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예술적인 도시, 광주
예술로 대표되는 도시를 꼽아보세요. 파리, 뉴욕, 홍콩… 그리고 그다음은요?
흔히들 민주화의 성지이자 식도락의 천국이라고 알려진 광주광역시. 하지만 광주는 예부터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곳’이라는 뜻으로 ‘예향’이라 불렸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는 그 어느 도시보다 진지하고 역동적이며 변화무쌍한 도시 광주.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1 비엔날레의 빅 브라더(@gwangjubiennale)
광주가 지금의 문화도시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비엔날레의 힘이 컸다고 해도 무방하죠. 2년마다 매월 9월에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는 사실 함께 열리는 부산 비엔날레와 미디어시티 서울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데요, 그도 그럴 것이 광주 비엔날레는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문화도시이자 민주화의 도시인 광주가 비엔날레 개최지로서 갖는 의미는 범아시아적입니다.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와 교류를 넓혀나가는 현대미술의 장이죠. 실제로 비엔날레는 세계 유수의 내로라하는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축제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9월부터 11월은 광주 전체가 비엔날레 행사장이 됩니다. 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구 도청, 광주시립미술관, 무각사 등을 거점으로 진행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의 설치 작품을 지역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화, 예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 광주, 이쯤 되면 예술계의 빅 브라더로 인정할 만합니다. 2018년 광주 비엔날레는 11월 11일까지 진행하니 참고하시길.
2 24시간이 모자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culturecenter)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라던 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이 떠오르는 곳이랄까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수준 높은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이 1년 365일 열려, 예술에 갈증을 느끼는 광주 시민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죠. 황정민의 수상 소감처럼 그저 ‘잘 차려진 예술을 떠먹기만’ 하면 됩니다.
2015년에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sia Culture Center)은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입니다. 그동안 부족하던 공연과 전시, 그에 따른 부족한 전시장과 행사장에 대한 고민을 한순간에 해소한 혜성과 같은 곳이죠. 이곳이 들어선 후에는 주변 상권에 활력까지 불어넣고 있으니 광주에 효자와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광주 시민의 피크닉 성지, 하늘마당과 방대한 예술 서적과 다양한 아카이브를 보유한 라이브러리파크 역시 이곳의 자랑거리입니다. 낮이면 건축계의 거장 우규승의 손에서 완성된 근사한 외관을, 저녁이 되면 LED 창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으로 무장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문화 공간 아닐까요?
3 광주를 축제로 물들이는 프린지 페스티벌(@gwangjufringe)
장르나 형식, 틀에 얽매이지 않은 예술 축제 프린지 페스티벌, 서울에만 있는 축제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2016년부터 광주인들을 문화와 예술로 촉촉이 적시는 광주의 대표 브랜드랍니다.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주 토요일이 되면 금남로와 충장로 일대 시민들의 ‘흥’을 책임지는데요, 아마추어와 전문 예술인들은 물론 시민들이 자유롭게 어울려 참여하는 가장 페스티벌다운 페스티벌이라 할 수 있죠.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초청한 특색 있는 공연과 프리 버스킹도 즐길 수 있는데요, 이렇게 언제든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광주를 문화 예술의 도시라 부르기에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요?
4 유산은 소중하게, 1913송정역시장(@1913songjeong)
청년 사업가들의 재치 넘치는 상점과 옛 시장 어르신들의 점포가 한데 아울러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 바로 1913송정역시장입니다.
재래시장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형 마트 때문에 설 자리를 잃고 점차 밀려나고 있죠. 100년은 족히 넘은 광주 송정역의 매일시장은 여느 재래시장의 쇠퇴 행보 대신 유산을 지키며 시대에 맞는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13개월간의 송정시장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이 가장 흥하던 70~80년대의 모습을 재현하는 동시에 지역 청년 사업가들과 ‘공존’을 택했습니다.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누구나 가게’를 비롯해 매주 토요일에 야시장을 여는 독특한 콘텐츠로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광주 변두리에 자리한 낙후된 시장이 지금은 젊은 청년들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가장 ‘핫한’ 곳으로 탈바꿈했죠. 과연 누가 예상했을까요? 광주의 1913송정역시장은 이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5 세련된 감성의 동명동 카페거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근처를 걷다 보면 저 너머로 호젓한 거리에 정체 모를 상가가 가득 들어선 모습을 보게 됩니다. 유독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다 보면 책가방을 메고 뛰어다니는 학생들과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을 뽐내며 커피를 든 채 걸어가는 커플의 모습이 한데 뒤섞여 있죠. 바로 광주에서 가장 핫한 동명동 카페거리입니다.
