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매력 점 전성시대

2018.08.02

매력 점 전성시대

없던 점을 일부러 그려 넣는 시대. 당당하게 ‘점밍아웃’할 때가 도래했다.

“아주 동시대적인 메이크업이에요.” 쇼 준비로 분주한 톰브라운 2018 F/W 백스테이지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앤 켄달이 찬사를 보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화선지처럼 창백한 얼굴에 차갑도록 시린 오펄 광을 드리우느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러고는 아이라이너 펜 끝을 왼쪽 뺨에 조준해 직경 2mm 남짓의 점 하나를 찍기 시작했다. 이번쇼의 주제인 키아로스쿠로 페인팅 기법(색채를 생략하고 명암만 나타내는 화풍)의 방점을 찍는 장치 같은 행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에서도 비슷한 위치의 점 하나가 화제가 됐다. 곱창 대란 주범인 마마무 화사의 또 다른 히트 아이템으로 점이 떠오른 것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아이라이너로 점을 강조하는 흥미로운 셀프 메이크업을 선보인 그녀는 결국 뷰티 브랜드의 모델로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제 점은 모델이나 아이돌 그룹 멤버만 향유하는 ‘포인트’가 아니다. ‘점 레이더’를 바짝 가동하고 길을 걷다 보면 일명 ‘고소영 존’ ‘현아 존’ ‘강다니엘 존’ 등에 점을 찍은 이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예전엔 ‘마이너’한 취향 정도였다면 이제 ‘미인점’ ‘매력 점’ 등의 이름을 달고 하나의 메이크업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과거엔 점을 빼는 것이 일이었다면 이젠 점을 어디에 찍을지 고민하죠. 매력 점은 메이크업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정형화되지 않은 분위기와 성적 매력을 더하는 효과가 있어요. 밋밋한 이목구비나 얼굴형을 보완하기도 하고요.” 이미지 컨설턴트이기도 한 비포앤애프터클리닉 한규리 원장의 해석이다. 뷰티 에디터의 관점에서, 또 실제 얼굴에 점을 보유한 사람의 입장에서 티끌 하나 없는 ‘플로리스(Flawless)’ 스킨을 지향하는 엄격하고 빡빡한 뷰티 규칙이 사라졌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얼굴 점은 신체 일부에 심은 점 하나 그 이상의 의미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 분방하고 변별력 있는 미(美)를 존중하는, 새 문화를 반영하는 긍정의 시그널이라고 말하면 너무 성급한 분석일까?

하지만 난관은 있다. 얼굴의 모든 점을 다 미인 점으로 신‘ 분 세탁’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심미적 관점에서 이상적인 점의 조건은 분명하다. “이목구비의 중심부보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매력 지수가 높아져요. 또 푸른빛을 띠는 점은 세련미를 떨어뜨릴뿐더러 관상학적으로도 좋지 않죠. 따뜻한 브라운 계열의 돌출되지 않은 점이 미인 점의 조건입니다.” 한규리 원장은 선을 분명히 그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건 ‘선택과 집중’이에요. 여러개의 점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으면 이목을 끄는 효과도 떨어지고 지저분한 인상을 줄 수 있죠. 하나를 살리면 나머지는 커버하거나 없애는 편이 현명합니다.” 정해진 위치는 없지만 ‘연예인 존’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가령 도드라진 광대에 점을 찍거나 크고 둥근 코에 점을 찍는 건 콤플렉스를 극대화하는 꼴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자신의 얼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매력을 끌어올리는 포인트를 찾는 것이 관건.

모든 선입견을 내려놓고 내 얼굴에 대입해보길.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나겸은 화보 촬영을 하며 익힌 테크닉을 전수한다. “점을 돋보이게 하려면 피부 톤을 깨끗하고 균일하게 커버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그리고 브라운 컬러의 워터프루프 펜슬 라이너로 위치를 잡고 점을 찍은 뒤 뾰족한 리퀴드 라이너로 점 중간 원형의 핵을 한 번 더 찍어주는 거죠. 잉크가 마르기 전 면봉 끝으로 지그시 눌러주면 살짝 경계가 뭉개진, 진짜 내 것 같은 점이 표현됩니다.” 점 위에 루스 파우더를 살짝 쓸어주면 장맛비에도 끄떡없다.

반신반의 그린 점이 제대로 어울린다면 타투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반적 타투만큼 피부 깊은 층까지 색소를 주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영구 시술인 만큼 검증된 곳에서, 숙련된 전문가에게 시술 받길.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점의 위치, 크기, 농도까지 결정해야 해요. 또 천연색소인지, 바늘은 청결하게 관리하는지도 꼼꼼히 체크하세요. 5~10분이면 시술이 끝날 정도로 간단하지만 제거를 위해선 3~5회까지 레이저 시술이 필요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한달 정도는 메이크업으로 점을 찍고 다니는 시뮬레이션이 필요하죠.” 비앤미의원 이정민 대표 원장이 의견을 보탠다.

점의 전성시대를 위태롭게 바라보는 회의론자도 있다. 관상학자들이다. 이렇듯 점 하나에 미학적 아름다움과 관상학적 아름다움의 기준이 불협화음을 내며 격돌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유행일지 모르는 점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편협하게 운명론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문자 그대로 점에 불과하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님’이 ‘남’이 되거나 ‘구은재’가 ‘민소희’가 되는 파급력 같은 건 없다. 누군가에겐 하다 하다 이젠 점까지 신경 써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고, 누군가에겐 지루한 뷰티 스탠더드의 돌파구처럼 다가올 수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펜슬로 찍어보는 정도로 시작해보길.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김외밀
    모델
    천예슬
    글쓴이
    박세미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이나겸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