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간다면 이건 꼭 사야 해
그녀들의 선택이라면 믿을 만하다. 확실한 취향으로 온라인상에서 인플루언서로 떠오른 김혜준과 이영지가 일본 여행에서 발견한 아이템.
빵요정 김혜준의 선택
무스이 나베
킹의 ‘무수분 냄비’로 일본 최초의 알루미늄합금 주물 무수 밥솥이다. ‘냄비의 왕’이 되겠다는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1953년 히로시마에서 시작해 60여 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에 내구성이 뛰어나 3대가 쓰는 냄비로도 명성이 높다.
무스이 나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도쿄 출장 중 찾은 서점에서 무스이 나베 전용 요리책을 발견하면서다. 일단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선과 은은한 알루미늄의 빛깔에 매혹됐다. 1년간 고민하다 나고야의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구입했다. 총 세 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중간 사이즈인 20cm짜리를 선택했다. 무스이 나베는 무수분 요리가 가능한 버미큘라, 스타우브, 르크루제에 비해 훨씬 가벼워 사용하기 편하다. 또 밥솥으로도 훌륭한 데다 뚜껑을 팬으로 활용할 수 있어 굽고, 찌고, 튀기는 등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무스이 나베 웹 페이지에서 솥밥은 물론 로스트 비프, 밀푀유나베, 야채찜, 키슈 등의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다.
가마도상
솥밥의 인기와 함께 일본식 ‘도자기 밥솥’에 대한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부뚜막씨’란 이름의 가마도상이다. 가마도상은 원적외선 방출 효과를 내는 유약을 발라 구운 데다 뚜껑을 이중으로 설계해 밥물이 넘치지 않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밥을 지을 수 있다.
맛있는 밥에 대한 집착이 강한 터라 쌀을 테마로 한 도쿄의 편집숍 ‘아코메야(Akomeya)’에 들러 가마도상과 조우했다. 나만의 레시피로 블렌딩한 혼합곡밥도 좋아하지만 가마도상과 함께라면 단일 품종의 흰쌀밥을 지어 먹는 것이 즐겁다. 전기밥솥과 달리 밥물이 끓으며 들썩이는 뚜껑, 밥이 익어가는 냄새 등 아날로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리와 향기가 쌀밥에 대한 환상을 배가시킨다.
쓰지와가나아미 석쇠
쓰지와가나아미는 헤이안 시대부터 지금까지 3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금망 세공 장인’의 가게다. 가게에 들어서면 바구니에서부터 석쇠, 체망, 주걱, 차망과 커피 드리퍼까지 금망 세공을 이용한 다채로운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빵요정’이라는 닉네임답게 자연스레 손이 간 것은 ‘석쇠’다. 일본에서 발간되는 빵 관련 전문지에서 무수분 냄비, 발뮤다 토스터, 석쇠로 구운 빵을 비교한 기사를 본 후 호기심이 증폭됐다. 처음엔 과연 석쇠에 직화로 구운 빵이 맛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석쇠 자국이 새겨진 도톰한 식부관 빵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스레인지 옆에 항상 세워두는 필수템이 되었다. 쓰지와가나아미에 갈 땐 주변의 프렌치 레스토랑과 디저트 숍도 함께 들러볼 것.
Who is She?
김혜준
‘빵요정’이란 애칭을 가진 푸드 콘텐츠 디렉터이자 프로 ‘출장러’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013년 발간된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맛있는 것을 더 맛있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현재 <중앙선데이>에 ‘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를 연재 중이다.
위키드와이프 이영지의 선택
군겐도의 리넨
일본 혼슈 지방 시마네현에 간다면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다. 은광 유적지인 이와미긴잔이다. 오모리 마을에 위치한 이와미긴잔은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세계 은 생산량의 4분의 1을 책임진 광산이었으며 유럽과 동아시아 교역의 창구가 되었던 곳이다. 광산은 물론 갱도, 제련소, 항구, 무사와 상인의 집, 신사와 불각 등을 그대로 보존해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은광 유적보다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군겐도’일 것이다. 군겐도는 ‘도시와 상생하는 시골 생활’을 모토로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일본 전역에 30개 매장을 가질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본점이 바로 오모리 마을에 있다.
군겐도의 창립자 마쓰바 도미가 운영하는 료칸에 다녀올 정도로 군겐도의 살림살이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것은 리넨이다. 군겐도의 리넨은 천연 염색을 하여 친환경적이고 몸에도 무해하며 꼼꼼한 공정으로 튼튼하고 변형되지 않는다.
아리쓰구 무쇠 식칼
교토를 찾을 때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있다.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니시키 시장이다. 교토의 수준 높은 먹거리는 물론 부엌 살림을 업그레이드해줄 가게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아리쓰구다. 아리쓰구는 450여 년 전통을 가진, 무려 18대에 걸쳐 맥을 이어온 부엌칼 명가다. 아리쓰구의 칼은 보통 한두 번 거치는 담금질(쇠를 불에 달구어 두드리고 식혀서 다시 두드리는 과정)을 10회 이상해 정교하고 견고한 칼을 만든다. 또한 용도에 따라 크게는 50가지, 세분화하면 450가지에 이르는 종류를 자랑한다. 게다가 칼을 구입할 때 이름을 새겨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리쓰구에서 구입한 무쇠 식칼은 마른 수건으로 닦고, 숫돌로 갈아줘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정돈된 마음으로 요리하게 해준다.
기야 히노키 도마
기야는 1792년에 설립돼 9대째 이어오는 커틀러리 브랜드다. 역시나 장인 정신이 깃든 칼과 도마를 주로 만든다. 도쿄 니혼바시에 본점, 다마가와에 분점을 두고 있으며 전국 유명 백화점 곳곳에 입점해 있다. 살림을 하면 할수록 우리 몸이 원하는 것은 자연 제품이란 생각이 들어 나무 도마를 사서 모으게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도마는 아오모리 여행 중 한 백화점에서 구입한 기야의 편백나무 도마다. 무쇠 식칼과 부딪쳐 통통 튀어 오르고, 기분 좋게 합을 맞춰 자꾸만 요리하고 싶게 한다. 구입한 지 1년쯤 사용했는데 뒤틀림이 없고 아직도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난다.
Who is She?
이영지
와인 전문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과 일간지 등에서 와인 & 푸드 전문 기자로 일하며 온라인에서는 ‘위키드와이프’라는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는 와인 & 콘텐츠 스튜디오인 어반 텍스트의 대표이자 신사동에 자리한 와인 가게 ‘위키드와이프’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녀가 쓴 책으로는 <오래 쓰는 첫 살림>이 있다.
- WRITER
- 서다희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 에디터
-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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