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버리의 조니코카가 서울에 온 이유는?
멀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코카가 2018 F/W 패션쇼 장소로 서울을 낙점했다.
“사실 한숨도 못 잤어요.” 단정한 재킷과 팬츠에 야구 모자를 눌러쓴 조니 코카(Johnny Coca)가 <보그> 스튜디오에 들어서면서 말했다. 그럴 수밖에!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내 SNS 피드는 온통 멀버리 쇼와 파티에 관한 영상이었다. 에디 캠벨, 수주를 비롯해 다국적 모델들이 출연한 런웨이 쇼 그리고 DJ 페기 구, 서울의 핫한 클럽 트렁크의 화끈한 드래그 퀸 공연 영상이 끝없이 올라왔으니 말이다. “평소에 <보그 코리아> 인스타그램의 팬이에요. 새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식이 정말 새롭더군요.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서울에 오고 싶었죠.” 그렇다면 2017 F/W 쇼를 끝으로 런던 패션 위크 쇼를 잠정 중단한 멀버리가 서울에서 쇼를 연 까닭은 뭘까? “3년 전 멀버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영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좀더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쿨하고 트렌디한 것이 모인 한국은 8개 멀버리 매장이 있기도 하죠. 영국 다음으로 중요한 한국에서 이번 행사를 통해 두 번째 챕터를 열고 싶었습니다.”
멋진 런웨이 쇼를 구현하기 위해 멀버리 런던 본사에서도 많은 인원이 출동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맨 먼저 한 일은 디자인 팀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비빔밥을 먹은 거였어요.” 더불어 조니와 몇 시즌째 컬렉션에서 호흡을 맞추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잉게 그로나드(Inge Grognard)와 헤어 아티스트 게리 길(Gary Gill)도 백스테이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스타일링은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의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 솜씨다). “다들 저를 잘 아는 좋은 친구들입니다. 또 제가 멀버리를 통해 옷을 보여주려는 방식을 해석할 줄 알죠.” 조니가 보여준 2018 F/W 컬렉션은 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모피 트리밍, 무엇보다 화려한 꽃무늬가 일품이었다. “영국적인 파티에 가는 우아하고 화려한 포시(Posh) 여성을 떠올렸어요. 길을 걸어가면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그런 여성이죠.”
국경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 멀버리 디자이너에게 ‘영국적’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학생과 아티스트들이 끊임없이 런던으로 오는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자신만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영국적인 건 자유로운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19 S/S 런던 패션 위크에서도 쇼를 열 계획은 없다. 그렇지만 인테리어와 건축을 전공한 조니가 디자인한 새로운 컨셉 스토어를 세상에 공개한다. “연이은 이벤트와 파티, 프레젠테이션을 계획 중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런던에 온다고요? 올해 새로 단장한 런던의 전설적인 나이트클럽 애나벨스(Annabel’s)에 들러보는 건 어때요? 어제처럼 제대로 놀 수 있을 거예요!”
촬영과 인터뷰를 끝낸 조니는 곧장 멀버리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K현대미술관으로 간다고 말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한 그에게 하루가 36시간이라면 남는 시간에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첫 번째, 잠을 더 잘 거고요.(웃음) 스페인에 계신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무엇보다 가족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렇다면 수면 시간 빼고 패션에 올인하는 그가 패션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순간은? “쇼윈도에 옷이 걸리는 것보다 길거리의 여성들이 제 옷을 입었을 때입니다. 그리고 컬렉션을 끝내고 팀을 바라볼 때, 힘들게 같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때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를 느낀답니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김영훈
- 모델
- 선혜영, 조앤박, 홍나경
- 헤어
- 임안나
- 메이크업
- 황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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