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와 블랙 뮤직은 화해할 수 있을까?
레모네이드는 핵폭탄으로 바뀌었다. ‘흑인’ 비욘세의 여섯 번째 앨범 [Lemonade]는 말 그대로 압도적인 명반이었다. 주요 음악매체들의 평점을 평균 내 보여주는 메타크리틱에선 92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으며 2016년의 앨범이 되었고,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대중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완벽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열린 그래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백인’ 아델이었다. 비욘세와 함께 3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아델은 3개 상을 모두 가져갔다. [Lemonade] 같은 앨범을 만들고도 상을 받지 못한다는 건 마치 흑인들은 그래미를 넘보지 말라는 선언 같았다. 그래미의 메인스트림인 ‘나이든 백인 남자’들은 힙합이나 R&B에 인색했다.
그래미의 이런 거듭된 행태에 불만이 쌓였던 흑인 아티스트들은 폭발했다. 켄드릭 라마가, 칸예 웨스트가, 드레이크가, 프랭크 오션이 그래미를 성토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후폭풍은 계속해서 밀려왔다. 결국 그래미는 새로운 투표인단 900명을 증원하며 1)여성 2)유색인종 3)39세 미만, 이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올해 시상식에서 역시 시상식에 불참한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올해의 노래’ 상과 ‘올해의 레코드’ 상을 줬다. 불참을 선언했던 드레이크도 예상을 깨고 나타났다. ‘베스트 랩 송’ 상을 받은 드레이크는 “그래미 선정단이 모든 음악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이긴 거다”라는 지금의 사태를 정리하는 듯한 멋진 수상 소감을 남겼다. 예상 밖의 등장부터 수상소감까지, 그리고 지금 그래미 논란이 배경으로 자리하며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래미와 블랙뮤직은 화해할 수 있을까?
- 글
- 김학선(음악 칼럼니스트)
-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SONY MUSIC, GETTYIMAGE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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