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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하고 있는 일

2019.01.15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하고 있는 일

하루에 단 한 번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건, 하루에 단 한 번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편을 감당하는 유난한 행동만이 변화를 가져온다.

녹색연합에서 주최한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 상영회에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제품을 사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어느새 손에 플라스틱이 쥐어져 있고 그럴 때마다 화면을 통해 만난 새의 죽음이 떠올라 멈칫하게 된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가방에 얇은 면 소재의 에코백을 늘 갖고 다닌다. 접어서 고무줄로 묶어두면 부피도 적고 무게도 별로 나가지 않아 부담이 되지 않고, 불필요한 비닐봉지 사용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비닐봉지 드릴까요?”라는 점원의 질문에 미소 지으며 천 가방을 꺼내는 기쁨을 누려보자.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는 것도 도전할 만하다. 나는 보디 클렌저, 샴푸와 린스 대신 천연 비누를 사용하고 오일을 바른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찜찜하게 느껴지지만 적응되면 이편이 훨씬 깔끔하고 상쾌하다. 설거지할 때도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진짜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다. 때수건도 역시 천연 수세미가 최고. 천연 제품을 사용해보면 알겠지만 일단 몸이 편안하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만질 때와 내 몸이 다르게 반응한다.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사용한 지는 꽤 되었다. 몸에 부드럽게 닿는 촉감은 생리 주간의 예민함을 부드럽게 보듬어줄 것이다. 세탁할 때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되겠지만 과탄산소 다를 섞은 물에 담가만 두면 핏물은 마술처럼 깨끗이 빠진다. 필기도구는 플라스틱 볼펜 대신 연필과 만년필을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쥐고 글을 쓸 때와 나무를 쥐고 글을 쓸 때 글씨체가 달라진다. 글을 쓰는 속도도, 리듬도 달라질 것이고 결국에는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플라스틱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하면서 느낀 것은 마치 이 일이 바다에서 파도를 피하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홍수 속에서 만난 천연 재료와 친해진다면 유유히 서핑을 즐기듯 자연스럽게 천연 소재와 손잡게 될 것이다. —최정화(소설가)

물을 담는 텀블러와 차나 커피를 담는 텀블러 그리고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를 들고 다닌다.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를 쓰는 이유는 플라스틱 빨대가 그 자체로도 좋지 않지만 커피의 좋은 성분이자 ‘날씬균’을 늘려주는 폴리페놀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실천하고 있는 또 한 가지는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다. 비닐 또한 합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플라스틱 제품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가까이,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였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하늬(배우)

쓰레기 덕후의 가상 마을 ‘쓰레기 덕질’은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제로 웨이스트, 다시 말해 ’쓰레기 없는 삶’이라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사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완벽한 ‘실천’보단 실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 가깝다. 쓰레기를 만드는 개인을 절대 비판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쓰레기를 만드는지 ‘관찰’부터 하기를 권하고, 그 쓰레기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혼자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했다간 지치기 쉬워 여러 쓰레기 덕질 소모임을 열고 있다.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줍줍등산 모임 ’, 쓰지 않는 천과 종이 같은 쓰레기를 ‘쓸 애기’로 바꾸는 모임 등이 그것이다. ‘쓰레기 덕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 발생적으로 모임과 캠페인이 열리는 느슨한 커뮤니티다. 이들에게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다. 비 오는 날 외출할 땐 우산을 넣을 비닐을 챙긴다. 요즘엔 건물마다 우산 비닐을 마련하는데 굉장한 낭비다. 또한 식품이나 의류(특히 유니클로의 내의 제품)는 지퍼 백 형태로 포장되곤 하는데, 이를 버리지 않고 수납용으로 쓴다. 특히 여행 갈 때 물건을 담기 좋다. 지금은 ‘쓰레기 덕질’이 가상 마을이지만 언젠가 진짜로 쓰레기 없는 마을, 플라스틱 없는 마을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정승구(‘쓰레기 덕질’ 마을 주민)

플라스틱을 덜 쓰기 위한 ‘나의 쇼핑 5단계’을 소개한다. 첫째, 플라스틱을 포함해서 일회용품은 사지도 쓰지도 않는다. 일회용 비닐장갑이 없어 돼지고기 양념하다 섬섬옥수 내 손톱에 고추장이 끼더라도. 둘째, 어느새 제품의 구매 기준이 ‘플라스틱인가, 아닌가’가 되었다. 전선과 냉장고, 세탁기, PC 같은 것들만 제외하고. 셋째, 누군가 음식을 줄 것이라고 예상되면 밀폐 용기를 챙겨간다. 비록 가끔은 덜그럭거리며 빈 통으로 오더라도. 넷째, 배달 음식은 내가 직접 배달해 먹는다. 나 역시 배달의 민족이므로. 밀폐 용기를 가져가 사온다. 플라스틱에 담긴 양념과 소스는 대범하게 거절한다. 다섯째, 비닐 포장된 과일과 채소는 구입하지 않는다. 포장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내가 만들어 팔고 있는 ‘리유즈백’에 담아 구입한다. —강신혜(레스 플라스틱 컴퍼니 대표)