서울 경리단길에 견주어 ‘동리단길’로 불릴 만큼 세련된 감각으로 가득한 동명동은 사실 한때 학원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학부모를 위해 카페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하죠. 낯익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대신,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 카페로 즐비한 동명동 카페거리. 문화 예술의 도시답게 트렌디한 감성으로 적셔줄 공간 5곳을 소개할게요.
스트럭트(@__strukt)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강인한 외관을 뽐내는 스트럭트는 2017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이데아키텍츠(IDÉEAA) 건축사무소와 협업으로 탄생한 건축물로 2018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우수상에 이어 제22회 광주광역시 건축상 비주거 부문 금상까지 받았다고 하는데요.
격자로 짠 콘크리트의 건물 입면 디자인이 강인한 느낌과 함께 감각적인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인생샷’을 남기기 좋은 공간 덕분일까요? ‘인스타 핫플’로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훌륭한 건축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다니, 참 고마운 곳입니다. 카페 스트럭트에서는 각종 디자인 서적을 구매할 수 있는 북스토어 텍스트럭트를 함께 운영 중이라는 점도 기억하세요!
그런마인드(@cafegrunmind)
“여기가 입구야?” 간판도 없는 곳에 카페가 있을까 의문이라면, 곧장 안으로 들어가보세요. 동명동의 오래된 인쇄소를 다시 꾸며 조금 낡은 듯한 모습이지만,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동공 확장! 빈티지풍 흠뻑 풍기는 카페 내부엔 각기 다른 테이블과 의자를 비롯해 각종 빈티지 소품이 곳곳에 늘어져 있어요. 그런마인드는 주인장이 10년간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사 모은 빈티지 소품과 식기를 모두 카페 인테리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마인드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는군요. 음료를 주문하면 도대체 어디서 공수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빈티지한 컵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데요, 딸기를 얹어주는 ‘반반티라미수’는 꼭 맛봐야 하는 필수 메뉴라고 합니다.
애프터웍스(@mdsbrewing)
광주에서 유일한 수제 맥주 양조장 무등산 브루어리에서 운영하는 펍, 애프터웍스는 동명동을 찾는 사람이라면 꼭 거쳐가는 명소입니다. 펍과 연결된 아담한 양조장에서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각종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드는데요, 광주 명물 무등산 수박을 이용한 ‘워메 IPA’, 광주 광산구에서 나는 밀을 사용한 ‘광산 바이젠’ 등이 바로 그 예죠. 다방면으로 지역 업체와 끊임없이 협업을 시도하는 애프터웍스에서는 주변 로스터리와 함께 만든 ‘커피 스타우트’도 맛볼 수 있답니다.
15년간 방치된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지금과 같이 편안하면서도 수제 맥주와 어울리는 세련된 공간이 된 애프터웍스. 무등산 깃대종 수달을 활용한 참신한 브랜딩은 이곳의 또 다른 즐길 거리죠. 지역에서 생산한 맥주를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은 얼마 전 상무지구에도 가닿았습니다. 광주를 대표하는, 광주에서 유일한 양조장으로서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는 곳입니다.
먼데이오프플리즈(@mondayoffplease)
“피자와 함께 춤을!” 동명동의 먼데이오프플리즈(이하 먼오플)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먼오플은 피자집이지만 단순한 피자집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이닝 펍에서부터 음악과 문화 콘텐츠가 살아 숨 쉬는 피자집으로 말이죠. 하프 앤 하프 피자가 가능한 먼오플의 최고 인기 메뉴는 프렌치프라이를 올린 베이컨 포테이토와 매콤한 디아볼라 조합!
특유의 ‘힙’한 감성을 자랑하는 먼오플의 주말은 DJ들의 흥겨운 디제이 세트에 맞춰 ‘Eat, Drink, Dance’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아 참, ‘월요일에는 제발 좀 쉬자’라는 이름처럼 월요일에는 휴무라고 하니 잊지 마시길.
손탁앤아이허
한 사람의 취향이 응축되어 하나의 공간을 완성한 곳, 바로 손탁앤아이허입니다. 미국 소설가 수잔 손탁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만프레드 아이허의 이름을 딴 이곳은 독립서점이자 카페죠. 확고한 본인만의 예술적 취향을 가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칵테일 바 트뤼포 사장의 세컨드 숍이랍니다. 이곳엔 그의 취향이 가득 담긴 예술과 문화 그리고 철학 서적 등이 책장을 가득 메우는데요, 여기에 독일의 클래식과 재즈 음반 레이블 ECM의 앨범도 두루 갖추었습니다. 편안한 음악과 실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주는 아늑한 분위기 덕분에 손탁앤아이허의 예술적 면모가 더욱 부각되는 듯합니다.
이토록 예술적인 도시 광주광역시로 함께 떠나지 않으실래요?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시화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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