정말 행복하다. 유년 시절을 그리는 건 정말이지 정신 건강에 좋다.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Courtesy of Shelby and Sandy, G.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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