집 나와서 산 지 2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배달 음식을 정말 많이 시켜 먹었다. 어떤 음식점에서 시키더라도 일회용 수저는 꼭 넣어서 보내준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반찬을 보내주는 가게도 많고. 매번 남기는 반찬과 쓰지도 않는 일회용 수저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요청란에 일회용 수 저랑 반찬은 빼달라고 부탁한다. 배달 음식을 끊는것이 더 좋겠지만, 그것도 천천히 노력하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것을 한 번만 쓰고 버린다. 이렇게 작은 것이라도 수요를 줄인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오존(뮤지션)

연간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 대한민국 370장 vs 핀란드 4장! 일회용이라면 치실 외에는 죄다 거절하고픈 나이기에, 비닐봉지 사용도 핀란드 스타일로 갔다. 내 마음대로 구성한 ‘핀란드 스타일’ 장보기 신공을 소개하겠다. 우선 미리 장 볼 목록을 적고, 장바구니, 채소 주머니, 용기 등을 가져간다. 미리 포장되거나 받침 접시에 싸인 농산물은 피하고 알맹이만 구입한다. 전통시장은 육류, 생선, 반찬 등을 들고 간용기에 살 수 있어 좋다. ‘용기’ 있는 자가 지구를 구하는 법. 파이팅 넘치는 자세로 상인이 비닐을 뜯기전 바로 내 용기를 들이민다. 당연히 플라스틱 칼, 젓가락, 물티슈 등 일회용품은 고이 거절한다. 어느 날 모로코로 여행 간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이거 부직포 쇼핑백이야. 여기 비닐봉지 전면 금지돼서 구멍 가게에서도 비닐 안 주더라.” 아아, 핀란드도 버거운데 모로코에도 진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그래서 시작했다! 망원시장 활동가로서 ‘망원시장 No 플라스틱 마켓’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망원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대여하고 있으며, 비닐을 쓰지 않는 손님들에겐 마포공동체가게와 망원시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아 화폐’를 드린다. 망원시장에 놀러 오시길! —고금숙(알맹@망원시장 활동가)

거북이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나오는 끔찍한 장면을 본 적 있다. ‘대안 빨대’를 알아봤다. 유리나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는 깨지거나 다칠 염려가 있다. 쌀 빨대도 있다. 쌀과 타피오카로 반죽한 빨대는 뜨거운 물에도 2~3시간 모양을 유지한다. 몇몇 유튜버는 쌀 빨대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그만큼 자연 분해가 쉽다. 그런데 쌀 빨대든 종이 빨대든,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하게 젖는 기분이 싫었다. 얼마 전 하나에 3,000원 하는 대나무 빨대를 구입했다. 전용 솔로 세척하면 되고, 모양도 예쁘고 가볍다. 문제는 대나무 향이 짙어서 음료 향과 섞인다. 가벼운 블렌드 커피는 ‘대나무 커피’ 맛이 났다. 립스틱이 대나무에 배어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 것보단 나으리라. 태국에서는 옥수수 빨대를 즐겨 사용하고, 해조류를 가공해 만든 빨대도 있다는데, 기회가 되면 써보고 싶다. —김나랑(<보그> 피처 에디터)

생활 속에서 무신경하게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세탁소 비닐 커버 받지 않기, 소분한 김과 요거트 사지 않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화장품 용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화장품 개수 자체도 줄였다. 유기농 코코넛 오일을 다이소에서 산 유리병에 소분해서 욕실에 두고 보디 오일, 클렌징 크림으로 사용하고, 화장대 위에 두고 멀티밤으로도 사용한다. 코코넛 오일에 베이킹 소다나 죽염을 섞으면 치약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샴푸, 로션은 집 근처 천연 화장품 공방을 찾아가 리필을 해온다. 사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지루성 두피, 민감성 피부, 알레르기 증상이 완화되어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산업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업체에 이의 제기를 하거나 건의도 많이 하는 편이다. 택배 회사에는 생분해 테이프를 써달라고 건의하고, 햄버거 회사에는 케첩 통과 다회용 그릇을 비치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경청해줄 때도 있고 불쾌감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이런 노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도연(네이버 카페 제로웨이스트홈(https://cafe.naver.com/zerowastehome) 운영자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100가지 방법’을 읽은 적 있다. 아이스크림 먹을 때 컵 대신 콘을 선택하기, 피자 주문할 때 피자 고정 장치 빼달라고 말하기 같은 노하우가 적혀 있었다. 너무 사소하다고 느껴지는가? 100가지 중 내가 지키고 있는 건 여섯 가지뿐이었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 —조소현(<보그> 피처 디렉터)

빨대 안 쓰기, 장바구니와 텀블러 쓰기, 재래시장 이용하기, 소모품은 좀더 비싸도 리필 제품으로 사기(왜 용기에 든 세제보다 리필이 더 비싼지 아시는 분?) 등을 실천해왔다. 웬만한 세제류는 베이킹 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3총사와 식초로 그때그때 해결한다. 요즘은 비누 하나로 목욕, 세안, 샴푸를 다 처리하는데 딱 한 가지 컨디셔너만은 해결을 못해서 방법을 찾고 있다(린스 대신 식초 쓰란 헛소리는 누가 자꾸 하는 거죠?). 사실 환경도 환경이지만 집에 쓰레기 쌓이는 게 너무 싫고 플라스틱, 스티로폼 보기 징그러워서 하는 건데 이 정도 방법으론 ‘택도 없다’. 특히 한국인은 배달 음식, 인터넷 쇼핑 끊기 전에 답 없다. —이숙명(칼럼니스트, <사물의 중력> 저자)

    에디터
    조소현, 김나랑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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