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이웃 – 공동 예술 작업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설치미술가 김나영(Nayoung Kim)과 프랑스 보자르 유학 시절 만난 그녀의 남편이자 예술적 동반자 그레고리 마스(Gregory Maass)를 만났다.
다소 난해한 그들의 작업을 볼 때면 현실을 고민하는 고발자도 방관자도 아닌 채 우리를 응시하며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우주인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그들의 작업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나면 더 뚜렷이 다가온다.
어디서나 보았던 익숙하고도 낯선 소재를 덩치가 큰 피터 팬과 청바지를 입은 웬디 같은 두 사람이 자기들만의 언어로 독창적 감각을 토해낸다. 그들의 외모처럼 작품도 서로를 닮거나 닮지 않았다. 닮은 것은 순수함과 창조적 열망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예술은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살아온 모습, 작업을 해온 모습 그대로 둘은 경기도 양평에 자그마한 대지를 구한 후 직접 집을 지었다. 1층은 천장이 높은 작업실, 2층은 삼각 천장을 얹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독일,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필리핀 등 여러 대륙, 수많은 나라를 떠돌며 듀오로 작품 활동을 해온 아티스트 부부가 드디어 경기도 양평에 둥지를 튼 것이다.
작업실에 도착하니 그레고리가 웃으며 마중을 나왔다. 아틀리에는 작가의 작업장이라기보다는 화공약품이나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의 작업장 같아 보이는 도구로 가득하다. 그가 인도한 2층에 도착하니 트위기처럼 짧은 커트를 한 자그마한 거인 김나영 작가가 어제 본 사람을 맞이하듯 반긴다.
노마드 같은 삶에도 기억하고 싶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소중한 것들을 간직해온 그들의 스토리가 앤티크 그릇과 직접 천갈이한 소파, 제작한 가구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현재 ‘킴킴갤러리’를 설립해 개인적이고 자율적이며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작업을 하고, 전시를 열거나 작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지만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들. 그들은 스스로를 ‘산책가’라고 부른다.
둘이 작업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녀가 특유의 말투로 아주 간결하게 대답한다.
“우린 작업을 하기 위해 함께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하기 위해 작업을 하는 거예요.”
인터뷰가 끝나자 김나영 작가가 뒤뜰에 있는 텃밭을 구경시켜주었다. 호박, 토마토, 오이, 가지, 로즈메리와 같은 허브, 적상추나 케일 같은 잎채소가 튼실하게 자라 있었다. 작업 못지않게 소중한 시간이 텃밭에서 식물을 기르고 가꾸는 시간임을 채소의 낯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순수한 에너지에 심취해 사진을 찍어대자 사람 좋은 이웃답게 샐러드용 가지랑 허브 등을 직접 뽑아준다.
이미 중견작가로 인정받은 두 사람은 내년에 성곡미술관에서 회고전도 가질 예정이다. 예술 같은 삶을 엿보니, 그들의 작업이 더 좋아질 것 같다. 그들은 작업의 주제처럼 ‘바람직한 예술쟁이 이웃’이다.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이유가 그들의 삶과 정신에 있을 때 작업은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간다.
- 글/사진
- 박지원(디자이너)
- 에디터
- 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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