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너블한 뷰티 광고
완벽한 ‘풀메’에 앙칼진 눈빛은 더는 새롭지 않다. 틀을 깨는 혁신이 주목받는 시대에 더없이 패셔너블해진 뷰티 광고 이야기.
‘화장품 광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풀메’에 고양이처럼 앙칼진 눈빛 혹은 온화한 미소의 얼굴, 사진 속 그녀는 지금 가장 잘나가는 톱 오브 톱스타일 것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화장품 광고의 틀은 어떠한 미동 없이 제자리걸음이다. 90년대 라끄베르 광고의 김남주와 2018년 헤라 광고의 전지현은 화질의 차이만 있을 뿐 포즈와 눈빛, 표정에 큰 차이가없다. 이렇듯 꽤 오랜 시간 정형화된 화장품 광고의 법칙에 신선한 균열이 포착됐다. 힌트는 패셔너블! 패션 광고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 비주얼이 그것이다.
잘 만든 광고는 여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일례로 난 얼마 전 웹 서핑 중 어느 광고 이미지를 본 뒤, 없던 구매욕이 들끓었다. 정체는 ‘트루 보태니컬(True Botanicals)’. 디지털 매거진 <더 컷>의 뷰티 에디터 헤일리 스큐먼(Hayley Schueneman)이 “지금껏 본 것 가운데 가장 팬시한 뷰티 광고”라 극찬한 바로 그 브랜드다. 알록달록한 컬러 덕분에 이른바 ‘먹고 들어가는’ 색조 전문 브랜드가 아닌 스킨케어, 그것도 유해 성분 제로, 천연의 자연주의 브랜드라는 점이 흥미롭다. 눈이 번쩍 뜨이는 화려한 메이크업도 잘나가는 스타의 후광도 없다. 그저 잘 찍은 사진 하나로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은 무한 상승한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가는 이네즈 앤 비누드 부부. 자유, 아름다움, 진실, 사랑이란 네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촬영한 뷰티 사진은 당장 <보그> 화보라고 해도 될 만큼 감각적이다.
얼마 전 시장조사차 들른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도 이와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루이지 앤 이앙고 듀오가 활약한 아모레퍼시픽 ‘빈티지 싱글 익스트렉트 에센스’ 광고다. 어떤 배경이나 소품 없이 빨간 머리 톱 모델 정호연의 옆모습이 광고의 전부. 그러나 전혀 비어 보이거나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더 고급스럽고 그 자체로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다음 장면. 욕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한 남자. 그 안엔 육감적 몸매의 여인이 노란 욕조 앞에서 셔츠를 벗고 있다. 선반엔 반듯하게 놓인 까만 뚜껑의 향수병과 탐스럽게 익은 유자 다섯 알. 퍼퓸 브랜드 ‘힐리’가 메종 키츠네와 협업한 ‘노트 드 유주’의 광고 비주얼은 여성의 은밀한 부위에 ‘G’ 로고를 새긴 톰 포드 시절 구찌 광고 못지않게 파격적이다. 비주얼 디렉터는 헨릭 푸리엔(Henrik Purienne). 그는 실험적 이미지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독일 베이스의 패션 & 컬트지 <미라지(Mirage)> 창립자다.
프랑스에 힐리가 있다면 한반도엔 ‘탬버린즈’가 있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에서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답게 유니크한 마케팅 전략과 광고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다. 탬버린즈의 최신 제품인 고체 향수 ‘키스포에버’는 피비 파일로 시절의 셀린 광고처럼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사진은 파리 베이스 포토그래퍼 스타스 칼라시니코브(Stas Kalashnikov)의 작품.
안전한 길일수록 의심하라는 말이 있다. 틀을 깨는 혁신이 주목받는 시대. 뷰티 광고가 반드시 ‘뷰티풀’ 할 필요는 없다.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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